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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M-R&D】경제규모와 행복량의 함수

- M이코노미 독자에게 제공하는 독서(Reading)와 토론(Debating) 공간

【M이코노미 김다훈 기자】부탄은 세계에서 자기들이 가장 행복하다고 믿는 나라이다. 히말라야산맥에 둘러싸인 부탄의 전체 인구는 우리나라 수도권 도시 규모 정도이다. 정보통신산업이 주를 이루고 제4차 산업혁명이 키워드가 되어 있는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농업이 대부분이며 산업이라고 해봐야 국토가 산맥에 둘러싸여 있는 지형을 이용하여 생산한 전력을 인도에 수출하는 정도이다.

 

1인당 국민소득도 우리나라의 20% 정도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교육적으로도 특별한 것이 없다. 국민의 반수는 글을 읽지 못하고, 대학까지 교육비전액이 무료라고는 하지만 초·중등교육에 진학하는 비율도 높지 않다. 그런데 왜 부탄국민들은 그들이 세계에서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일까? 국가 경쟁력을 얘기할 때 인구규모니 군사력이니 경제 규모 등을 기준으로 하는데 대체적으로 국민총생산(Gross National Product, GNP)이 기준이 된다.

 

그런데 부탄은 GNP 대신 GNH(Gross National Happiness, 국민행복지수)라는 지표를 만들어 국가목표로 하고 있다. GNH를 만든 것은 1970년대이지만 1999년에 발표한 국가의 중장기 방향이 들어있는 ‘부탄 2020’에서 GNH를 중심적인 개발 개념으로 한다고 명시하였다. 이미 정량적 가치에 익숙해 있는 우리는 얼토당토않은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부탄은 2005년에 GNH 조사를 실시하였다. ‘매우 행복함’(Very happy), ‘행복함’(Happy), ‘행복하지 않음’(Not very happy)의 세 항목을 가지고 외국인을 포함한 전 국민에게 질문하였는데 행복하다고 응답한 국민이 97%였다. 그 이후로 부탄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의 대명사가 됐다.

 

 

우리나라의 몇몇 도시도 벤치마킹을 간 적이 있다고 한다. 부탄의 행복지수에 관심이 많아 부탄 연구회에 몇 번 참석한 적이 있다. 그리고 같은 세미나에 참가하고 있는 연구자로 부탄 연구에 깊이가 있는 지인이 있어 종종 부탄을 주제로 화제를 나누곤 했다. 한번은 그에게 ‘부탄은 정말 행복한 나라 인가’라고 물어보았다. 그는 부탄을 잘 알고 있고 연구차 부탄을 자주 방문하고 있으며 부탄 정부관계자도 잘 알고 있어 흥미로운 대답을 기대했다.

 

그러나 나의 예상과는 달리 그는 ‘부탄은 다른 나라들이 행복한 나라라고 칭찬을 해대는 통에 피곤해한다’는 부탄국내의 반응과 함께 지그미 틴리 (Jigmi Y. Thinley) 전 부탄 총리가 2012년 4월에 유엔에서 한 연설문을 보내주었다. 일부 인용하면, 많은 사람들이 믿는 것처럼 부탄은 국민행복지수를 달성하지 못하였다. (중략) 우리는 사회변화의 목표로서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필요인 행복을 이루는 것이다. 

 

부탄은 2015년에 세 번째 GNH 조사를 실시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선거철만 되면 여론조사를 전문으로 하는 기관이나 단체가 후보별 지지도를 조사하여 언론에 공표한다. 누구를 대상으로 어떻게 조사했는지 보다는 결과만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지지율이 몇 퍼센트 떨어지면 더 자극적인 용어법을 써가면서 국민들의 관심을 끌려고 노력한다. 조사 응답률, 조사대상의 연령별·지역별 분포 등의 내용을 보면 지지율 자체에 큰 의미를 둘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도 말이다.

 

부탄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비록 부유한 나라는 아니지만 정부가 국민들의 마음을 알기 위해 진실한 태도로 대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부탄은 비록 경제적으로 잘 살지는 않지만 행복한 국가라고 생각하는 것은 국민행복지수 조사의 성실함과 조사표 설계의 정교함 때문이다. 조사 항목이 9개 도메인과 148개 질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조사를 위해서 대학 이상 졸업자 66명을 훈련시켜 약 5개월간에 걸쳐 직접 인터뷰 조사를 실시했다.

