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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16일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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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국가' 첫 걸음 ···지역 특성 반영한 분권형 복지체계로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사회보장권이 한국은 OECD 주요국에 비해 공공사회 지출 규모가 적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별적 복지 중심으로 작동되며 생애주기별 사회안전망이 촘촘하지 못하고 지방 간 복지 격차가 심해 제도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 한국의 사회서비스에 대한 인식 부족해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세미나(사회보장권 실현이 복지국가의 첫걸음: 복지 사각지대를 넘어, 모두 인간다운 삶을 위해)에서 전문가들은 한국의 사회서비스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첫 발제에 나선 백선희 조국혁신당 의원은 “인권에는 자유권·정치권, 사회권이 있다”며 “사회권은 인간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국가가 보장해야 하는 권리”라고 강조했다. 백 의원은 이어 “‘보호’와 ‘실현’의 단계에서 실질적 제도 설계와 실행력은 아주 중요하고 지역 간 격차 없이, 지역 특성을 반영하는 분권형 복지체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대 복지국가의 뿌리는 1942년 영국의 베버리지 보고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보고서는 ‘궁핍, 질병, 무지, 불결, 나태’라는 다섯 가지 사회악을 근절하자는 목표 아래 사회보험제도 도입을 제안했고, 그 핵심은 보편주의와 인간다운 최소 생활 보장이었다.

 

이날 세미나에서 백 의원은 "80년이 지난 지금, 이 원칙은 한국 사회에서 얼마나 실현되고 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사회보장권의 실현이 곧 복지국가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단순한 복지정책이 아니라 사회적 연대와 포용, 그리고 경제적 지속가능성을 함께 추구하는 길이며, 중앙정부 정책과 지방정부, 시민사회, 지역공동체가 함께 사회보장의 책무를 나누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유럽연합, 복지 문제 넘어 경제 기반으로 인식 

 

유럽연합은 2017년 예테보리 사회정상회의에서 ‘유럽사회권 기둥(European Pillar of Social Rights)’을 발표했다. 유럽의 사회권은 세 가지로 구성된다. 기회 평등과 노동시장 접근, 공정한 노동 조건, 사회적 보호와 포용 등이다. 여기에는 교육훈련, 일·생활 균형, 사회보장, 의료·돌봄·연금·주거권 등 20개의 원칙이 포함되어 있다. 유럽은 오는 2030년까지 고용률 78%, 직업훈련 참여율 60%, 빈곤층 1,500만 명 감소라는 구체적 목표도 세웠다. 단순히 복지의 문제를 넘어 경쟁력 있는 경제의 기반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세미나에서 주은선 경기대 교수(사회복지학과)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에 따른 새로운 신분 사회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복지국가에서 소득 보장이 하는 역할이 무엇인가?라고 질문을 던진 주 교수는 행복한 사회권, 디지털권, 주거권 등을 나열한 뒤 “왜 소득 보장에 대한 권리가 없는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소득 보장에 대한 권리는 장애·사망·질병·실업·산재 등 위험 발생했을 때 그 이전의 생활 수준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면서 하락을 방지해 주는 목적을 갖고 있다고 강조한 그는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두꺼운 중산층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도 중산층이 빈곤층으로 추락하지 않게 막는 사회보험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소득 보장을 실현하는 대표적인 사회보험이 바로 국민연금이며 은퇴, 장애, 사망 등 다양한 위험에 대해 소득을 보장해 주는 제도라는 설명이다.

 

주 교수는 “공적연금의 도입은 산업화와 은퇴 제도의 확립에서 시작됐다”며 “산업화 이전에는 은퇴라는 개념이 뚜렷하지 않았지만, 근대 산업사회에서는 은퇴와 함께 노인 빈곤 문제가 대두되면서 은퇴 이후의 생계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의 책임만이 아니라 노동력을 사용한 사용자, 그리고 국가가 함께 책임져야 할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공적연금의 재정에 노동자, 사용자, 국가의 공동 책임이 포함돼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국민연금은 다른 사적 연금과 달리 강력한 소득 재분배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한 뒤 “소득이 높은 사람보다 낮은 사람에게 더 유리한 구조로 설계돼 있어, 경제활동 시기의 불평등이 그대로 노후로 이어지지 않도록 완화해 주고, 세대 간·계층 간 연대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제도”라고 덧붙였다.

