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씬한 몸매와 롱다리를 만들어주는 하이힐은 여성들의 매력을 완성하는‘마법’으로 꼽힌다. 그러나 하이힐은 장기간 착용 시 허리와 하체, 발 등에 심각한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 그렇다면 건강에 무리를 주지 않고 하이힐을 신는 방법은 없을까.
1990년대 이후 남성과 여성의 패션은 성 역할에 따라 나눠진다는 고정관념이 깨지게 되었다. 뉴욕을 거닐다 보면 패션모델뿐만 아니라 남성이 여성처럼 굽이 높은 힐을 착용한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게다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이들은 남성이지만 걸그룹처럼 하이힐을 신고 춤을 추는 우크라이나의 카자키(Kazaky)라는 퍼포먼스 그룹이다. 이처럼 하이힐은 남성도 신을 수 있는 패션아이템이 되었지만, 아직 우리에게 어색하게 비춰지는 것을 보면 하이힐은 여전히 여성에게 더 잘 어울리는 ‘그녀’들의 전유물이다.
한 번 하이힐의 매력에 빠지면 그 높이에서 쉽게 내려오지 못하는데, 발뒤꿈치를 올림으로써 여성의 몸매가 한층 더 S라인으로 돋보이기 때문에 많은 여성은 뒤따르는 고통을 감수하면서 힐을 신는다. 아름다움에 심취해 망가지는 허리와 발목관절, 무릎, 나아가 온몸의 균형이 흔들려 무너지는 것을 간과한다면 하이힐과 작별하고 오랫동안 물리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아름다움의 댓가
키가 크거나 작거나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하이힐은 다리를 길어보이게 만들고 날씬해 보이도록 해 준다. 그러나 항상 득이 있으면 실이 있듯이 하이힐을 자주 신으면 나타날 수 있는 고통스러운 증상들이 있다. 기본적으로 우리 몸은 높은 굽의 구두를 신으면 중심을 잡기위해 상체가 뒤로 쏠리게 되므로, 허리가 계속 뒤로 젖혀지게 되어 척추가 뒤로 꺾이는 척추후만증에 걸릴 수 있다.
전문가들의 소견에 따르면 대부분의 척추질환이 위장장애의 발생과 관련되어 있어 그 발병율은 70%이상이라고 한다. 척추가 비뚤어지면서 정상적인 신경의 흐름을 압박하기 때문에 그 신경과 연결된 장기의 원활한 대사활동을 방해하는 것이다. 척추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골반도 몸의 무게 중심이 앞쪽으로 기울어지면 한쪽으로 틀어져 주변 근육과 인대가 긴장하여 결국 자세에 불균형이 생긴다. 더구나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아 노폐물이 제때배출되지 않으므로 체내에 축적되어 그곳에만 살이 찐다. 다시 말해, 고관절이 한쪽으로 이동하면서 그 공간은 넓어지고 상대적으로 반대쪽은 좁아져 그 주변을 지나가는 혈액량과 노폐물의 양이 균등하지 않아 하체비만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매일 하이힐을 신어온 사람들의 의견에 의하면 힐을 오래 신을수록 그 착용감에 적응이 되어 운동화를 신은 것보다 더 편하고 활동에도 지장이 없다고 한다. 과연 실제로 가능한 이야기일까? 사실은 발의 힘줄이나 구조가 완전히 하이힐에 맞도록 기형적으로 변형이 되어 힐을 신어도 아프지 않고 도리어 일반 신발을 신으면 발이 불편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즉, 까치발을 든 것처럼 뒤꿈치가 항상 높은 각도로 유지되어 아킬레스건의 근육이 수축하고 탄력이 줄어든 상태이기 때문에 운동화를 신으면 통증을 느끼는 것이다.
발은 우리 몸에서 혈액순환을 조절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심장이다. 심장에서 흘러나온 혈액이 발에 도착하면 발에 존재하는 26개의 작은 뼈와 33개의 관절, 214개의 인대와 38개의 근육 그리고 25만개의 땀샘과 신경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혈액을 심장으로 돌려보내는 역할을 한다. 발끝으로 바닥을 디디면 다리의 동맥이 열려 심장에서 발로 혈액이 이동하고, 뒤꿈치가 바닥에 닿으면 정맥이 눌려 혈액이 심장으로 돌아가는 원리로 몸 전체의 혈액순환에 중요한 기능을 하므로 하이힐은 발에 치명적이다. 다리를 지나 발로 연결되는 혈액의 순환이 잘 되지 않으면 특정 혈관에 혈액이 빠르게 도달하여 혈관벽을 밀어내 혈관의 모양이 마치 라면처럼 꼬불꼬불하게 튀어나오는 하지정맥류가 올 수 있다.
또 다른 증상으로는 발 안쪽에 위치한 오목한 부분인 족궁이 있는데 우리 몸의 받침대 역할을 하고 충격을 흡수한다. 장시간 힐을 신게 되면 족궁이 망가져 관절염이 올 수 있다. 대표적인 염증으로는 발뒤꿈치에 지속적인 손상이 가게 되어 생기는 족저근막염이다. 여러 증상들 중 가장 흔한 부작용으로는 힐의 앞코가 좁아 발가락 앞쪽에 많은 체중이 실려 엄지발가락 뼈가 바깥으로 굽는 무지외반증이 있다. 고통을 감수하고 하이힐을 신기에는 이와 같이 많은 부작용이 따르므로 되도록 편한 신발을 신는 것이 확실한 해결책이다. 그러나 하이힐을 선호하는 여성이 많기에 하이힐을 신더라도 어떻게 해야 무리가 가지 않게 신을 수 있는지, 신발 고르는 법과 발의 피로를 풀어주는 법에 대해 알아보았다.
하이힐을 무리 없이 신는 방법
앞코가 좁고 바닥이 얇으며 뒤축이 높은 하이힐은 모양 그 자체로 오래 신는다면 몸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제대로 된 관리와 자신에게 알맞은 하이힐을 고른다면 여러 증상들을 예방할 수 있다. 먼저 하이힐을 고를 때 앞부분이 바닥과 수평으로 밀착되어 있는지 살펴봐야한다. 앞부분은 체중의 90%가 실리는 곳이므로 안정적으로 지탱 가능해야 안전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자신의 발 크기에 정확히 맞는 힐을 신어야 하고, 구입은 저녁시간대가 좋다. 일반적으로 활동을 많이 하고 난 오후 3~4시에 측정한 발의 너비가 아침의 것보다 2~10% 더 넓고 길이도 저녁 무렵에는 5~10mm 정도 더 긴 경향이 있다.
마지막으로 하이힐을 신은 날에는 다리를 심장보다 높게 올려 낮 동안 쌓인 피로와 붓기를 빼 주어야 한다. 유명한 마사지법 중 하나는 자기 전 온수에 허브오일을 떨어뜨리고 15분정도 발을 담근 후 골프공을 넣어 2분정도 굴려 발뿐만 아니라 전신 이완에 도움을 주는 ‘김연아 발마사지법’이 있다. 또한 하이힐을 신는 날 외에는 굽의 높이가 다른 신발을 바꿔 신어주어 체중이 다리와 허리의 관절이나 근육에 골고루 분산되도록 해주자. 오랫동안 예쁜 하이힐을 신으려면 신을 때마다 신경을 써서 관리하고, 무엇보다도 발과 척추를 유심히 관찰하여 무지외반증이나 족저근막염이 생기기 전에 치료를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MeCONOMY Magazine July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