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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협동조합 ‘한지랑칠보랑’

천년 한지의 질감과 변치 않는 칠보의 아름다움을 굽는다



이번 호부터 모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협동조합들을 차례로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로, 한지와 칠보를 제작하는 주부들로 구성된 협동조합, ‘한지랑칠보랑’을 찾아갔다.


“군인은 총으로 나라를 지키지만 우리는 한지(韓紙)로 우리의 문화와 얼을 지킨다는 각오로 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 옆구리에 한지로 된 총알이 있습니다” 4월 봄볕에 어울리는  한복을 곱게 입은 이경숙(56세) 대표가 바쁜 행사 도중 인터뷰에서 마을기업 ‘한지랑칠보랑’을 소개하는 말이다.

전 회원이 주부들로만 이뤄진 협동조합 ‘한지랑칠보랑’은 중랑구 면목2동 ‘마을기업’이기도 하다. 안전행정부 중심으로 시·구에서 선정하는 마을기업은, 지역공동체에 산재한 각종 특화자원(향토, 문화, 자연자원 등)을 이용하여 주민주도의 비즈니스를 통해 안정적으로 소득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마을 단위의 기업을 말한다.

따라서 마을기업에 신청하기 위해서는 지역주민이 5명 이상 출자해 참여해야 하고 지역주민의 비율이 70% 이상으로 협동조합 법인이어야 한다.

올해에도 서울시에서는 자치구 별로 1명씩 마을기업 창업을 돕는 ‘인큐베이터’를 배치, 공공성이 강한 마을기업에 사업비와 공간임대보증금을 지원하는 2013 서울시 마을기업 지원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마을기업 선정이 의미가 있는 것은 마을의 소규모 기업이 사업초기 정착단계에서 사업장 임대보증금을 1억 원 이내에서 지원 받을 수 있고, 기업선정 1차 년도에 5천만 원, 2차년도에 3천만 원 이내에서 지원 받을 수 있다는 점은 사업성공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취재를 위해 현장을 방문한 4월 18일이 마침 ‘4.19혁명 국민문화제’가 강북구청 사거리일대에서 진행돼 강북구 주민들 중심으로 퍼레이드 및 태극기 아트 페스티벌 등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졌다.

‘한지랑칠보랑’의 이경숙 대표도 강북구에 거주하는 게 인연이 되어 30여 부스의 일원으로 행사에 참여했다. 4.19 그 날의 함성을 되새기며 주먹밥을 나누는 먹거리장터, 태극기변화를 읽을 수 있는 태극기 변천사 부스 등도 눈길을 끌었지만, 전통한지공예 전시, 체험의 ‘한지랑칠보랑’부스가 단연 인기를 끌었다.

틀로 찍어진 작은 꼬까신에 한지를 안팎으로 둘러 붙이고 그 위에 꽃분홍색, 빨강, 노랑 등 다채로운 색으로 색칠하며 꽃신을 만드는 체험의 마당인 것이다.

이 행사를 맡아 준비한 이혜연(48세) 한지랑칠보랑 총무에게 100여 명에 이르는 분들이 부스 앞에서 줄을 서는 이유를 물었더니 “원래 우리가 준비한 꼬까신 기본틀(모형)은 200쪽입니다. 그런데 아주머니, 할머님들께서 직접 만들어 손녀, 손자에게 가져다준다고 몰리다 보니 이렇게 줄이 길어졌습니다. 아마 옛날 향수도 다시 느껴 보시고 손녀, 손자들에게 추억을 선물해 주기 위한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라고 설명해 준다.   

이날 준비한 꼬까신은 오후 3시 무렵 전부 동이 나고 행사 기념식 퍼레이드로 진행요원들이 한지랑칠보랑 부스 앞 늘어 선 참여행렬을 정리할 때까지 줄은 줄지 않고 그대로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터뷰도 원활하게 진행될 리 없었다.

재료가 부족한데 어떻게 해야 하냐는 진행 회원의 다급한 지원목소리와 지역 방송사의 인터뷰 등 그야말로 시장통 같은 분위기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약속한 취재는 마쳐야 하기에 부스 한 켠에 대충 자리를 잡고 이경숙 대표와 질문을 이어갔다.

‘한지랑칠보랑’이 2011년 마을기업으로 선정되어 이제는 어느 정도 정착이 되신 것 같은데 처음에 어떤 계기로 조금은 생소한 한지 등 전통공예 체험, 교육 사업을 시작하게 되신 건가요?