 

또 “현재 세대가 낸 보험료는 노인을 부양하고, 다음 세대가 또 그 역할을 이어가는 세대 간 사회적 계약인 셈”이라며 “사회보험의 급여가 추구해야 할 가장 중요한 목표는 ‘적정성’”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최저 수준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빈곤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예방하는 수준의 보장을 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 OECD 국가들 사용자 부담 평균 65%에 달해

 

장기적인 국가의 책임 강화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국민연금이 단순한 ‘보험’이 아니라 사회보험으로 사용자의 책임과 국가의 재정 책임이 필수라는 설명이다. 주 교수는 "OECD 국가들은 사용자 부담이 평균 65%에 달하기도 하고, 국가 재정이 연금 재원의 약 20~25%를 보조한다"며 "많은 국민은 ‘내가 낸 돈이 내 계좌에 쌓인다’고 생각하지만, 국민연금에는 개인 계좌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세대가 내는 보험료는 지금의 노인을 부양하는 데 쓰이고 이것이 바로 세대 간 이전 방식”이라며 “이 방식은 경제 성장과 고용이 유지되는 한 매우 안정적이며, 인플레이션에도 강하고, 사회 전체의 성장 성과를 함께 나누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수준으로 올려야

 

올해 한국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기존의 40%에서 43%로 인상됐다. 군 복무·출산 크레딧 확대, 연금 지급 보장 명문화 등 긍정적인 변화도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급여 수준이 낮고 재정 안정성이 불충분하다는 지적이 많다. 여기에 노인빈곤율이 OECD 최고 수준(약 40%)으로 공적연금의 역할이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주 교수는 “단순히 보험료 인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며 “소득대체율을 50% 수준으로 올리고, 기여 방식 또한 소득과 자본소득을 포함하는 폭넓은 사회적 책임 구조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플랫폼 기업과 사용자에게 집합적 책임을 부과하고, 특수고용직·비정규직의 사회보험 가입을 확대해야 한다”면서 “우리 사회가 고용의 질을 높이고, 사회적 연대를 강화할 때 국민연금은 지속 가능하며, 사회보장권 역시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공공부조 제도···사회 최후의 안전망

 

공공부조 제도를 중심으로 한 사회보장권 강화 방안에 대해 발제한 허선 순천향대학교 교수(사회복지학과)는 “공공부조는 납부 능력과 관계없이 생존을 보장하는 최후의 안전망”이라며 “국민 모두의 최저생활을 보장하는 사회보험에서도 가장 마지막 보호막, 즉 사회 최후의 안전망으로 기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공부조란,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에게 기본 생활을 세금으로 지원하는 제도를 말한다. 한국의 공공 부조 대표적인 제도 두 가지는 기초생활보장 제도와 긴급복지지원 제도다.

 

기초생활보장 제도는 크게 생계급여·의료급여·주거급여·교육 급여로 구성돼 있고 외 소규모의 부가 급여들이 있다. 허 교수는 “얼마 전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 책무라며, 저소득층의 안정적 소득 기반 마련을 위해 기준 중위소득을 역대 최대 6.51% 인상하고, 4인 가구 생계급여를 월 200만 원 이상 지원하겠다고 했다”며 “언뜻 보면 매우 긍정적인 발표처럼 들리나 이전 정부와의 차별화된 개선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초생활보장 제도의 수급자는 전체 인구의 약 3% 수준”이라며 “그중 90%가 1~2인 가구로, 생계급여 선정 기준은 기준 중위소득의 32%, 의료급여는 40%로 정해져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2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이 약 393만 원일 때, 32%인 126만 원 미만이면 생계급여, 40%인 157만 원 미만이면 의료급여 대상이 되는데, 현재 의료급여 수급자(약 148만 명)보다 생계급여 수급자(약 169만 명)가 더 많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와 같은 현상에 대해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자녀가 있거나 일정 수준의 재산이 있으면, 본인이 아무리 가난해도 자녀가 부양해야 한다는 이유로 수급 대상에서 제외돼 부양의무자 기준이 만드는 복지 사각지대가 생긴다는 것이다. 허 교수는 “이 기준 때문에 실제로는 생계가 곤란하지만 제도 밖에 있는 사람들, 즉 비수급 빈곤층이 대거 존재한다”고 제도의 문제를 지적했다.

