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에는 신혼집을 얻으면 10평에서 시작했다. 그러다 자녀가 생길 때쯤이면 20평으로 갈아타고 자녀가 크면 30평으로 늘려갔다. 그 때는 나이 들면 큰 평수 아파트에 사는 것이 꿈이자 사회적 성공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녀들이 출가를 하고 노인 두 명이 사는데도 40평대 이상에서 살았다. 사실 노인 두 명이 40평대에 사는 것은 엄청난 관리비와 연료비 등 유지관리가 쉽지 않은데도 말이다. 그들의 핑계는 자녀들이 명절 때 오면 손자들을 합해서 십 수명되기 때문에 큰집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2000년대 중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책으로 1가구3주택의 세금폭탄이 떨어지면서 많은 다주택자들이 1,2주택으로 집을 줄이게 됐다. 다주택은 2주택이상부터 50%, 3주택부터 60%가 세금으로 매겨지면서 차라리 많이 오른 1주택을 가지고 있다가 파는 것이 세금을 덜 내게 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많이 오른 1주택이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강남과 같은 위치 좋고 교육, 인프라가 좋은 곳의 소형보다는 중·대형 아파트에 투자를 하게 됐다. 이러한 이유는 가격이 비싸서 투자금이 많이 들고 전체적으로 덩어리가 크기 때문에 아파트 값이 조금만 올라도 소형 몇 채 오른 것보다 양도차익이 클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실제로도 이러한 중·대형 아파트가 더 많이 올랐어도 40평대 이상에 노인 인구가 많이 살았던 것이다. 유지관리비보다 집값이 더 올라 대출도 많이 나올 뿐더러 나중에 팔아도 유지관리비를 상계하고도 남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2008년도에 금융위기가 터졌다. 시장은 얼어붙었고 다주택자에게 붙던 세금도 유예되거나 없어지게 됐다. 2008년도에 정부에서는 주택의 가격이 꼭짓점에 있던 시절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 2기 신도시를 발표하게 된다. 이에 시장은 늘어난 공급량과 투자수요의 감소, 세계경기의 후퇴 등으로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에 중대형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과 신도시 중대형에 투자했던 사람들은 패닉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아파트가 분양가 이하로 떨어지고 고점대비 60%정도까지 떨어진 아파트가 등장하는가 하면 30평대와 40평대 아파트 가격이 동일하게 떨어지고 오히려 전세가는 30평대가 40평대보다 비싼 기현상도 일어났다. 가격이 올랐을 때는 이 모든 단점을 가격이 오른 것으로 덮을 수 있었지만 가격이 떨어지면서 40평대 이상이 가지고 있던 단점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관리비가 비싸고, 냉난방비가 많이 들고, 청소하기 힘들고, 전월세를 찾는 사람이 소형보다 적고, 상대적으로 투자금액이 크다는 것 등이다.
그럼 앞으로 중·대형이 각광을 받는 시기가 다시 올까? 1961년생은 남녀 합쳐서 100만 명에 육박했지만 지금의 2012년생은 40만 명이 안 될 정도로 출생률이 감소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1,2인 가구로 빠르게 재편중이다. 최근 발표된 정부자료를 보면 1,2인가구는 늘고 4인 이상의 가구는 줄어드는 추세다. 일단 50대 이상은 이혼과 사별 그리고 자녀의 출가 등으로 줄고, 30대와 40대는 늦은 결혼으로 줄고, 20대는 취업문제로, 4인 이상의 가구가 늘어 날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4인가구도 중·대형보다는 소형주택을 원하고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가구 구조 변화에 따른 주거 규모 축소 가능성 진단’에 따르면“ 2010년 현재 국내 가구 중 전용면적 60 제곱미터 미만, 60 제곱미터~102 제곱미터, 102 제곱미터 초과 면적에 거주하는 비율은 각각 41%, 49%, 10%에 해당한다. 그러나 향후 5년간(2012년~2017년) 증가하는 가구의 각 면적별 비중은 61%, 31%, 8%로 추산된다. 따라서 향후 중대형 주택 수요 비중은 감소하고 소형 주택 위주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장기적으로 주거다운사이징이 발생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나와 있다.
현재보다 60제곱미터 미만의 소형 가구의 수가 41%에서 61%로 늘어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그에 비해 중형과 대형은 합쳐서 40%도 안 되게 떨어진다는데 의의가 있다. 그럼 이러한 자료들을 종합해서 앞으로 어떤 식으로 주거문화가 변할지에 대해 생각해보기로 하자.
월세는 안정화가 될 것으로 전망돼
서울의 역세권 소형주택과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 등 소형은 부동산 불황기에도 각광을 받을 것이다. 앞으로 서울의 재개발, 재건축으로 주택의 공급이 늘어난다면 서울의 주거비용이 싸지게 될 것은 자명하다. 그렇다면 서울의 주거주택의 월세가 계속 싸질까? 그리고 공급대란으로 서울에 주택을 가지고 있는 것이 재앙이 될까? 그렇지는 않다.
