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캐나다, 멕시코에 대한관세 부과를 선언한 가운데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정유사들은 수혜를 볼 수 있다는 분석이 주목을 받고 있다. 캐나다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차기 행정부의 관세 부과를 피하기 위해 강력한 ‘국경 관리’ 강화 조치를 내놓기로 했기 때문이다.
내년 1월 20일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는 트럼프는 캐나다와 멕시코산 모든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 국가에 대한 관세 인상은 에너지 수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캐나다와 멕시코의 경우 미국 원유 수입량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미국은 셰일 붐(Shale Boom) 이후 경질 저유황(Light Sweet) 원유 생산량이 급격히 증가했는데, 이를 정제하기 위한 미국 정유사의 대규모 Capex(Capital expenditure) 투자 즉 자본적 지출이 크게 증가하면서 현재의 미국 원유 수입량은 2015~16년 고점 대비 약 20% 감소했다. 이 과정에서 중질 고유황 원유인 사우디, 멕시코산 원유 수입량이 큰 폭으로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중서부 및 텍사스 등 일부 정제설비는 고유황 중질유를 필요로 하고 있어 캐나다 오일샌드에서 생산되는 고유황 중질유(WCS)는 미국-캐나다를 잇는 Keystone(60 만b/d), Enbridge Mainline(335만 b/d)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수입량이 늘고 있다.따라서 올해 8월 누적 기준 미국 원유 수입 중 캐나다와 멕시코산 비중이 각각 61%, 7.2%로 약 70%에 달하고 있고 미국 전체 정제 처리량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캐나다산 원유 관세 부과시 미국 휘발유 가격 상승? 원가 구조 악화 가능성
캐나다와 멕시코산 고유황 중질유에 대한 관세 부과는 미국 정유사의 원가 구조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하나증권은 분석했다. 윤재성 애널리스트는 ‘미국 중서부(Midwest)와 걸프만(Gulf Coast) 정유업체의 원가 구조를 악화시키고 휘발유 가격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윤 애널리스트는 “트럼프는 사우디의 감산 완화를 통해 현재 5%에 불과한 미국 정유사의 사우디 원유 수입 비중을 늘리도록 유도하고 이를 정치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정유사의 설비 추가 개조 및 원유 시추 확대를 통한 원유의 자체 소비 구조를 만들어 갈 가능성도 상존하는데 이 경우 미국 정유사의 원유 구조 악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아시아 정유사의 경우 저렴한 캐나다산 원유 수입 수혜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지난 9월 우리나라 GS칼텍스와 일본 ENEOS는 브렌트 대비 5~6$/B 할인된 가격으로 캐나다 원유 도입을 시작했다. 또한 지난 5월 TMX 파이프라인 완공 이후 미국과 아시아를 향한 캐나다의 해상 원유 수출량이 올해 들어 65% 증가한 54만b/d를 기록하고 있다.
캐나다 원유 수출 물량이 남미, 중동산 중질유와 경쟁해야 하지만 아시아향 수출을 위한 운송비 등을 감안할 때 캐나다 원유는 큰 폭의 할인율이 적용돼 거래될 가능성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윤재성 애널리스트는 “사우디 감산 완화와 캐나다산 중질유 수출 확대 등으로 아시아 OSP(브렌트유 및 서부 텍사스산 원유 등 기준 유종과의 가격차이) 하향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캐나다 등에 대한 미국 관세 부과의 나비효과가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북아 국가들의 원유 도입 비용 절감으로 이어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밝혔다.
●각국 美 눈치보기 작전...돌파구 못 찾은 韓 기업, 멕시코 공장문 닫는다
한편, 노미닉 르블랑 캐나다 공안부 장관은 1일(현지시간) 공영방송 CBC와의 인터뷰에서 “캐나다 정부가 앞으로 며칠 또는 몇 주 안에 국경 보안에 대한 새로운 자원을 발표할 방침”이라며 “여기에는 무인기, 헬리콥터, 인력추가가 포함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지난달 29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만난 이후 나온 조치다. 두 정상은 만찬에서 합성 마약 펜타닐 유통과 불법 이민 문제 등 광범위한 문제를 논의했다.
해당 이슈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달 25일 캐나다와 멕시코가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양국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지적한 문제들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회동 이후 “트뤼도 총리가 마약 거래 차단을 위한 협력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앞서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도 지난달 말 트럼프 당선인과 전화 협의를 통해 국경 문제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트럼프 당선인은 “셰인바움 대통령이 멕시코를 통한 미국으로의 이민을 중단하고 남부 국경을 효과적으로 폐쇄하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LG전자가 트럼프 관세 정책에 대비해 내년 초 멕시코 멕시칼리 TV 공장문을 닫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멕시코산 제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추진하는 가운데 TV와 가전, 전장 기지를 모두 갖춘 LG전자의 대대적인 사업 전략의 변화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일 라보즈데라 프론테라 등 현지 외신과 소셜미디어 등에 따르면 LG전자는 이달 말부터 멕시칼리 공장의 가동을 중단하고 폐쇄 수순에 돌입한다. LG전자는 가동률 등 효율성 제고 차원에서 TV 제품을 생산하는 멕시칼리 공장과레이노사 공장의 법인통합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장 폐쇄에 따라 멕시칼리 공장 등에서 근무하던 400여 명을 대상으로 정리해고와 이동을 진행한다. 일부 인력에 대해선 레이노사와 몬테레이 공장 등 타 LG전자 생산법인으로 이전을 추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