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상한 일이 있었죠. 학원을 처음 들어갔을 때였는데요. 그래픽과정에 들어온 20명의 동기들이 아무도 미대쪽 경험이 없었다는 점이었습니다. 물론 저도 미대는 아니었지만 예전에 유명만화가의 문하생 생활도 했고 대학시절 내내 만화동아리에서 회장을 하고 공모전에 수없이 출품도 하는 아마추어 만화가였는데요. 저를 제외한 모든 동기들이 이 학원을 들어오기 전에 아무도 미술이나 만화 그림 그리는 데는 전혀 경험이 없고 취미도 없는 아이들이었다는 것이었습니다. 1년 동안 배운 것은 포토샵과 3D 그리고 뎃생 등을 배웠는데 원래 취미가 없던 이들에게는 실력이 나아지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좋아하는 것도 아니었고요. 그냥 그들이 배운 것은 일반인보다 더 나아진 포토샵 실력정도라고 할 수 있겠죠. 사진편집하고 오려붙이고 이런 기타 등등의 지식 말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것은 이제 붓으로 물감을 적셔 캔버스에 그릴 줄 아는 툴만 익힌 것입니다.
정작 IT회사에서 필요한 것은 그림 그리는 것은 기본이고 얼마나 멋지고 창의적인 그림을 그려내느냐가 가장 중요한 능력이었는데요. 그러한 능력이나 재능은 학원에서 1년 과정 수료한다고 전문가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1년 과정이 끝나고 저와 제 동기들은 IT회사에 취직을 했습니다. 그러나 몇 달 후 제 동기들은 저를 포함해서 2명만이 회사를 다니고 있었고 나머지는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일을 찾아 떠나야만 했다는 것이죠. 그 때 느낀 것은 컴퓨터 그래픽 프로그램은 단지 자신의 디자인 재능을 펼치기 위한 도구(일부)이지 핵심(전부)가 아니다라는 것이죠. 즉 전부는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능력이라는 것이죠.
저는 그 후로 부동산 투자를 하면서도 이러한 데자뷰를 많이 봅니다. 일부가 전부를 오도하는 데자뷰 말입니다. 경매를 예를 들어보지요. 경매는 부동산을 사는 일부입니다. 그러나 이를 전부로 알면 일부가 전부를 오도하게 되는 것입니다. 경매는 그냥 부동산을 일반매매로 사는 것이 아닌 법원에서 사는 도구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일부(도구)가 전부(핵심)를 오도하면 이런 일이 벌어집니다.
경매로 더 싸게 살 수 있다는 가정 하에 특수물건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투자가 이어진다는 것이죠. 그래서 일반인들과 붙어봐야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경매전문가들은 유치권, 선순위, 법정지상권 등등에 집착하는 것이죠. 그래서 대출이 안 나와 투자금이 많이 묶이고 대출이 혹시 나와도 비싼 이자를 물어야 하는 처음부터 수익률에서 지는 게임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이것이 더 싸게 샀다고 착각을 하는 것이죠.
부동산에서의 핵심(전부)는 저평가에 기반을 둔 흐름의 투자를 해야 하는데도 말입니다. 제가 경매투자의 시기, 재건축투자의 시기, 재개발투자의 시기, 오피스텔투자의 시기, 지방부동산의 투자 시기, 수도권 부동산의 투자 시기로 나누는 것은 그 시절에 가장 저평가된 투자처를 투자하면 경매의 특수물건이 아니더라도 일반적으로 훨씬 안정적이며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얘기가 되는 것이죠.
요즘 새로운 투자기법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당연히 새로운 툴(도구)가 나오면 배워야겠죠. NPL투자도 하나입니다. 지금은 새로운 투자기법입니다. 유동화전문회사가 외환위기 이후 한시적으로 생겼다가 지금은 계속해서 연장하는 식으로 가고 있는데요. 채권을 유동화전문회사에서 미리 매입을 하게되면 입찰하는 경쟁자보다 훨씬 유리한 위치에 서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래서 낙찰가를 더 높게 쓰고 경쟁자를 여유있게 따돌릴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NPL이란 것 자체가 많이 알려지면서 경쟁자들이 늘고 요즘에는 유동화전문회사가 채권을 싸게 팔지 않아 빛좋은 개살구인 경우가 생기죠. NPL이란 것도 경매처럼 투자기법 중 하나입니다. 옵션이죠. 알면 하나의 무기가 더 생기는 것 말입니다.
물론 이러한 새로운 기법을 빨리 습득해서 실무에 적용시키면 좋은 일이기에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기를 게을리 하면 안됩니다. 그러나 NPL만이 부동산에서 수익을 내는 방법이라고만 착각하면 현재의 흐름은 중요치 않고 내가 아는 동네에 누구나 다 아는 부동산만을 고집하면서 NPL투자기법에만 매달릴 수 있습니다. 꼭 NPL이 아니더라도 향후 미래가치가 있는 물건이 법정에 널려 있어도 말이죠.
도구는 도구일 뿐입니다. 가장 중요한 핵심은 흐름을 읽고 저평가된 것을 사는 것입니다. 도구에 너무 매몰되지 맙시다. 좁게만 보면 좁게만 보입니다. 넓게 보고 가치가 절하된 좋은 물건을 고릅시다.
JD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 조던(김장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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