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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콤포지션 경제학(22) 커지는 정치·정책 리스크 대처법

[이상용 수석논설주간] 더불어민주당이 기업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고 중산층 이상에게 무거운 세금을 물리는 법안과 정책을 서슴없이 밀어붙이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특별법도 무리하게 추진하는 모양새여서 후유증이 우려된다. 진보좌파 정당이 어느 정도 개혁을 추진할 것이라는 점은 예상했지만 우리 경제가 감당할 수준을 넘어서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일련의 부동산 정책을 살펴보자.

 

 

부동산 시장에 대한 오해

 

‘시장’은 석기시대부터 생긴 것임에 틀림없다. 인간은 혼자서 필요한 것을 다 생산할 수 없으므로 나에게 남은 물건을 시장에 가서 팔고 필요한 것을 구입했을 것이다. 부동산 시장이란 것도 마찬가지 원리가 작동한다. 모든 사람이 집을 1채씩만 가지고 있다면 시장이 형성될 리가 없다. 여러 주택을 소유해야 자기 살 집을 제외하고 나머지 집을 가지고 팔든지 임대를 놓든지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다주택 소유자를 ‘악덕 투기꾼’으로 보고, 중과세를 매긴다.

 

이렇게 되면 사람들은 다주택을 소유하다간 세금이 무서워 한 채만 소유하게 될 것으로 정부는 믿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실제는 다른 현상이 나타난다. 집을 살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다주택 소유자들이 급히 내놓은 물건을 사지 않는다. 집을 살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미 주택 소유자일 것이다. 혹시 그들이 자식에 증여할 요량으로 집을 살 수도 있으나 증여세가 무서워 안 살 것이다. 정부의 다주택 소유자 중과는 결국 부동산 시장의 거래를 멈추게 만들었다.

 

또 부동산 시장은 그 나름의 특성이 있다.  집 한 채 가격이 자동차 값의 작게는 수배 많게는 수십 배 비싸다. 따라서 자기 주택을 장만하려면 한꺼번에 일시불로 주고 사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실수요자들은 전세를 끼고 사거나, 그것도 모자라면 대출을 받아서 주택을 구입한다. 이런 사다리를 문재인 정부는 다 끊어버렸다. ‘부동산’이란 물건에 대한 이해가 아주 순진하고 무지한 탓이다.

 

실수요자 외에 주택을 사려는 사람들은 ‘투기꾼’이 아니라 ‘부동산 전문투자자 혹은 사업자’라고 봐야 한다. ‘투기꾼’이란 표현은 비경제적 용어다. 주식을 어제 샀다가 오늘 올라서 시세 차익을 남기도 판다고 해서 주식 투기꾼이라고 하지 않는다. 부동산은 거래 금액이 크고 지역에 묶여 있는 물건이므로 회수 리스크가 그만큼 크다. 이런 특성 때문에 부동산 투자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상당한 전문성을 요한다. 부동산으로 돈 벌었다는 사람은 실수요자가 가지고 있다가 우연히 부동산 시세를 잘 타서 오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들은 한두 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집 한 채 가진 실수요자가 두 채 가지기는 쉽다. 원래 살던 집에서 더 큰 집으로 가거나 더 작은 집으로 이사하고선 임대를 하거나 나중에 물려주려고 가지고 있을 뿐이다. 이들을 투기꾼을 모는 건 애초부터 성립하지 않는다.

 

부동산 투자자와 사업자는 투자-관리-판매-세금 등이 복잡하기 때문에 전업으로 할 수밖에 없다. 제조업이나 서비스 사업자 등 다른 사업을 하는 사람이나 월급쟁이가 부동산 투자자와 사업자로 나서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본은 부동산 버블기에 기업들이 대도시 상업지도 사고 아파트도 구매했으나 한국의 기업들은 부동산 구매대열에 참여하지 않았다. 한국은 실수요자가 주택 1~3채를 가지고 있다가 우연히 돈을 번 것을 보고 ‘부동산 대박 신화’란 신기루를 만들었다. 역대 정부는 실체 없는 부동산 투기꾼과 전쟁을 벌이면서 부동산 가격만 잔뜩 올려놓았다. 이런 과정에서 정상적인 부동산 투자자와 사업자들이 양성되지 못하는 바람에 부동산 가격이 예측 불가능할 정도로 ‘미친’ 춤을 췄다.

