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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퇴사한 직원과의 분쟁에 대비하라

미국에 있는 고객사에게 미용용품을 수출·납품하는 회사를 운영하는 H사 대표이사 김씨는 최근 퇴사한 직원 박씨 때문에 상당히 골치가 아픈 상황이다. 박씨가 재직 중에 알게 된 미국 바이어와 물품을 제작해주는 중국의 제작업체를 모두 빼앗아 갔기 때문이다. 박씨는 H사를 퇴직한 후 H사에서 알게 된 미국 바이어에게 동일한 미용용품을 제작하여 수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직원이 회사를 퇴직하여 전 사장의 고객을 빼앗아가 경쟁사가 되어버린 것이다. H사는 분명히 박씨가 입사 당시 연봉계약 체결을 할 때 “퇴직 후 2년 이내에는 H와 경쟁관계에 있는 회사에 취업하거나 직·간접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이른바 ‘경업금지약정’을 체결하였다. 그랬음에도 박씨는 퇴사하자마자 버젓이 이를 위반하고 있다. 더욱이 같은 고객사에 접근하여 고객을 빼앗아 가기도 하고 H사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하기도 하는 등  ‘경쟁사’를 차려서 여기저기 활발한 영업을 하고 있다. H사를 운영하는 대표 김씨의 입장에서는 억울하고 괘씸한 마음에 밤잠을 못 이루는 것이 당연하다. 과연 이렇게 당해도 되는 것일까?

유효한 경업금지 약정이 되려면
사용자와 근로자의 경업금지 약정에 대하여 판례는 근로자의 직업에 종사할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업금지 약정은 무효라고 판단한다. 그렇지만, ‘보호할 가치가 있는 사용자의 이익’이 있는 경우라면 유효하다고 본다. 따라서 위의 사례가 유효하게 되면 ‘경업금지 약정’에 의해 민사상손해배상청구와 형사상 배임·고소 등으로 대응할 수 있다.
문제는 어떠한 경우에 ‘보호할 가치가 있는 사용자의 이익’이 인정되냐다. 사용자에게 ‘영업비밀’이 있는 경우나 그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였더라도 당해 사용자만이 가지고 있는 지식 또는 정보로서 근로자와 이를 제3자에게 누설하지 않기로 약정한 것이거나 고객관계나 영업상의 신용의 유지가 이에 해당한다.


영업비밀이 인정되려면
퇴직한 직원과의 분쟁상황에서 사업주는 보통 ‘영업비밀’을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일을 하면서 알게 된 영업 비밀을 침해당했다’라고 백이면 백 모두들 주장한다. 그러나 이 영업비밀도 쉽게 인정되는 것이 아니다. 판례에 따르면 쉽게 취득할 수 없는 지식으로서 ‘비밀’로서 별도의 취급을 하고 있던 경우에나 겨우 인정된다. 
실제 사건을 예를 들자면, 추어탕을 만드는 제조방법에 대하여 추어탕 양념을 배합할 때, 다른 직원들을 못 들어오게 하고, 다른 루트로서는 이 양념의 배합방법을 쉽게 추측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하여 영업비밀이라고 인정된 경우가 있었다.
판례의 입장을 분석하여 보면 ‘영업비밀’ 인정이 상당히 까다롭다. 고객의 리스트, 업무에 종사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된 납품 단가 등은 별도로 ‘비밀유지’ 장치를 하지 않고 있다면 영업비밀로서 인정되지 않는다.
위 사안에서도 H사는 미국 고객사의 바이어 명단, 납품가격, 아웃소싱 구매가격, 물류비, 가격 산정에 관한 제반자료, H사의 제조하청업자에 대한 자료 등은 업무상 자연스럽게 알게되는 내용이다. 즉, 별다르게 ‘비밀’로서 따로 관리하지도 않았으므로 영업비밀로 인정되기 어렵다는 말이다.  

영업비밀 외에도 ‘사용자의 이익’을 보호하는 경우
판례는 ‘영업비밀’로는 인정되지 않아도 당해 사용자만이 가지고 있는 지식 또는 정보로서 근로자와 이를 제3자에게 누설하지 않기로 약정한 것이거나 고객관계나 영업상의 신용의 유지도 경업금지로서 인정하기도 한다. 
실제의 이번 사안과 유사한 사례에서 판례는 주요 거래처인 미국 바이어나 중국의 무역업자 등과의 신뢰관계의 경우, 미국 고객은 종래부터 제품별로 국내외 여러 업체에 사양을 제시하고 가격과 품질 면에서 경쟁력이 있는 조건을 제시하는 업체로부터 납품을 받았다. 또 중국 무역업자 역시 독립적으로 국내 여러 업체들로부터 주문을 받아 중국 제품을 공급하는 영업을 하고 있다. 비록 이들과 거래관계를 맺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다른 업체의 진입을 막고 거래를 독점할 권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 거래처와의 신뢰관계는 무역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습득되는 측면이 강하므로, 이 역시 이 사건 경업금지약정에 의해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거나 그 보호가치가 상대적으로 적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된다.
쉽게 말하면 사용자 H사하고만 거래하는 미국 바이어나 중국 무역업자들이 아닌데, H사만이 그들과 거래를 독점할 수는 없다는 의미이다. 무역업에 종사하다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것들인데, 이를 독점적으로 보호해줄 수 없고, 퇴사한 직원도 얼마든지 자유로운 경쟁으로 그들과 거래를 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처음부터 이렇게 대처해야
기업은 직원과 근로계약체결 시 등에 ‘경업금지약정’은 효력이 있든 없든 일단은 내용으로 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 약정이 법적인 효력을 떠나 퇴사직원의 부당한 행위를 막아주는 효과는 있다. 하지만, 근로자는 자신이 종사한 업무와 관련 있는 직종에 근무하면서 생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를 너무 엄격하게 막을 수도 없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근로자도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 꼭 영업비밀로서 보호받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별도로 ‘비밀유지’ 장치를 하여야 한다. 일반직원의 접근이 어렵도록 하거나, 별도의 잠금 장치를 만들어 보관하는 등의 노력을 해놓아야 한다.

이정현
법무법률사무소 율평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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