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MZ에서 2015년 8월4일 북한의 목함지뢰에 우리 병사 두 명이 중상을 입은 북한 도발부터, 8월24일 남측 평화의집 회담협상에서 6개항의 합의문을 도출하기까지 남북은 보이지 않는 한판의 치열한 전투 드라마를 펼쳤다. 북한군의 공격 루트가 어뢰에 의한 천안함 폭침(2010년 3월26일), 연평도 포격전(2010년 11월23일)에 이어, 이번에는 육상에서 목함지뢰로 5년 만에 도발을 해 온 것이다.북한이 목함지뢰 도발을 하기 전에 이미 비무장지대에서 북한군의 동향이 심상치 않았다.
북한군이야간에 철책 안으로 매복조를 투입시키고, 매복조가 철책 안에 2박3일씩 머물고 있다고 발표되었다. 북한이 비무장지대에서 목함지뢰를 활용한 데 대해 지뢰공격은 도발 원점 공격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점과 사건 발생 지점이 군사분계선(MDL) 남쪽비무장지대이므로 한국군이 바로 반격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노렸을 것이다. 또한 목함지뢰가 과거에 접경지역에서 여러 차례 발견됨에 따라 북한측이 유실된 목함지뢰라고 주장하는 방법도 염두에 두었을 것이다.
국방부가 ‘북한의 도발 시에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도록 하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고자 하는 행동의 일환으로 군사분계선 일대 대북확성기 방송을 부활시켰을 때 약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 것은 사실이다. 대북확성기의 위력을 아직 피부로 못 느꼈기 때문이다. 북한이 확성기에 포격을 가하고, 다시 우리 군이 보복포격을 가하는 등 전쟁분위기에서도 확성기는 계속 방송을 내보냈다.
대북확성기 방송 중단에 모든 것 걸어
북한은 남한을 계속 압박하기 위해 8월24일 준(準)전시 상태 선포 이후 평안북도 철산군 기지에 있던 공기부양정 20여척을 서해 남포 해상까지 전진 배치하고, 22일에는 동서해 북한 잠수함기지에서 약 50여척의 참수함이 일제히 출항하여 바다 속으로 숨어들었다. 또한 특수부대를 휴전선 인근으로 전진 배치하는 등 이른바 북한 3대 핵심 침투전력이 모두 소속 기지를 떠나 전방으로 배치되었다.
북한은 어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대북확성기 방송을 중단시키려 했다. 즉, 대북확성기 방송은 바로 북한 정권의 아킬레스건을 찌르는 것이었다. 지뢰 도발이후, 대북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자마자 북한은 방송 중단을 요구했고, 대북확성기를 타격하겠다고 공개경고장을 놓았다. 그러나 북한 도발시 강력 응징할 것을 천명하고, 대북확성기 방송이 계속되자 북한은 바로 꼬리를 내리고 대화를 요구해왔다. 그것도 남측의 평화의 집에서 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북한은 순간적으로 스텝이 꼬인 것이다. 대북확성기를 타격하고, 군사력으로 남한을 압박하기에는 자신의 군사력이 절대 열세에 있고, 그렇다고 확성기 방송을 그냥 놔두면 자기들의 치부가 드러나는 동시에 정권의 안정이 위협받는 상황에 빠진 것이다. 더구나, 북한의 압박으로 남한 내에서 남남갈등이 벌어져 무엇인가 사회분위기가 불안하고, 갈등요소가 생겨야 하는데 북한이 바라는 대로 가지 않는 것도 상당히 당황했을 것이다. 남한 내에서 20~30대의 연약한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젊은 병사들이 자발적으로 전역을 연기하고 총 들고 싸우겠다고 나서는 모습을 보고 패닉에 빠졌을 것이다.
북한에서 자란 장마당세대는 이미 돈에 익숙해있고, 한국 대중가요 테이프, 드라마 DVD 등을 접해 남한에 호기심이 많고 북한 정권에 불만이 많다. 북한의 당 간부자녀들이 주축으로 있는 북한 쪽 휴전선 근방의 2만여 명의 민경대원들도 한국 드라마를 선호하는 부모 밑에서 자라 이미 한류에 익숙한 세대이다. 미래 북한 정권의 주축을 이룰 북한 민경대원들이 한류에 노출되고, 북한 비판의 확성기 방송에 익숙해져 북한 정권의 앞날에 커다한 위협으로 다가올 것을 가장 두려워했을 것이다. 이번 북한의 군사력 동원을 보면 남한을 압박하기 위해 매뉴얼대로 움직였음을 알 수 있다. 비록 잠수함이 구식 무기일지라도 우리에게는 큰 위협으로 다가올 수있는 것이다.
북한 정권의 허약함 여실히 보여
미국은 한반도 전면전에 대비한 작전계획 5027,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한 작전계획 5029 등을 세워놓고 이를 안보 현실에 맞게 매년 보완한다. 작계 5027은 전면전 발발 시 병력 69만명, 항공모함 5척, 함정 160여 척, 항공기 2500여 대 등을 파견하기로 되어있다. 이번 북한의 군사력 동원은 이런 대규모 증원전력이 한국에 도착하기 전에는 서울 등 남한의 핵심 거점들을 최단시간에 기습 점령하는 전략을 세우고, 기습작전을 시도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북한의 속전속결 전략등을 감안해 미래의 한반도 전쟁계획을 보다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동원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사일, 생화학무기, 사이버공격 등 예상 가능한 모든 남침 시나리오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북이 이번에 특수전부대, 공기부양정, 잠수함 3대 핵심 침투전력을 동원한 것은 북한의 남침 전략을 미리 체크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그러나 다음번에 북한은 이미 노출된 전략이 아닌 우리 예상을 뛰어넘는 또 다른 군사작전을 벌일 것이다.
북한의 상황이 전면전을 치를 능력이 안 되고 객관적 군사력도 열세라고 방심해선 안 된다. 또 다른 북한의 기습공격을 예상하고, 이에 대비하여 우리 군도 미래의 작전계획을 수정보완해야 한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우리 국민들의 성숙하고, 자신있는 모습에 감명을 받았다. 특히 신세대 장병들의 모습에서 우리나라의 밝은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국민들이 보여준 침착한 모습은 그동안 우리가 축적한 국력에서나왔을 것이다.
북한은 이미 우리의 상대가 아니라는 생각이 지배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의 지속적인 압박에도 굴복하지 않는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와 우리사회가 동요하지 않는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오히려 북한을 당황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또한 북한 정권의 허약함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확성기 방송을 무서워하는 정권은 아마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통일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는 사건이었다.
MeCONOMY Magazine September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