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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2월 05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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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1천 개 이상 식품 영양 평가서 돼지고기가 8위?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음식 가운데 하나인 삼겹살은 늘 양면의 평가를 받아왔다. 한쪽에서는 “국민 메뉴”라 부르며 회식과 일상의 위로를 상징한다. 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의 주범으로 지목돼 건강의 적으로 낙인찍혀 왔다.

 

특히 심혈관 질환을 걱정하는 이들에게 삼겹살은 ‘맛은 있지만 위험한 음식’이라는 모순된 자리에 놓여 있었다. 이런 인식이 굳어져 있던 가운데, 최근 영국 BBC 산하의 디지털 매체 「BBC Future」가 소개한 돼지고기 지방, 이른바 라드(lard)에 대한 평가는 적잖은 반향을 일으켰다.

 

「BBC Future」는 전 세계 1000개 이상의 식품을 분석한 영양 평가에서 돼지고기 지방이 비타민 B군과 비타민 D, 단일불포화지방산을 고루 갖추고 있어서 조사 대상 식품 가운데 8위라는 점을 조명했다. 이는 삼겹살을 마음껏 먹어도 좋다는 권유가 아니라, 우리가 막연히 나쁘다고 여겨온 음식에 대한 인식을 과학적 분석 앞에서 새롭게 질문해 볼 필요가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실제로 삼겹살 기름이 혈관 건강에 미치는 영향,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 문제는 심혈관계 질환자들이 조심해야 하는 건 물론이다. 누구나 과도한 섭취를 금하고 적정량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점을 이 매체는 강조했다.

 

이 대목에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장면은 우리의 보쌈이다. 김장철이면 돼지고기를 삶아 기름기를 덜어내고, 마늘과 양파, 배추와 함께 새우젓에 찍어 먹었다.

 

지방을 그대로 굽는 대신 삶아내고, 발효된 젓갈과 향 채소로 균형을 맞췄다. 오늘날의 영양학 용어로 말하자면, 포화지방 섭취를 줄이고 미네랄과 항산화 성분을 보완하는 방식이다.

 

‘고기를 먹되, 고기만 먹지 않는다’는 원칙을 이미 우리 선조들은 세워놓고 있었다. 그렇지만 어느새 우리는 고기를 먹을 때 고기만 먹는 경향이 굳어져 가고 있다.

 

「BBC Future」의 보도가 새삼스러운 이유는, 이 같은 조합이 과학적 설명 이전에 우리 조상들이 생활의 지혜로 삼아 왔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시켜 주기 때문이다. 깻잎을 곁들이고, 생마늘과 양파를 빠뜨리지 않으며, 새우젓으로 간을 맞추는 방식은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우리 조상들은 새우젓의 효소가 몸속에서 지방을 분해하여 소화 시킨다는 것 등 오랜 경험에서 몸이 받아들이는 방식을 감각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논의가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식탁을 넘어 기후와 환경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오늘날 전국적으로 1,100만 마리를 키우는 양돈 산업은 대표적인 환경 부담 산업으로 꼽힌다. 심지어 공해산업으로까지 불린다. 분뇨로 인한 수질 오염, 악취 문제, 온실가스 배출을 동반한다.

 

삼겹살의 건강 논쟁이 개인의 선택 문제였다면, 양돈의 지속화 가능성은 사회 전체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더욱이 삼겹살을 포함한 돼지고기는 국내 생산만으로 부족해 지난해 56만 3천 톤(2024년 대비 24% 증가)을 수입했다.

 

그렇기에 지금이야말로 양돈 산업의 방향을 바꿔볼 계기다. 보쌈이 돼지고기를 ‘어떻게 먹을 것인가’에 대한 해답이었다면, 친환경 양돈은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해답이 될 수 있다. 동물 복지를 고려한 사육, 분뇨의 자원화, 사료의 친환경 전환, 지역 순환형 축산 모델은 이미 세계 곳곳에서 실험되고 있다.

 

넓은 초원에서 방목된 돼지를 자연 먹이로 키우는 미국의 농장이 있는가 하면 전체 생산량의 1% 미만 이긴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동물 복지 인증을 받은 소수의 돼지 농장이 있다.

 

돼지를 더 빨리, 더 많이 산업적으로 키우는 관행에서 벗어나, 환경 부담을 줄이면서 품질과 신뢰를 높이는 것은 물론 ‘맛있는 음식’을 너머 어떤 이야기와 철학을 가졌느냐에 K-푸드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하면, 세계적으로 훌륭한 서사를 품고 있는 보쌈에 대항할 음식은 없을 것 같다.

 

발효 음식과의 조화, 계절 음식으로서의 의미, 공동체적 식문화, 그리고 최근의 영양학적 재해석까지. 여기에 친환경 양돈이라는 생산 방식을 결합한다면 보쌈은 단순한 돼지고기 요리를 넘어 지속 가능한 K-푸드의 상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으리라.

 

삼겹살을 둘러싼 오랜 오해와 새로운 해석, 보쌈에 담긴 조상의 지혜, 그리고 기후 위기 시대의 친환경 축산으로의 전환은 식탁에서 출발해 농업과 환경, 산업 정책으로 이어지는 하나의 흐름이다. 「BBC Future」의 보도를 계기로 삼아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현대적으로 확장해, K-푸드와 농축산의 미래를 함께 육성할 때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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