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단기자금 조달을 쉽게 해주기 위해 도입된 기업어음(CP)이 중소기업의 연쇄부도 위험을 높이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299개 기업의 기업어음 발행 잔존물량(2월 6일 기준)을 분석한 결과, 일반 기업의 잔존물량은 53조 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중소기업(대기업 계열사를 제외한 단일 기업) 물량이 15조9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공기업의 잔존물량은 상환부담을 의미한다.
잔존물량이 각각 약 18조7천억 원인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상환 여력이 약한 중소기업이 대기업·공기업들과 거의 비슷한 규모로 기업어음을 상환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동안 중소기업들은 급전을 마련하기 위해 공모 회사채보다 발행이 간편한 단기 기업어음을 이용해 자금 공백을 메우는 사례가 많았는데 자금조달시장이 양극화되면서 차환용 신규 기업어음 발행이 어려워지고 있다.
실제로 신용등급 ‘BBB’ 급 이하(무등급 포함) 기업의 기업어음 발행액은 지난 2009년 약 180조 원에 달했지만 지난해에는 불과 4조 7천억 원어치밖에 발행되지 못했다.
게다가 오는 5월부터 기업어음 발행 시에도 증권신고서 제출이 의무화되면서 차환 발행이 한층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