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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회어 탐구생활_상사에게 직언할 때


우리 회사의 이념은 ‘고객제일주의’이다. 그런데 슬로건만 그럴 뿐 현실은 ‘고객우롱주의’이다. 지금 이 시점에 이 상품은 고객에게 적합치 않다. 현 시점에서 이 상품이 고객에게 뭐가 좋은지 나 스스로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그런데 그 상품을 잘 팔아보자고 2시간째 회의다. 나는 생각없이 돌아가는 톱니바퀴가 아니다. 내 생각이 있고 내 양심으로 일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상사는 무조건 밀어붙이고 있다.

현 상황에 대해 건전한 불만을 조성하라고 말하지만 기존 정책을 변경할 의지는 없다. 말로만 불만을 얘기하라고 거들먹거릴 뿐, 실상은 변화없이 우리만 바꾸라는 얘기다. 이런 회사 분위기에서 더 이상 소모적인 회의를 하고 있을 수 없다.

개콘 ‘용감한 형제들’의 박성광은 시청자 다음으로 가장 무서운 존재인 ‘상사’ 서수민 PD를 간 크게도 마구 디스했다. 무리한 요구를 해오는 직장 상사에게도 이런 용감한 디스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이상한 걸 이상하다고 말하지 못하는 조직은 오래지 않아 망한다. 차라리 속시원히 까발리고 짤리는 한이 있더라도 할 말은 해야겠다.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악이 승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선한 사람이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뿐이다. 거울이 없으면 자신의 생김새를 알 수 없듯이 실무자의 직언이 없으면 회사의 문제를 직면할 수 없다. 나는 안전한 바보보다 똑똑한 추방자가 될 결심을 하고 모든 것을 얼려버릴 듯한 분위기를 깼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해봐야 소용없습니다.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영업 경험이 없으셔서 그런데요, 예전과 비교하면 지금은 시장 상황이 많이 심각합니다. 그쪽은 제가 오래 일했기 때문에 아는데 고객들이 그리 만만치 않습니다. ’ 분위기는 그전보다 더 삼엄해졌다. 조직에서 진실을 말하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인 줄 알았다면 조직생활을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다.

1. 비공식적 자리에서 섬세하게 하자
브레인 역할을 해야 하는데 시시한 손발이 되어 윗선의 비위만 맞추면 서로 멸망한다. 욕먹기 싫어서 입다물고, 찍히기 싫어서 헛웃음만 짓다 보면 재앙이 줄을 선다. 모난 정이 돌 맞을지언정 일이 잘못되어가고 있다고 생각되면 얘기하자. 단, 잘하자. 속 시원히 까발리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그가 변화되고 바람직한 행동을 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니 치밀하게 준비하여 조심스럽게 하자.

상사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면 안된다. 성질 뻗치는 대로 두 눈 똑바로 뜨고 또박또박 말대꾸를 하면 오히려 인간관계만 악화된다. 사극에서 눈 부릅뜨고 대드는 충신열사처럼 무조건 ‘아니되옵니다’ 식으로 하면 아니한 만 못한 결과를 초래한다. 진심어린 충언과 강직한 직언도 마음만이 아니라 전략이 필요하다.

상사는 윗사람이라는 입장이 있다보니 부하의 직언을 ‘공격’으로 곡해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의 충언이 ‘권위에 대한 도전’이 아니라 ‘상사에 대한 충성’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강조하자. 상사도 사실 외롭고 두렵다. 지위가 올라갈수록 고달프고 슬프다. 칭찬하는 사람도 없고 위로하는 사람도 없다. 무거운 책임감과 막중한 스트레스만 덤벼든다. 여기저기 받은 화살로 고슴도치가 될 지경인 상사에게 에어백을 달아주어야 한다.

직언하기 전에 상사에 대한 존중과 조직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충분히 어필하자. 상사의 강점에 존경심을 품고 도움을 청하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

평소에 정말 마음속 깊은 곳에 묻어둔 이야기를 할 시간은 바로 상사와의 면담 혹은 회식 시간이다. 이 시간을 잘 사용해보자. 단순히 한두 번 겪은 일에 대해서 말하기보단 오랫동안 생각하고 고민한 것을 털어놓되 겸손의 미덕을 잃지 말아야 한다.

사실 상사로부터 조언을 요청받지 않은 이상, 상사를 재교육하는 일은 부하의 몫이 아니다. 상사와 어떻게든 원만하게 업무를 해나갈 필요가 있다. 상사도 부하가 길들이기 나름이다. 길들이려면 부드럽고 말랑말랑하게 부비고 다듬어야 한다. “아까 회의시간 분위기에 대해서 이상한 점은 없으셨나요? 다 아시겠지만 혹시나 해서 제 느낌을 좀 말씀드리고 싶은데 괜찮으세요?”처럼 말이다.