 

15세부터 96세까지의 무학, 대학원 졸업자, 학생, 농부, 고령자, 직장인, 사업경영자, 정부관료 등 7,153명을 대상으로 하였으며, 깊은 산골에 사는 주민들을 인터뷰하기 위해 이틀간이나 걸어야 했다. 2015년 조사에서도 행복하다는 부탄 국민은 91.2%인데 그중에서 아주 행복하다는 국민은 43.4%나 됐다. 행복하지 않다는 응답은 불과 8.8%였다. 그들이 행복하다고 한 이유를 정부가 국민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태도, 즉 두메산골에 사는 촌로의 의견을 듣고자 이틀을 걸어간 성실함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조사 결과를 들여다보면 비판할 여지도 없지는 않다. 남자가 여자보다, 도시 거주자가 농촌거주자보다, 교육을 받은 자가 받지 않은 자보다, 직업을 가진 자가 농부보다 더 행복하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부탄 국민 대다수가 느끼는 행복지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데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세계평화지수는 해가 갈수록 점점 떨어지는데 대조적으로 부탄은 점점 더 올라가고 있다(부탄 은 2009년 40위에서 2016년 13위로 27단계나 올랐다). 경제력이 행복량과 비례하지 않을뿐더러 그렇다고 높은 교육수준이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충분조건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R&D 2 - 교육과 행복


세계는 행복한 자를 사랑한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행복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인류의 역사가 시작되면서 인간이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목표가 되어있다. 그래서인지 정부도 행복을 이념화하여 ‘행복교육’을 국정과제로 하였는데 행복이 무엇인지, 행복교육은 어떠한 교육인지 추상적이어서 명료하지 않다.

 

‘행복교육’을 주제로 한 저술에서는 행복의 원리로 관점 바꾸기, 감사하기, 비교하지 않기, 목표 세우기, 음미하기, 몰입하기, 관계를 돈독하게 하기, 나누고 베풀기, 용서하기 등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행복의 원리가 학교교육의 차원을 넘어 교육 제도 전반에도 적용되는 일반적인 원리가 될 수 있을지는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행복은 철학가, 사상가, 종교가에 따라 개념적 정의가 다르고 또한 추상적이어서 공통된 정의는 쉽지 않다. 그렇지만 역사 이래로 행복은 인간이 추구하고자 하는 최고의 선이자 가치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행복은 누구나 추구하는 궁극 목표이며, ‘그 자체를 위하여 추구하는 것은 다른 것을 위하여 추구하는 것보다도 궁극적’이고 ‘행복이란 특히 그러한 성격을 가진 것’이라고 하였다.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면 행복은 최고 목표이자 영속적인데 실 생활의 구체적인 활동의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쾌락은 영속 성도 안정성도 결여하는 것이다. 


그런데 영국의 도덕 철학자이자 공리주의 원리를 확립한 제 레미 밴덤(Jeremy Bentham)은 도덕의 최고원리는 행복, 즉 고통에 대한 쾌락의 비율을 최대화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밴덤에 의하면 바른 행위와 정책이란 ‘최대다수 개인의 최대 행복’을 가져오는 것이다. 최대다수 개인의 최대 행복이란 개인의 행복의 총계가 사회 전체의 행복이므로 사회 전체의 행복을 최대화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자유론』의 저자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도 공리 주의에 충성을 서약한 공리주의자였다. 그는 행동의 정당함 은 행복을 증진하는 정도에 따라 결정되며, 행동의 잘못은 행복을 잃는 정도에 따라 결정된다고 하였다. 그리고 인간으 로서 질 낮은 쾌락에 만족하지 않고 보다 높은 쾌락을 추구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쾌락보다는 타인과 사회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에서 보다 질 높은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런데 임마뉴엘 칸트(Immanuel Kant)는 공리주의자들의 주장을 기각하였다. 공리주의는 최대의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을 권리의 기준으로 하는 것으로 오히려 권리를 취약하게 하고 있다고 칸트는 보았다. 공리주의의 논리처럼 일시적인 욕망으로부터 도덕원리를 도출하려는 것은 도덕적 관점에서 맞지 않는 것이다. 공리주의자가 생각하는 행복의 원리는 도 덕의 확립에 전혀 기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어떤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것과 그를 선한 인간으로 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이며, 이해와 선호를 도덕의 기준으로 하면 도덕의 존엄이 어떤 인간을 사려 깊지 않은 인간, 이익에 민감한 인간으로 만드는 것과 덕이 있는 인간으로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라고 한다. 이해와 선호를 도덕의 기준으로 한다면 도덕의 존엄이 상처를 받는다고 하였다. 즉, 공리주의의 행복원리에 충실할 경우 도덕적으로 사회적으로 공정성과 정의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그래서 주목하는 것이 존 롤스의 정의의 원리이다. 