 

정부 통계로만 봐도 비수급 빈곤층은 약 63만 명에 달한다. 이들은 수급자보다 오히려 더 나쁜 삶의 조건에 놓여 있는 게 현실이다. 나이는 더 많고, 소득은 더 적고, 의료비 부담은 2배 이상 높다. 이들은 ‘차상위계층’이 아니라 ‘수급자보다 더 아래층’에 속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의료급여의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허 교수는 △재산 기준 완화–자동차 등 소액 자산으로 인한 탈락 방지, △기준 중위소득 기준 현실화–4인 가구 중심이 아닌 1~2인 가구 기준, △수급자 건강·영양 실태 정밀 조사 비수급 빈곤층 및 체납자 실태조사 강화 등 기본 데이터가 있어야 국민적 공감대를 얻고, 진정한 복지 개혁이 가능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 수익이 적거나 돌봄이 까다로운 대상자들은 오히려 배제

 

사회서비스의 공공성 강화와 이용자 선택권에 대해 발제한 최혜지 서울여자대학교 교수(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사회서비스의 선택권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는 다양한 민간과 시장 주체를 사회서비스 공급 체계 안으로 포섭했다”며 “서비스 수급자들은 여러 기관 중에서 자신이 원하는 곳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이 구조가 반드시 ‘선의의 경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민간 기관들이 난립하면서 기관 간 결탁이나 시장 왜곡이 발생하고 서비스 질보다 기관의 이익이 우선되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지적이다. 최 교수는 "그러다 보니 수익이 적거나 돌봄이 까다로운 대상자들은 오히려 배제되는 역선택이 일어나고 있다"며 "이용자가 기관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기관이 이용자를 선택하는 구조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회서비스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통해 제공되는 서비스로 노동자의 처우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영국의 연구에 따르면, 돌봄 노동자의 시급이 10% 오를 때 서비스 품질도 향상됐다. 그만큼 종사자의 처우 개선이 서비스 품질의 핵심이다.

 

최 교수는 "현재 우리는 장애인활동지원사의 시급 약 1만2천 원, 요양보호사의 경우 월 120만 원 내외, 아이돌보미는 시급 1만 원 수준으로 대부분 최저임금 수준에 머물러 있어 사회서비스 품질이 높아지기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여기에 공공 부문의 종사자와 민간 부문의 종사자 간의 격차도 크다"고 형평성을 지적했다.

 

최 교수는 우리나라 사회서비스가 민간 중심으로 운영되며 돌봄의 85%, 노인 요양의 98%, 어린이집의 83%가 민간에 의존하고 있고, 특히 요양 서비스의 경우, 재가 서비스는 거의 100% 민간이 담당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이런 구조에서 서비스 품질을 제어하기 어렵고 사회서비스가 복지의 기본 인프라로서 기능하기도 힘든 상태라는 것이다.

 

최 교수는 “우리는 돌봄보다 보건의료 영역에 재정이 집중되어 있어 의료비 지출은 많지만 돌봄 서비스에는 투자가 부족해 돌봄 시설에서 해결해야 할 욕구들이 의료기관으로 전이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요양원에서 해결돼야 할 돌봄이 요양병원으로 넘어가 비정상적인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으며, 결국 이런 현상은 한국 복지체계가 사민주의적 복지국가가 아니라 자유주의적 체제로 이동하는 신호라고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 교수는 “우리나라 사회서비스가 지나치게 중앙 집중화되어 있어 지역이 주체적으로 주민의 욕구를 반영하기 어렵고, 지역 맞춤형 복지가 아닌 중앙 통제형 복지로 흐르게 된다”며 △정보 비대칭 해소, △공공서비스 공급률 확대, △사회서비스의 공공성 강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는 혁신적 복지국가로 나아가는 사회권선진국포럼이 주최하고, 조국혁신당 복지국가특별위원회가 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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