결론을 짓기보다 해결점을 찾기 위한 질문으로 상의하자. “단기적으로 목표를 채우더라도 나중에 취소율이 높아지면 팀 성과에 더 안 좋지 않을까요? 팀장님은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떤 예상이 되세요?”와 같은 질문을 통해 우회적으로 스스로 깨닫게 넌지시 복선을 깔아보자. 비공식적이고 가벼운 어조로 직접 지적하지 말고 변호할 만한 장치를 마련해서 기분을 파악해가며 말해야 한다.

2. 작은 것부터 하나씩 하자!
코끼리를 먹는 유일한 방법은 ‘한 번에 한 입씩 물어뜯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원하는 것을 손에 넣는 유일한 방법은 조금씩 범위를 넓혀서 마침내 목적하던 것을 전부다 차지하는 것인지 모른다.

단 한 번의 전투에서 전부를 차지하려고 하다가는 종종 모든 것을 잃게 된다. 단 한 번의 싸움으로 전투에서 승리하려고 덤비다가 영원한 패배자가 되기 십상이다.

상사에게 직언하는 여정에는 철저한 계획이 수반되어야 한다. 싸우지 아니한 만 못한 자족적 푸념은 푸념을 넘어서서 무덤이 될 수 있다.잊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을 말했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이해’시켰는가가 중요하다.

우선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하자. 잽 같은 잔 주먹 없이 강한 펀치로 한방에 날려버리는 일은 타이슨이나 가능하다. 작고 바로 개선 가능하고 쉬운 일로 건의를 해서 리더가 부담없이 OK를 하면 그 이후부터는 점점 수용력이 높아진다. 작은 예스를 한 사람이 큰 예스도 한다. 상사가 작게라도 수긍할 지점을 만들어서 상사의 큰 예스까지 받아내자. 커다란 쇠문은 힘으로 열리는 것이 아니라 작은 열쇠로 열리지 않는가?


3. 대안을 반복해서 제시하라
윗사람들은 대부분 문제의 원인을 알고 있는데 비용이나 인력 문제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왜 못하는지 그 전후사정은 알아보지도 않은 채 ‘광고가 부족하다, 예산이 너무 적다, 경쟁사는 고객사 선물을 한다’ 등 불평만 늘어놓으면 상사도 수긍할 수 있는 대목을 찾지 못한다. 오히려 대든다고 오해받거나 뺀질거린다고 찍힌다.

정말 돈이 필요하다면 다른 예산을 끌어올 수 있는 방법, 돈을 들이더라도 자금을 융통할 방법 등을 제안하자. 이렇게 간절히 방법을 찾다 보면 오히려 돈 없이 가능한 방법도 찾아질 수 있다. 궁즉통이라고 궁하면 방법을 찾게 되는데, 돈 말고는 답이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답은 깜깜해진다. 불평만 하지 말고 대안을 찾아보자.

상사가 주안점을 두는 일에 링크를 걸어 귀를 솔깃하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명예와 명분을 원하는데 실리와 이익을 따지면 천박하다고 욕먹고, 실리를 찾으려는데 명분만 따지면 세상 물정 어둡다고 욕먹는다. ‘안됩니다. 무리입니다’보다 ‘이렇게 하면 가능할 수 있습니다. 현재로선 한계가 봉착합니다만 이 조건이 보완된다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가 낫다.

때때로 내가 몰고 싶은 결론을 응원해 줄 후원군을 확보할 필요도 있다. 특히 우유부단해서 결정을 잘 못 내리는 상사는 제3자, 같은 부서보다 타 부서, 다른 회사 사람들의 말이 더 객관성을 띤다. 이럴 때는 보고할 때 다른 사람에게 추임새를 넣어달라고 지원 요청을 할 필요도 있다. 당구를 칠 때도 고급 기술에 속하는 쓰리쿠션처럼 직접 치지 말고 한치 건너 치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대안을 제시한다 하더라도 안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런 포석을 깔고 총대를 맨 것이 궁극적으로 조직을 바꿔나가는 밑거름이 된다.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왜 안 되는 지 찾게 되고 하려고 생각하면 어떻게 할 수 있을지를 찾게 된다. 잘못을 했다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잘못을 고치치 않고 포기하는 게 문제다. 이런 섬세한 전략과 고민 속에서 회사 문제와 상사 결정을 다루어야 하는데, 대부분은 이 과정을 견디지 못한 채 마우스를 집어 던지고 소줏집으로 간다는 데 문제가 있다.


지윤정
(주)월토피아 대표
월토피아 평생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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