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 정치인 지방 유지들이 연루되었다는 건설회사 회장의 아방궁 같은 숲속 별장에서 벌인 차마 입에 올리기도 부끄러운 추악한 행태는 “어떻게 저런 일이 있을 수 있나” 할 정도로 국민들을 경악케 했다.
한국사회 지도층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마비될 대로 마비된 도덕관념은 일반국민들의 상식과는 너무도 거리가 먼 모습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사람들이 한국사회에서 고위공직을 누리고 말년에 다시 장·차관을 하겠다고 나선단 말인가. 도대체 어떻게 이런 사람들이 한국사회의 지도층인사들이란 말인가. 국민들이 이들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들리는 소리는 탄식과 절망뿐이다.
젊은 시절 공직에 몸담고자 할 때는 누구나 조국과 국민을 위해서 헌신하겠다든지 적어도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하겠다든지 하는 흔히 말하는 청운의 꿈을 안고 출발했으리라 생각된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타락시켰을까. 비록 박봉이지만 조국과 국민을 위해서 헌신하겠다는 각오로 출발한 사람들이 국민의 기본적인 의무인 병역의무와 납세의무는 왜 그리 많이 회피하고 있는지 대다수 국민들은 그저 의아할 뿐이다. 천안함사태로 청와대 지하벙커에 모인 국무위원들 중에 병역을 필한 사람들은 국방장관 외에 한두 명 정도뿐이었다는 웃지 못할 보도를 보면서 3년씩 병역을 치렀거나 아들들을 군대 보낸 이 땅의 국민들은 그저 할 말을 잃었다.
이제 대한민국의 관료사회도 변해야 한다. 의무는 회피하면서 규제의 이익만 향유하려는 관료사회가 변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주저앉고 만다. 아니 이미 너무 많이 주저앉고 있다. 1인당 소득이 겨우 2만 달러대 나라가 4~5만 달러 선진국에서나 볼 수 있는 2~3% 성장에 목을 매고 있다. 너무 빨리 조로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일자리가 충분할 리 없다. 2500만 명 경제활동인구 중 상용직은 1100만 명밖에 안 되니 거리에는 실업자가 넘쳐나고 저임금의 일용직 임시직은 600만 명이나 되고 한집 건너 하나씩 있는 음식점 소매점 등 영세자영업자들은 700만 명이나 된다. 과당경쟁으로 2~3년이면 30% 정도는 폐업하고 빈곤층으로 내려앉는 실정이다. 이 모두가 각종 규제로 기업투자가 줄어들어 일자리가 없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관료는 영원하다. 수많은 규제의 꼬삐를 쥐고 앉아서 하루살이도 힘든 국민들을 옭죄고 있다. 가게를 하든 기업을 하든 도무지 규제 때문에 못해 먹겠다는 아우성들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골프장 하나 짓는데 규제가 하도 많아서 도장을 90여 개나 받아야 한다는 보고를 받고 ‘그 정도일까’ 싶어 실제 조사를 해 보도록 하였더니 그보다도 더 많은 도장이 필요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도장 하나 받으려면 그냥 넘어가는 데가 있나.’ 그러니 인허가 받는 데만 몇 년씩 걸리기 일쑤다. 요즘은 해외나간 기업들의 귀국이 유행이다. 미국에서도 일본에서도 유턴 붐이다. 경제가 어려워져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각국 정부들은 팔을 걷어붙이고 유턴기업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한국정부는 관심도 없을뿐더러 해외 한국기업들도 유턴에 관심이 없다고 한다. 그 이유가 규제 때문이라고 한다. 해외에 나간 기업들의 한결 같은 소리는 해외에 나오니 그저 이꼴저꼴 안보니 너무 편하다는 것이다.
재직 중에는 각종 규제의 꼬삐를 쥐고 앉아서 온갖 접대에 감각이 없어지고 퇴직 후엔 고액연봉의 산하기관장으로 또 수년씩을 보낸다. 퇴직한 지 10여 년이 지난 인사들이 공기업의 장으로 재 등용되거나 선임된 지 며칠도 안 된 금융회사 회장이 물러나고 그 자리에 전직 고위관료가 왔다는 얘기는 이제 그다지 놀랄 일도 아니다. 그러니 공기업부채가 300조 원을 육박해도 산하 공기업 규제를 완화할 리 없다. 그뿐인가. 정부는 복지재원이 없어 안달인데도 국민연금보다 몇 배나 많은 연금을 받으면서 연간 수조 원의 세금까지 지원받고 있어 개선되어야 한다는 지적은 이제 국책연구기관들도 공공연히 제기하고 있다.
이쯤 되면 그 좋은 규제를 내놓을 리 없다. 말단이라도 공무원이 낫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런 풍토에서 청년들의 창의성이 발휘되는 창조경제는 요원하다. 기업들은 해외로 자꾸만 나가고 경제의 성장 동력은 떨어져 조로화는 가속화된다. 정부가 커질수록 그리고 관료들의 규제의 이익이 늘어날수록 역설적으로 국민들은 가난해진다. 정부의 역설이다.
온갖 규제의 대가로 향유해온 접대로 도덕감은 무뎌져서 청문회에 나온 고위공직자들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도 모르고 항변하고 버티는 모습들은 일반국민들의 정서와는 너무도 거리가 멀다. ‘급기야 갈 데까지 간 모습들이 이번에 보여준 성접대 스캔들이 아니겠는가.’ 모든 관료들이 이렇다는 얘기는 아니다. 최근 물러난 일부 고위 법조인들의 청빈했던 아름다운 모습을 국민들은 소중히 기억하고 있다.
아직도 국민들은 조국과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청운의 꿈을 간직하고 있는 아름다운 공직자들을 보고 싶어 한다. 대한민국이 한 단계 더 높이 도약하려면 이제는 정말 대한민국의 관료들도 변해야 한다. 규제의 달콤한 유혹에 청운의 꿈이 퇴색되지 않도록 제도적 개선도 절실하다.
오정근
고려대 교수·경제학, 아시아금융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