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다름 아닌 산업관광이다. 우리나라는 산업관광을 활성화할 수 있는 많은 소재를 갖추고 있다. 일반관광이 선진국에서 개도국으로 가는 반면, 산업관광은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오는 상품이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산업관광이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적기가 지금이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2050클럽으로 상징되는 선진 7개국 중 하나가 되었다. 무역 1조 달러 달성, 세계무역순위 8위, 스포츠 그랜드슬램 달성 등 세계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만한 성적표도 달성했다.
미국·유럽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명목 GDP기준, 우리나라의 경제영토는 57.3%로 칠레, 멕시코에 이어 3위이다.
하지만 올해 세계 경제전망치는 그리 좋지 않다. 2011년 말부터 심화된 유로지역 금융위기와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경제의 낮은 성장률에서 비롯된 저성장은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각종 경제연구기관들이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희소식도 있다. 최근 HSBC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3.8%로 전망한다고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그중 우리의 눈을 끄는 것은 다름 아닌 로널드 맨 HSBC 아시아 담당 이코노미스트의 “지난해 한국에 관광객 1천만 명이 방문해 관광수입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면서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긍정적으로 제시했다.
그는 “원화 강세 현상이 조금 더 강해지더라도 관광산업은 성장할 것”이라며 “관광산업의 팽창은 고용과 투자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특히 세계 경기 회복세가 두드러질 올해 2분기부터 한국 관광산업도 눈에 띄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관광객 1천만 유치로 관광산업의 위상을 새롭게 정립한 한해였다. 그 기저에는 국제회의 유치, 의료, 공연 등 고부가가치 관광 상품개발에 주력했기에 가능했다. K-pop 등의 한류 열풍을 활용한 한국 관광의 이미지제고 또한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효과는 국가브랜드 가치를 15위에서 13위로 끌어올렸다.
외래 관광객 2000만 명 시대를 여는 한국관광을 이끌어갈 새로운 동력이 절실하다는 관광학계의 우려 섞인 목소리에 화답하듯 문화관광부는 한국형 ‘산업관광’ 활성화 방안을 마련했다. 우리나라의 경제규모와 국가위상을 감안할 때 좀 늦은 감이 있기는 하지만 산업관광이 새로운 관광객을 창출하고 경제성장을 견인할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산업관광 규모는 약 110만여 명으로 시장점유율이 3% 내외이다. 산업관광 운영사업체도 335만여 개 사업체 중 331개 기업만이 참여해 0.01%에 머물고 있다. 이에 따라 융·복합 고부가가치 산업관광의 체계적 육성을 위한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게 됐다. 이번 활성화 방안에서는 ‘한국형 산 실현’을 비전으로 4대 부문 핵심과제를 선정, 올해부터 오는 2017년까지 5개년 간 추진할 계획이다.
추진하게 될 산업관광 4대 부문 핵심과제는 ▲산업관광 기반조성 ▲산업관광 수요창출 및 확산 ▲산업관광 진흥체계 고도화 ▲민간참여 산업관광 육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첫째, 국내 산업관광 자원조사를 통한 경쟁력 있는 100대 자원을 선정하여 기반시설과 산업관광 수용태세 개선 등 산업관광 활성화를 위한 기반을 조성한다. 둘째로는 우수 산업자원을 활용하여 가족·청소년이 함께할 수 있는 놀이식 학습(Edutainment) 상품을 개발하여 관광객의 참여와 흥미를 유발하고, 산업관광 전문여행사를 육성하여 유통구조를 개선하는 등 산업관광 수요를 창출하고 확산에 노력한다.
셋째, 산업관광 진흥체계 고도화를 위해 전문 인력에 대한 교육훈련과 양성, 산·학·연·관 산업관광 협력·네트워크 구축, 산업관광 관리운영 실태에 대한 평가와 컨설팅을 시행한다. 마지막으로 민간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한편, 우수 산업관광 지역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글로벌형 산업관광도시를 지정하여 행·재정적으로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
그러나 문화관광부의 산업관광활성화 방안의 초점이 국민의 국내 내수관광시장 활성화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 같아 매우 당혹스럽다.
국민의 해외관광시장은 2005년 1,008만 명에서 2011년 1,269만 명으로 25.9% 성장한 반면, 국민 내수관광시장은 같은 기간 3,688만 명에서 3,501만 명으로 5.1% 감소해 국내 내수관광시장을 활성화 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시각은 국가 간 상호교류를 기본으로 하는 관광정책의 기본을 망각한 발상이다. 지난 89년 해외여행 전면개방 이전에 외국관광객 유치를 위해 외국관광기관을 찾아 관광객을 송출해 줄 것을 홍보하면서 “한국은 해외여행을 자유화하지 않고 관광객 유치에 열을 올리는 가”하는 곱지 않은 시각을 받았던 적이 있다.
또한, 97년 IMF 시기에 해외 골프와 크루즈 관광객을 세무조사 하겠다는 언론보도로 우리나라의 관광정책에 대한 인식이 잘못되었다는 외국 관광기관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산업관광이 국내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는 관광에 대한 인식 자체가 예전과 같이 한 발짝도 진일보하지 못한 근시안적인 관광 활성화 방안이 아닐 수 없다.
산업관광이 내수가 아닌 외래객 유치에 심혈을 쏟아야 하는 것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아주 중요하다. 산업관광의 활성화는 내국인의 국내관광보다는 외래관광객 유치를 통해 우리나라의 경제발전 모습을 보여주고 개도국 관광객에게는 희망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또한 국가경제에 일익을 담당하는 것은 물론 관련 산업의 활성화로 고용을 창출하며, 상호교류를 통하여 세계시민적인 시각에서 문화의 교류가 이루어 져야 한다.
우리나라의 세계 1위의 산업인 반도체, 철강, 선박, 섬유화학, 자동차부품과 인삼 등을 통해 산업관광을 활성화해야 할 것이며, 유럽 등 산업관광 선진국에서 국가산업과 기업을 활용해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는 사례의 벤치마킹도 필요하다.
특히 산업관광이 지속성을 가지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산업관광 상품개발도 중요하지만 이에 앞서 산업별 전문가양성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관련 상품이 저질 상품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지속적인 지도를 해나가야 한다.
산업관광이 경제 활성화의 견인차가 되고, 산업관광이 외래관광객 2000만 명 시대를 여는 기틀이 될 것을 기대해 본다.
류기환
광운대학교 정보과학교육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