 

 제1원리  각자는 기본적 자유에 대한 평등한 권리를 가져야 한다. 그 기본적 자유는 다른 사람들의 같은 종류의 자유와 양립할 수 있는 한도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미치는 자유이어야 한다.
 제2원리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은 다음 두 개의 조건을 충족하여야 한다.
(1) 그러한 불평등이 전원의 이익이 된다고 기대하는 데에 무리가 없을 것.

(2) 그러한 불평등이 전원에게 개방되어 있는 지위 및 직무에 부수 되어 있을 것.


롤스의 제2 정의원리는 불리한 자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 생기는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정책은 허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롤스에 의하면 공리주의 행복관은 사회적 정의를 형식화하거나 부정하는 것이므로 우리 사회에서 허용될 수 없다.

 

롤스의 정의 원리에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진티스 (Herbert Gintis)는 롤스의 정의 제2원리에 대해 “정의에 적합 하는 분배·재분배 경제하에서는 시민이 투표자 또는 입법자로서 격차원리에 합치하는 정책에 대하여 자신의 사회적지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를 충분하게 정통한 다음에 지지” 하지만 다양한 이해대립이 존재하는 실제의 분배·재분배 경제하에서는 시민이 실제로 그러한 정책을 지지하고 사회적 정의에 적합한 입법을 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고 지적한다(Rawlsian Justice and Economic Systems).

 

진티스가 지적한 난해한 사회적 합의를 잘 이끌어 내어 롤스의 정의원리를 실현하는 것이야말로 정치가 할 일이다. 한 가지 예로 미국과 영국 등 다인종 다문화국가에는 적극 적차별철폐정책이 있는데 SAT(Scholastic Aptitude Test, 대학 진학적성시험)에서 생기는 편차를 보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미국의 Affirmative Action(영국은 Positive Action)이 그것이다.

 

이 정책은 대학 입학에서 소수인종이나 마이너리티 그룹을 우대하는 것으로 미국의 아이비리그라고 부르는 유명 대학의 경우 입학 정원의 약 30%를 백인이 아닌 흑인, 남미계, 아시아계 등에게 과거에 배분하였거나 지금도 배분하고 있다. 본래 고등교육 기관의 사명은 지식을 생산하고 연구를 통하여 사회의 유지·발전에 필수불가결한 업적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사명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학생들이 입학하여야 한다는 논리가 타당할 수 있다. 그런데 소수그룹에게 입학 정원의 30%를 배정하므로 백인 중 우수한 학 생은 흑인 등 유색 인종에 비해 성적이 좋아도 탈락하는 사태가 종종 발생한다. 밴덤의 공리주의 논리에 충실할 경우 적극적 차별철폐정책은 다수의 행복이 희생되므로 폐지되어야 한다. 그러나 롤스의 정의 제2원리를 적용하면 격차원리에 해당되므로 정의에 부합하는 교육결과 평등정책이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근년에 이 제도를 채택한 많은 주에서 폐지하거나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교육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가장 우선적으로 기회가 균등하게 보장되어야 한다. 교육에서 기회균등은 ‘모든학교에 동일한 교육조건’이 아니라 모든 학교가 새로운 시대에 필수적인 지식과 기술 등의 교육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과 학생들이 국민 생활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가질 수 있는 학력을 제공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학력이란 부모나 가정의 사회경제적 배경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 아니라 국가의 교육결과 평등정책으로 사회경제적 배경이 통제되고 개개인의 능력과 자질이 학교교육을 통하여 발현되는 것을 의미한다.  -김상규(2017). 『교육의 대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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