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하도급업체와의 제조 위탁을 임의로 취소한 데 대해 20억 8천만원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T가 ㈜엔스퍼트에게 태블릿 PC(K-PAD) 17만 대(510억 원)를 제조 위탁한 후 판매가 부진하자 제품 하자 및 검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이유로 제조 위탁을 임의로 취소한 행위에 시정명령 및 과징금 20억 8천만 원을 부과하기로 의결했다고 17일 밝혔다.
KT는 지난 2010년 9월 13일 통신기기 제조 중소기업인 엔스퍼트에게 태블릿 PC 17만 대(510억 원)를 제조 위탁했다. 당시 KT는 아이패드(IPad) 도입이 삼성 갤럭시 탭보다 늦어질 것으로 예상되자 시장 선점을 목적으로 엔스퍼트에게 사양이 낮은 태블릿 PC의 제조를 위탁하여 조기에 출시하고자 했다.
KT는 K-PAD 총 20만 대 출시를 계획하고 먼저 3만 대를 제조 위탁한 후 초도 물품 수령에 맞추어 17만 대를 다시 위탁했다. 그러나 태블릿 PC 시장이 예상보다 활성화되지 않고 시장에 출시한 3만 대 판매도 저조하자 KT는 제품 하자, 검수 미통과 등을 이유로 전산 발주를 미루다가 2011년 3월 8일 제조 위탁을 취소했다.
발주 지연과 재고 부실에 따른 유동성 악화로 엔스퍼트가 궁박한 상황에 이르자 KT는 다른 태블릿 PC(E301K) 등 제품 4만 대를 발주하면서 17만 대 위탁 계약은 무효화됐다.
KT의 이러한 행위는 수급사업자의 책임 없는 사유로 제조 위탁을 임의로 취소한 것으로 부당한 발주취소에 해당된다.
한편 발주 취소에 이를 정도로 제품 하자문제가 심각하지 않았고 납기 전에 상당 부분 개선된 것으로 파악됐다.
공정위는 “엔스퍼트는 당시 사업상 KT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었고 모회사 (주)인스프리트에게도 KT는 매우 중요한 고객이었으므로 17만 대 무효화 요구를 거절할 수 없는 지위에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IT 분야에서는 원사업자들이 불명확한 검수기준을 제시하고 이를 계속 변경하는 과정에서 수급 사업자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었으며, 이러한 과정에서 이번 사건과 같이 검수 기준을 충족하는 못한 등의 이유로 발주 자체를 취소하는 데 이르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며 “이러한 관행은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들의 기술개발 의지를 꺾을 뿐만 아니라 생존 자체를 어렵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번 조치를 통해 수급 사업자들의 불만이 많았던 불공정한 관행에 경종을 울림으로써 창조경제 실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