 

부동산 시장은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의 흐름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정책을 펴는 게 원칙이다. 가격이 오르면 공급을 늘려서 자연스레 부동산 하락이 이뤄지도록 유도해야 한다. 부동산은 거래가격이 높으므로 가격 변화가 느리고 수요와 공급의 조정 사이클이 한두 템포 느리기 마련이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것을 보고 언론들이 냄비보도를 해대면 정부는 더 놀라 ‘투기 억제’라는 이유로 공급 자체를 틀어막았다. 공급을 늘리는 정책을 펴고 느긋하게 기다리면 될 것을 불필요하게 가격을 상승시켰다. 또 신규주택 공급은 민간이 주도하는 게 원리에 부합한다. 정부의 공공물량은 극소수에 그치고 민간업자들이 공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민간 사업자들의 이익을 전부 투기 수익으로 보는 관점으로는 공공 물량 외에는 공급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공공주택 공급정책은 임시방편은 될지언정 지속가능하지 않고 나중에 부실화될 게 뻔하다.

 

한국 부동산 시장은 대표적인 정부 정책의 실패작이라는 게 기자의 견해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입안자들은 반시장적 신념주의자이거나 지극히 협소한 로컬적 공개념 주의자들이 많은 것 같다. 한국경제는 지금 G7운운 할 정도로 글로벌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단계에 있다. 당연히 고급 주택에 대한 내국인 수요와 외국인 거주자들이 존재하고 있다. 앞으로 그런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이며 그것이 감소된다면 한국경제의 미래가 암울할 거라는 걱정을 해야 할 판이다. 이런 고급 수요의 존재를 아예 무시하는 건지, 모르는 건지 알 길이 없다. 뉴욕과 런던, 도쿄, 파리, 두바이 등 세계 대도시에는 고가의 주택들이 존재하고 있다. 이런 것들을 부정하는 것은 경제개발 이전 후진국적 사고라고밖에는 설명할 수 없다. 한국의 정책당국자들의 부동산 인식은 1970년대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또 집 두 채에 대한 정부의 인식도 너무 안이하다. 요즘에는 부부 맞벌이가 많기 때문에 서울과 지방에 따로 살고 주말에만 만나는 사람들이 엄청 많다. 정부부처들이 대거 옮겨간 세종시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을 전부 지방으로 이전했기 때문에 서울과 지방에 각 한 채씩 소유하고 있는 것이 하등 이상할 것이 없다. 여기에 유산으로 물려받은 집을 못 팔고 엉거주품 가지고 있으면 세 채가 된다. 그들은 투기 목적으로 가지고 있던 게 아니다. 그런데도 현 정부와 여당의 인식은 모두 ‘투기꾼’으로 보는 식이다.

 

우리나라의 도시 내 부동산 대부분은 사실상 은퇴자들의 사회보장적 자산임을 현 정부는 전혀 무시하고 있다. 국민연금 실시 첫해부터 가입해 은퇴한 사람이 한 달에 받는 돈이 150만원선이다. 이 돈 가지고는 은퇴자가 대도시에서 생활할 수 없다. 그러므로 은퇴자는 임대를 받아 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 은퇴자의 일자리란 불규칙하고 소액이기 때문에 임대소득이 없다면 생활비를 다 충당할 수 없다. 이런 딱한 실정이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50대 중반 이후는 모두 다 아는 현실이다. 이런 현실을 깡그리 무시하는 것이 현 정부의 부동산 인식이다.

