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9 여객기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이하 국조특위)가 청문회를 열고 피해를 키운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로컬라이저' 콘크리트 둔덕 설치 경위를 집중 추궁했다.
22일 국회에서 열린 청문회에서는 한국공항공사가 참사 피해를 키운 방위각 시설, 로컬라이저를 받치는 콘크리트 둔덕을 재활용하라고 지시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로컬라이저는 비행기가 활주로 중앙을 따라 착륙하도록 방향을 안내하는 시설이다. 국토교통부 산하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참사 원인으로 지목된 로컬라이저 하단의 콘크리트 둔덕이 사고기와의 충돌 시 치명적인 충격을 가해 인명 피해를 키운 핵심 원인으로 분석됐다는 보고서를 공개한 바 있다.
올해 1월에 사조위가 공개한 시뮬레이션에서는 사고 지점에 콘크리트 둔덕이 없었거나 규정에 맞는 파쇄성(충격 시 쉽게 부러지는 재질) 구조였다면 기체 손상이 크지 않아 탑승자 전원이 생존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무안국제공항 로컬라이저 개량 설계를 맡았던 업체의 관계자는 “당시 현장 조사 과정에서 발주처로부터 기존 콘크리트 둔덕을 그대로 재활용하라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의 “발주처가 어디냐”는 질문에 “한국공항공사”라고 답했다.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한 이석암·장종식 전 서울지방항공청장 등은 "당시 실무진으로부터 보고받지 못해 알지 못했다“, "상급 기관에 보고했으나 2단계 확장 시 추가 확보하겠다는 지시만 받았다"고 답변했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공항공사를 대상으로 무안공항의 안전 관리 체계에 대해 허술하게 운영되어 온 부분도 지적됐다.
이광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참사가 정부의 부실 행정이 낳은 ‘인재’“라고 지적하며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공항운영검사 체크리스트’를 분석한 결과 과거에 존재했던 핵심 안전 점검 항목들이 최근에 삭제된 사실에 대해서도 폭로했다.
이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서는 지난 2008년과 2009년에는 ‘충격 시 부서지기 쉬운 형태인가’, ‘단차가 7.5cm를 초과 하는가’와 같은 구체적인 안전 기준이 있었으나, 2023년과 2024년 체크리스트에서는 이 항목들이 통째로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2010년부터 2022년까지의 체크리스트 자료가 보관되어 있지 않다"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언제, 누구에 의해 안전 항목이 삭제되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 대한민국 항공 행정의 현실인가”라며 강하게 질타했다.
그러면서 "국토부는 종단안전구역 내에 ‘부러지기 쉬운 재질’이 아닌 콘크리트 둔덕과 로컬라이저가 설치된 점이 지적되자, 구역을 204m에서 199m로 단 5m 축소하여 해당 시설물을 관리 대상에서 제외해 버렸다"며 “안전 기준을 맞추는 대신 기준선을 옮겨버린 전형적인 탁상 행정이자 꼼수”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부실 행정이 결국 179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참사의 근본 원인이 되었다"며 "사고조사위원회와 경찰이 국토부의 부실 행정 지점을 명확히 수사할 것"을 촉구했다.
김문수 민주당 의원도 국정조사 및 자료 분석을 통해 12·29 여객기 참사의 원인으로 조류 충돌과 그에 대한 부실한 대응을 지목했다.
김 의원은 “조류 충돌 사고의 55%가 오전 9시 이전에 집중되는데도 이 시간대 인력은 최소 수준으로 배치되는 등 안전 관리 체계가 부실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기존 조류 충돌 예방 대책은 굉장히 부실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그 점에 대해서는 책임을 피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이어 "(현재는) 조류 충돌 예방 인력을 크게 확충했고, 전파탐지기 등을 통한 과학적 시스템을 도입하도록 했다"고 밝히며 "초기 교육훈련과 정기교육을 통해 40시간 이상 훈련하고, 3년마다 20시간의 교육 훈련을 하는 등 강화된 방침을 갖고 운영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의 늑장 수사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최혁진 무소속 의원은 "경찰이 초기 수사 대응에서 사건을 축소·은폐하려고 했기 때문에 이후에도 적극적인 수사가 이어지지 못했다고 의심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당장 수사해 관련자들의 혐의를 찾고, 외압에 관여했거나 정부의 공고 기준에 어긋나게 콘크리트 둔덕 설치를 하거나 강요한 자가 있다면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재성 경찰청창 직무대행은 "경찰에서 수사를 하면서 사조위에 6차례에 걸쳐 자료에 대한 임의제출을 요구했으나 원하는 결과가 오지 않았다"며 "최종결과보고서 등은 작성이 되어있지 않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경찰에서는 수사와 관련된 부분을 별개로 진행하며 엔진 결함이나 기체이상, 운전자의 과실 부분들에 대해서는 사조위의 자료를 참고해 수사를 진행하도록 하겠다"며 "유족분들께는 8차례에 걸쳐 수사 진행사항을 알렸다"며 "의지를 갖고 신속하게 (수사를)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44명 규모로 꾸려진 전남경찰청 산하 수사본부의 압수수색과 임의제출 등을 통해 여객기 참사 사고와 관련 45명을 입건했으며, 이 중 로컬라이저와 관련한 34명은 모두 피의자로 전환됐다.
한편, 이날 청문회에는 국정조사위 여야 위원 외에도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박재희 한국공항공사 사장 직무대리,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 사장, 윤창렬 국무조정실장, 주종완 국토부 항공정책 실장, 유재성 경찰청창 직무대행 등이 참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