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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당신도 일중독?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가장 놀라는 것 가운데 하나가 24시간 이어지는 밤 문화와 불이 꺼지지 않은 사무실이라고 한다. 쉬지 않고 일하고 또 쉬지 않고 노는 모습은 외국인이 봐도 정상적이지 않아 보이는 모양이다. 최근 과도하게 일을 하다 뇌출혈이 온 택시기사와 본인 연구실에서 밤샘일을 하다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채로 발견된 대학교수가 있었다. 일중독이란 무엇이고 해결방법은 없을까.


올 3월 국내 굴지의 대기업 계열사 사장으로 발탁된 김역동(가명)씨는 일주일에 하루도 쉬는 날이 없다. 새로 발령이 나 회사 업무파악중이라고 하지만 그 덕에 아랫사람들은 죽을 맛이다. 아랫사람들은 강요는 받지 않지만 눈치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각 팀장들이 주말에 출근을 해보면 대표이사는 이미 출근해 일을 하고 있다. 대표이사인 김씨는 일하는 것이 너무 좋고 집보다 회사가 편하다고 말했다. 일중독(워커홀릭)처럼 보이는 김씨와 조직 안에서 어쩔 수 없이 쉬지 못하고 일하고 있는 직원들, 바로 현재 우리 기업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일중독이 우리 사회문제가 된지는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급변하듯 이룬 경제성장과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반에 닥친 경제위기와 현재 계속되는 취업난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난 현상일지도 모른다고 지적한다. 마인드힐 클리닉 오동열 원장은 “주변에는 일을 하지 않고 노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경제는 힘들고 먹고 살아야 하니 일을 할 수 밖에 없다”면서 “이런 사회적 불안이 마음을 병들게 만들고 그로 인해 일을 하지 않으면 불안해하고 자신을 더욱 몰아붙이게 된다”고 말했다. 한 심리학 전문가는 “한국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일중독’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회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며 “심지어 ‘일중독’을 ‘근면함’과 비슷한 말로 인식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일을 제일 우선시하는 사람


‘워커홀릭’ 이라는 용어는 미국의 경제학자 W.오츠가 ‘워커홀릭’ 이라는 책을 출판하면서 처음 사용됐다. 가정과 개인사보다는 일을 제일 우선시 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우리나라는 직장인 4명 중 1명은 본인 스스로가 일 중독자인 ‘워커홀릭’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11월 취업포털 사람인이 직장인 1천23명을 대상으로 ‘워커홀릭 여부’에 대해서 조사한 결과, 24.6%가 ‘나는 일중독, 워커홀릭’이라고 답했다. 스스로 워커홀릭이라고 생각될 때를 묻는 질문에는 ‘퇴근 후에도 업무를 걱정할 때’가 가장 많았다. 계속해서 ‘당연하게 야근할 때’ ‘휴일에도 업무를 할 때’ ‘아파도 참고 출근할 때’ ‘일 때문에 휴가를 포기할 때’ ‘언제 어디서나 일할 준비를 할 때’ ‘스스로 일거리를 만들어 낼 때’ ‘일이 없으면 불안, 초조함을 느낄 때’ ‘점심시간에도 서류 등을 검토할 때’ 등이 있었다.


워커홀릭이 된 주요 원인에 대해서는 절반이 넘는 51.2%가 ‘업무가 많은 환경 등으로 어쩔 수 없이’를 선택했다. 다음은 ‘업무에 대한 책임감이 강해서’ ‘업무 성과가 자존감을 채워줘서’가 뒤를 이었다. 이들의 근무 시간은 주당 평균 67.2시간으로, 현행 법정근로시간(주당 40시간)보다 무려 27.2시간이나 많이 일하고 있었다. 이들의 삶에는 문제가 없을까. 이들은 일중독이 미친 영향으로 ‘삶이 무미건조 해졌다’ ‘건강이 나빠졌다’ ‘인맥이 줄어들었다’ ‘가족과의 관계가 소홀해졌다’고 전했다.


중독이란 어떤 의미


중독이란 크게 두 가지 뜻으로 사용된다. 먼저 몸에 해로운 물질이 체내에 유입돼 여러 가지 반응을 일으키는 증상을 나타내는 중독(intoxication)이 있다. 농약이나 납, 독약 등에 의해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 자주 쓰이고 있는 단어다. 다음으로 정신적인 부분의 의존성을 뜻하는 중독(addiction)으로 몸이 아니라 마음이 병들었을 때 사용되는 단어다. 이는 어떤 행위나 물질에 비정상적으로 집착을 보이고 갈망하는 모든 형태를 뜻한다. 그런 행위나 물질을 중단하게 되면 금단현상이 나타나고 그로 인해 다양한 신체적 증상을 보인다. 중독은 그 안에서 다시 그 종류가 나뉜다.


