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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결코 가볍지 않은 박근혜 당선인의 일자리 공약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도 하고 축제라고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선거를 그렇게 치를 형편은 아직 못 되는 것 같다. 어떤 이들에게 이번 대선은 대출을 낀 아파트가 걸렸고, 다른 어떤 이들에게는 세금폭탄이 걸렸으며, 또 다른 어떤 이들에게는 복직이 걸려있었다.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우리 지역이 발전을 하느냐 마느냐의 여부도 달려있었고, 심지어 나라 전체의 국운도 걸려있었다. 아니, 그렇다고 믿고 한바탕 난리를 치렀다.

폭풍 같은 시간이 지나고 정신을 좀 추스렸다고 생각될 때, 내가 먼저 한 일은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집을 구해다가 프린트해서 책상머리에 올려놓은 일이다. 각자의 기대가 무엇이었든 간에, 대선 이후 우리 손에 들려있는 것은 당선자의 공약뿐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높은 기대를 한 사람이나 심한 우려를 한 사람이 많지만, 이것은 모두 개인의 믿음일 뿐이다. 정말 각자 기대했던 것을 얻거나, 우려했던 것이 현실로 나타날 지는 아직은 알 수 없다. 하지만 확실하게 어음 한 장은 받아서 손에 쥐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선거란 좋은 것이다.

물론, 나는 정책 연구자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으므로 어떤 구체적인 방법으로 선한 약속들을 실현해 낼 수 있을 지를 생각하는 것이 내가 할 일이다. 하지만 여러분들은 그럴 필요가 없다. 그냥 내가 받기로 되어 있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기다리면 된다. 기다리는 데 소식이 없으면? 당연히 화내고 따져야한다. 오늘은 일자리와 관련해서 우리가 받아 놓은 약속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살펴보고자 한다.

실은 걱정이 앞선다. 대선이 끝난 다음에 노동조합 활동을 하던 노동자들 여럿이 삶을 포기하는 참담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노사 간에 한 약속은 안 지키고 심지어 대법원 판결도 간단히 무시하는 회사에 경종을 울리고 싶어서, 혹은 파업 과정에서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며 수백억 원의 손배 가압류로 노동자의 목을 죄어 오는데, 언론이나 정치권이 좀 관심을 가져달라고, 아무리 외쳐도 대답이 없으니 이 추위에 높은 철탑위로 올라간다.

절망에 이른 이는 모든 것을 포기하는 극단적인 길을 선택했다. ‘걱정 마시라. 행복한 일자리 만들어 드린다고 약속하지 않았나?’ 이 한마디만 박근혜 당선인이 해주면 많은 이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을 텐데, 아직까지 아무런 얘기가 없는 것이 너무나 속상하고 걱정스럽다. 게다가 공약을 지킬 방도를 강구하기 위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꾸려졌는데, 고용복지위원회에 노동정책 전문가가 보이지 않았다. 나중에 전문위원 급에 두 명을 임명하긴 했지만 왠지 노동문제가 우선순위에서 멀리 밀려나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우려를 떨치기 어렵다.

하지만 아직은 좀 더 기다려 보자. 그냥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기대를 가지고 기다려 보자.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하여 행복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공약집에 분명히 쓰여 있다. 10대 공약 중에 일자리와 관련된 약속이 3개나 들어있다. 더구나 복지와 관련된 여러 가지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는 먼저 고용이 안정을 찾아야 함을 새 정권이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일자리를 많이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신산업을 육성하고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공공부문에서 일자리를 확대하여 고용률 70%를 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무엇보다도 주목할 만한 부분은 끔찍이도 긴 근로시간을 줄여서 일자리를 나누겠다고 한 부분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OECD 평균 근로시간보다 400여 시간 이상 많이 일해서, 일 년에 약 2200시간이나 일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상의 초과근로 한도를 꼭 지키게 하고, 휴일근로도 당연히 초과근로시간에 포함시키며, 장시간 근로를 피할 수 없게 하는 교대제를 개편하여 실제 근로시간을 줄이면서, 이를 청년층 일자리 창출로 연결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지금 있는 일자리는 꼭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참으로 고맙게도, 공약집에는 ‘구조조정, 정리해고로부터 일자리를 지키겠습니다.’라고 적혀있다. 기업이 어렵더라도 정리해고를 하기 전에 먼저 업무 재조정과 무급 휴직, 근로시간 단축 등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해고회피 노력을 먼저 하도록 하는 의무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하였다. 그래도 피치 못해서 대량 해고사태가 일어난다면, 정부가 그 지역에 특별히 예산을 지원하여 실직자의 생계와 재취업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나쁜 일자리는 좋은 일자리로 만들어 일자리의 질을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업무는 정규직으로 고용하도록 하고, 특히, 공공부문에서는 2015년까지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다. 최저임금은 경제성장과 물가상승뿐 아니라 소득분배까지 고려하여 인상하고, ‘징벌적 배상제도’를 도입하여 최저임금을 위반하는 사례를 막겠다고 약속했다.

노동조합에도 기대할만한 약속을 했다. 상생의 노사관계가 정착될 수 있도록 정부는 공정한 중재자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으며, 근로시간 면제제도와 복수노조제도의 시행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은 노사정위원회의 논의를 통해서 보완 방안을 도출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약속들은 국민들의 간절한 바람을 받아 안은 것이다. 이 시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면 최소한 이 문제들은 해결해야 한다는 긴박한 요청들을 공약에 담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박근혜 당선자의 원래 성향이 어떠한지, 5년 전 대선의 당내 경선 때 어떤 정책을 내걸었는지, 이런 것들은 조금도 중요하지 않다. 새누리당의 모든 구성원이 이 공약을 만들 때 동의했는지 여부도 우리가 알 바 없다.

오직 우리가 분명하게 알고 있는 것은 새누리당의 후보로 대선에 나온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그의 공약집에는 매 페이지마다 ‘새누리의 약속’이라고 굵은 글씨로 쓰여 있다는 것이다. 딴소리를 찔끔찔끔 흘리는 내부자와 보수언론을 제압하고 공약을 이행할 의무는 박근혜 당선인의 몫이며, 또한 새누리당의 의무이기도 하다.

장지연
복지국가소사이어티 / 정책위원,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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