 

법안 남발은 ‘경제 위축’ ‘기업 내쫓기’로 작동

 

법이란 한 번 제정되면 없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기존 법을 새로 개정한다고 만들면 두세 개가 더 생긴다. 아무리 규제 완화를 외쳐도 완화되는 것보다 더 많은 규제가 나타난다. ‘법의 파킨슨 법칙’이라고 할까. 오늘날 의회민주주의 국가의 고질병이라고 말할 수 있다. 또 법이 공동체의 이익에 부합돼야 하는데, 실제는 특정 이익계층에게만 이익이 되는 법안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법 제정취지는 한결같이 공공의 이익을 내세우나 실상은 편향적이고 불공정한 사례가 흔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근무제다. 확실히 기존 노동자들에게는 좋은 정책이다. 하지만 기업주와 자영업자와 신규 취업자들에게 불이익이 돌아갔다. 기존 노동자들은 강력한 노조란 이익단체가 있으나 학교를 막 졸업한 취업생은 조직이 없는 개미들이므로 항의할 방법이 없다. 자영업자들이 뒤늦게 조직도 만들고 저항도 해보지만 아직은 잘 안 먹힌다. 기업자단체인 상공회의소와 전경련, 경총은 이 정부에서는 전혀 힘을 못 쓰고 있다.

 

글로벌 분산 경영, 리스크 헷지(Hedge) 전략상 필요

 

한국기업들은 이제 진보좌파정권의 정책 독주 리스크를 고려할 때가 온 것 같다. 득표 계산이 확실히 나오는 특정 계층 및 특정 지역 편중의 법안 남발이 우려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득표력’이 우대되다 보니, 민주주의 체제인데 지독한 ‘비민주적 유사 독재’, ‘불공정 독과점’이 유령처럼 배회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현 정부의 정책이 이대로 계속되면 비대면의 영향이 아니더라도 독립자영업은 씨를 말리고 그 자리에 외국계 글로벌 프랜차이즈나 대기업형 점포들이 들어설 판이다. 어설픈 전통시장 보호정책은 대형마트 속 독립점포주들과 노동자들을 실직자로 내몰고 있는 것 같다. 과도한 택배노동 보호규제책은 그나마 그럭저럭 괜찮은 택배 일자리 수를 되레 축소시킬지도 모른다. 한국의 기업들은 숨 쉴 공간을 점점 잃어버리고 있다. 기왕의 막연한 글로벌 진출보다는 글로벌 분산 경영이 필요해 보인다. 코로나 사태로 한결 친숙해진 비대면 원격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통해 원격 근무가 가능해졌고 해외 근무의 거부감, 두려움도 사라지는 것 같다.

 

처음 글로벌 진출을 할 때 특정 나라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지금까지 한국의 중소기업 해외진출을 보면 즉흥적이었다. 진출 지역에 대한 준비도 없이 넓은 바다에 투망을 던지듯 했다. 돈이 벌린다 싶으면 우∼들어갔다가 안 되면 훅 빠져나오는 치고 빠지기식이었다. 흔히 해외정보의 부족을 해외진출의 장애로 거론하는데, 해외정보란 본인이 구하는 것이지 정부 출연기관이나 남이 해주는 게 아니다. 해외지식과 해외 비즈정보와 헷갈려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해외지식은 기초지식에 불과하고 그건 바로 비즈니스에 도움 안 된다. 해외정보란 본인이 직접 현장에 나가서 보고 경험하여 체득한 것이어야 한다. 해외정보를 누가 친절하게 문서화해주는 곳은 이 지구상엔 없다. 해외비즈정보란 애초부터 맞춤형이라야 한다. 그렇게 힘들게 얻는 해외비즈정보란 것도 시시각각 변하고 부정확한 게 속성이다. 바로 이런 이유로 처음부터 글로벌 분산 경영을 통해 그 나라에서 자리를 잡으면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글로벌 분산 경영과 해외공장 이전과는 좀 다르다. ‘해외공장 이전’은 국내 비용이 커져서 싼 비용의 해외로 가는 것이라고 한다면 ‘글로벌 분산 경영’은 처음부터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고객이 있는 곳에 간다는 개념으로 봐야 한다. 한국기업들은 정치와 정책 리스크를 떠나서 이제 글로벌 분산 경영전략을 취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MeCONOMY magazine March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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