초반에 대규모로 아파트와 오피스텔이 지어진다면 초반에는 어느 정도 타격을 입게 되겠지만 향후 적정선의 가격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수도권에서 서울로의 인구유입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의 주거비용이 싸다면 그동안 수도권에서 출퇴근을 하던 수요가 서울로 이동을 하기 때문이다. 즉 인천에서 서울로 출퇴근을 하던 A씨는 한 달에 출퇴근 비용으로 수십만 원이 나가고 시간 또한 많이 버린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그러면서 차츰 인천에서 주거비용과 출퇴근 비용, 시간적인 낭비를 생각하여 서울로 주거지를 옮기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의 주거용부동산 공급은 계속 이뤄지지만 지방의 빈 땅에 공급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갈 공산이 크다. 그래서 월세는 안정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혹시 공급이 훨씬 더 많이 서울 쪽으로 일어난다 해도 서울의 주거용부동산이 타격을 받는 것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수도권의 주거용 부동산에서 임대료가 싼 서울로 이동하는 수요 때문에 수도권의 대부분 도시는 타격이 더 심할 것이다. 이러한 것은 수도권의 대부분 도시가 서울의 베드타운인데 기인한다.
수도권 집근처에 직장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서울로 출퇴근을 하고 집에서는 잠만 자는 베드타운 말이다. 그래서 서울의 주거용부동산 과다 공급과 주거비(월세 등)가 내리면 수도권에서 서울로의 이동이 심화 될 것이란 얘기다. 더 타격이 큰 것은 이동하는 사람들이 젊은 청, 장년층의 1,2인 가구라는데 문제가 있다. 이들은 소비를 하는 사람들로서 이들이 수도권 부동산에서 사라진다면 마트와 병원 등 생활편의시설이 장사가 안 될 터이고 이들이 규모가 줄어들면 가장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수도권의 부동산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반대로 서울의 주거용부동산은 역세권에 위치한 소형 주거용부동산(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소형주택 등)이 가장 수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 지금이라도 서울 역세권에 소형 주거용부동산을 사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 것이다. 물론 장기적으로 봐서는 그렇지만 현재는 그 것을 샀을 때 가격대비 수익률이 좋은지에 대한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 아무리 장기적으로 좋다고 하더라도 너무 분양가가 높아서 수익률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면 은행이자보다 못한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잘 알아야 할 점은 서울의 소형부동산에 대해 관심을 가지되 현재는 수도권에 수익률 좋은 부동산 위주로 임대를 놓고 있다가 차츰 수도권에서 서울로 주거이동이 되는 시점에서는 팔고 서울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시대에 역행하는 투자를 하지 말아야
서울과 멀리 떨어진 베드타운의 대형주택은 외면 받을 것이다. 위의 글을 잘 읽어보셨다면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알수 있다. 소형이 대세이고 서울 쪽으로의 이동이 대세인데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베드타운의 대형주택은 앞으로도 전망이 그리 밝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는 수도권에서 수익률이 나오는 부동산에 투자를 하고 향후 소형과 서울이라는 테마를 찾아 떠나야 한다. 또한 점점 전세에서 월세의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소형주택은 월세가 기본이다. 매매가의 오름폭이 크지 않기 때문인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오피스텔은 사면 떨어지니 전세를 놓는 것이 아니라 월세로 현재 당장의 수익을 뽑는 구조였다. 게다가 이젠 최소비용의 투자 방식에서 임대투자 방식으로 투자 패턴이 변하고 있다. 최소비용의 투자방식은 매매가격이 오를 것을 염두에 두고 매수를 할 때 전세를 최대한 많이 뽑아서 실투자금이 적게 들어가게 한 다음 향후 가격이 오르면 파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아파트를 구입할 때 매매가가 1억인데 전세가 9천만 원이라면 실투자금이 1천만 원이 들어가게 된다. 향후 1억짜리 아파트가 1억5천이 되면 1천만 원 투자해서 5천만 원의 양도차익을 얻는 투자를 말한다. 그래서 최소비용의 투자방식은 실투자금이 적게 들어가면서 확실한 고도 성장기에 적합한 투자방식이다. 그러나 현재는 이러한 투자방식이 재미를 못 보고 있다. 요즘에는 주거용부동산을 사면 떨어지기 때문에 오히려 위와 같은 아파트는 1억에서 1천만 원이 떨어져서 9천만 원이 된다면 전세가가 9천만 원이니 깡통아파트가 되는 것이다. 게다가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1%대까지 떨어진다고 하니 불확실한 저성장기의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러니 집주인들은 전세가가 올라간다 하더라도 향후 점차적인 집값 하락이 예상되니 전세가를 더 올려 받는 것이 아닌 전세가격만큼을 월세로 돌려서 반 전세를 주는 추세다. 향후 계속된 집값 하락과 경제의 불확실성(유럽의 경제위기 등)이 계속된다면 집주인들은 최소비용의 투자방식을 더 이상 고집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에 수익성 부동산에 사람들이 더 관심을 갖는다. 만약에 정말로 부동산이 매매가격이 오름으로서의 양도차익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면 사람들은 집을 사는 것이 아니라 전부 월세를 사는 식으로 변할 것이다. 특히나 서울로 출퇴근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 같은 경우는 수도권에서 대규모로 공급된 새 아파트에서 월세를 사는 편이 훨씬 이익이라는 얘기다. 소형과 서울로의 주거 집중은 이미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이것에 대한 원인은 1,2인 가구 증가, 노인인구 증가, 생산인구 감소, 대규모 도쿄의 재개발, 재건축으로 공급증가 등이 복합적인 원인이다. 향후 일어날 소형시대에 미리 대비를 하여 시대에 역행하는 투자를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장섭
JD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