알코올과 마약, 술과 담배 등의 물질에 의존하게 되는 물질 중독과 스마트폰, 인터넷 중독, 쇼핑중독 등과 같이 행위나 정신적인 활동에 집착하는 비물질 중독이 있다. 중독은 특정한 행위를 중단했을 때 금단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간단히 진단해 볼 수 있다. 다양한 단계가 있지만 금단증상이 나타날 정도는 매우 심각한 상태고, 자각하지 못한 사이에 돌이키기 힘든 상황까지 치닫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일중독, 다양한 형태로 문제 확산


그럼 누구를 일중독자라고 할 수 있을까. 오동열 원장은 “아직은 일중독자를 가려내는 하나의 의학적 정의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중독분야는 개념정립이 쉬운 분야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오 원장은 “사회의 발전정도에 따라 차이가 있고 우리는 벌써부터 인터넷 중독이라고 해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지만 일본만 해도 인터넷 중독과 관련해서는 이제야 우리에게 배우러 오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일중독도 그런 면에서 서구사회에서는 70년대 부터 그 용어가 소개됐다고 하지만 미국과 유럽 일부국가의 문제였을 뿐이라고. 아시아는 현재 우리를 비롯해 일본정도만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어 일중독이라는 것이 개인적인 면도 있지만 우리 사회와 기업문화 때문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오 원장은 “술도 본인이 좋아서 계속 마시다 보면 알콜중독이라는 문제가 생긴다”며 “어쩔 수 없다하더라도 10시~11시까지 반복해서 일하다보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지 않냐”고 반문했다. 개인적인 원인과 사회적인 원인이 경계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아직 일종의 병으로서 개념이 확립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오 원장은 중독이라는 개념에 일을 대입해보면 일중독은 항상 일에 빠져있고, 일 생각만 하며 금단증상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을 하지 않으면 뭔가 허전하다면, 일중독을 의심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이 결국 일에만 너무 골몰해 사회적으로는 인간관계도 깨지고, 개인적으로는 요즘 문제되고 있는 번아웃증후군, 우울증 등 사람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WORK(일)와 LIFE(삶)가 밸런스를 가져야


우리나라의 근로자들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오래 일한다. OECD통계를 보면 2013년 국내 근로자의 연평균 실근로시간은 2천71시간으로 OECD 평균 1천671시간보다 400시간이나 길다. 미국(1천795시간)과 비교하면 276시간, 일벌레로 알려진 일본(1천746시간)에 비해서도 325시간 더 일한다. 하지만 노동생산성은 OECD국가 가운데 23위다. 오 원장은 “기업은 물론 일중독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은 개인의 LIFE를 찾는 것을 일종의 사치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반대로 LIFE가 있어야 일이 된다는 것을 느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전했다.


WORK와 LIFE가 밸런스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일부 기업은 근로자들을 퇴근시키기 위해 밤 8시면 소등을 하기도 하고 일주일에 하루는 가정의 날로 정하기도 하면서 조직문화를 바꾸려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일중독이나 다른 직무스트레스로 오는 우울증 등의 가장 큰 문제는 실제 본인이 자각하지 못하는데 있다. 이에 대해 오 원장은 “우울한 증세를 ‘이게 그냥 인생이고 사는 거지 뭐’하며 본인 감정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실제 상담과 검사를 진행해보면 중증인 경우도 상당하다”고 전했다. 덧붙여 “간 기능이 나빠진 것도 검사해봐야 알듯이 정신분야도 검사를 해봐야 한다”며 “불편할 때만 병원을 찾지 말고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것


오 원장은 상담을 하러 오는 직장인들에게 꼭 물어보는 게 있는데 ‘당신에게 즐거운 게 뭐냐’는 질문이라고 했다. 일 말고 자기가 기다리고 즐거워하는게 있다면 그거 자체로 일과 삶의 밸런스를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주말에 누구와 만나기를 기대하고, 등산이나 축구를 기다리며 일을 열심히 한다면 괜찮다고 설명했다.


“일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정말 일중독 아닐까요. ‘그냥 집에서 낮잠이나 자야지’ 하는 것 처럼 일 말고는 만사 다 귀찮아 하는 상태는 곤란하다고 보여 지거든요. 진짜 일밖에 없는거죠. 이런 사람은 당장은 문제가 없더라도 언제든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요. 특히 정년을 하고 직장에서 물러난 은퇴자들은 무기력함이나 우울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요.” 오 원장은 일도 자신의 인생의 한 부분이라는 차원에서 관리를 해야 한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기 삶을 바라보고 그 안에 일을 어떻게 볼 것이냐를 디자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것이 결국 전체적인 자기관리의 한 부분인데 술, 담배를 자제하고 운동해서 건강 관리하듯이 인생 관리를 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 일중독 체크리스트


1. 일만 생각하면 마음이 들뜬다.
2.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가도 일만 시작하면 에너지가 샘솟는 것 같다.
3. 취침 전, 주말, 휴가 때까지 일거리를 가지고 간다.
4. 가장 하고 싶은 것은 일이고, 대화도 주로 업무에 관한 것이다.
5. 실시간 기준으로 주 40시간 이상 일한다.
6. 취미활동도 돈 되는 일로 만들려고 한다.
7. 업무 결과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지려 한다.
8. 일로 인해 약속 시간을 많이 어겨 가족이나 친구가 포기했을 정도다.
9. 내가 직접 안 하면 문제가 생길까 봐 몇 번이고 추가로 확인한다.
10. 과업을 완료하느라 마지막에 서두른다.
11. 하고 있는 일이 마음에 들면 장시간 일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12. 일이 아닌 다른 것에 우선순위를 두는 사람들을 보면 견디지 못한다.
13.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실직, 실패할까 봐 불안하다.
14. 일이 잘 풀릴 때조차도 미래에 대해서 걱정이 된다.
15. 노는 것도 이기기 위해 열정적으로 한다.
16. 업무 중 누군가 다른 일을 부탁하면 짜증이 난다.
17. 장시간 근무로 인해 가족이나 지인 등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다.
18. 운전할 때, 잠자리에 들 때, 남의 얘기를 들을 때 등 시도때도 없이 일에 대해 생각한다.
19. 밥 먹으면서 뭔가를 읽거나 일 처리를 한다.
20. 돈만 많이 벌면 인생의 문제 대부분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MeCONOMY Magazine May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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