제가 한지공예 강사를 10여 년 하면서 2002년경부터 중랑구 면목2동 자치센터에서 교양 프로그램으로 한지공예를 진행해 왔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회원들의 반응이 괜찮아 그간 꾸준히 프로그램을 진행해오다 오늘은 참석하지 못했지만 같은 회사 동료인 칠보공예팀을 2010년 만나면서 수공예 작품의 상품가능성, 시장성, 대중성을 확인하고 마을기업을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회원들이 대부분 주부들이라서 가정 살림과 마을기업 운영을 병행하는 것이 여러모로 쉽지 않으실 텐데요?

그런 면이 없잖아 있습니다. 특히 회원 대부분 주부들이다 보니 자녀들을 챙기랴, 제품 개발하랴, 강의하랴 특히 오늘처럼 행사를 오후 7시까지 하다보면 몸이 녹초가 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주부인 회원들이 전문성을 살리면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두 마리의 토끼를 잡기위해 내일에 오늘을 덧대는 심정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마을기업으로서는 드물게 해외(일본) 교류전도 가지며 사업영역을 해외로 넓히고 있는데요. 언제부터 진행해 오셨습니까?

지금까지 일본초청 친선교류 기념전을 4회 개최하였습니다. 2000년 10월 일본 쯔꾸바 카수미그룹에서 체제비를 지원하며 저희를 초청한 것을 계기로 같은 해 11월 치바현 레이타크대학 이사장님 초청으로 교류전을 이어갔고, 2년 후 또 교토에서 교류전을 개최하여 총4번 해외전시회를 가졌는데요. 예상외로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2010년 3월에는 저희가 십시일반으로 모아 일본 분들을 초청 세종문화회관에서 한·일 교류전을 가졌는데 40일 동안 15만여 명의 관람객이 다녀가는 대성황을 이루었습니다.

본질적인 질문이 좀 늦었는데요. 왜 이렇게 한지공예 등에 관람객이 많고 성황을 이루는 것인가요?

닥나무를 주원료로 하는 우리 고유의 한지는 섬유질이 단단하고 질기며 그 면이 부드러운 것이 특징입니다. 1,000년을 가는 한지의 우수성은 이미 세계적으로 입증이 되었습니다. 이 한지의 우수성에 우리전통의 풍악놀이, 제기차기 등 주변의 친숙한 소재로 한지의 다양한 질감과 색감으로 다양한 작품을 표현하는 것이 많은분들의 호감을 얻는 것 같습니다. 

오늘 칠보공예 선생님께서 계시지 않지만 칠보에 대해서도 소개 부탁드립니다.

‘한지랑칠보랑’ 대표를 제가 맡고 있지만 작품의 세계가 많이 달라 칠보의 세계를 제가 설명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습니다. 다만 같이 기업 활동을 하며 듣고 어깨 너머로 본 내용을 말씀드리면 칠보(七寶)는 말 그대로 일곱 가지 보석 금, 은, 유리, 차거, 마노, 파리, 진주(또는 파리, 진주 대신 호박, 산호를 넣기도 함)등 보석을 말합니다.

금속, 도자기, 유리 등에 다양한 색상의 칠보유약을 얹어 700도 이상의 고열에서 구우면 영롱한 색채뿐 만이 아닌 다양한 형태의 칠보작품을 표현해 낼 수 있는데요. 700도 이상의 고열에서 빚어 낸 불의 예술 결정체가 칠보인 까닭에 칠보는 영롱한 장식미와 함께 금속의 내식, 내수성도 뛰어나 장신구로써 탁월한 예술적 가치를 가지는 것 같습니다.

칠보는 귀걸이, 브로치 등 다양한 제품으로 제작되는데 2011년에는 동서울대학과 MOU를 체결하여 시대흐름에 맞춰 USB제품 600여 개를 제작하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머리핀, 넥타이핀, 열쇠고리 등으로 제품을 다양화하고 있으며 2011년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디자인 페어에서 ‘칠보 문화상품전’에 참가하여 칠보의 매력을 현대적으로 되살린 제품으로 국내외에 칠보에 대한 신선한 반향을 불러왔습니다. 아마 이것은 일반 제품에 칠보의 예술성이 결합되어 실용성과 작품성이 상승작용을 일으킨 것 같습니다.

현재 서울시에만 협동조합이 몇 달 사이에 100개 이상 설립되는 등 협동조합 설립이 봇물을 이루는데요. 수많은 협동조합 가운데 ‘한지랑칠보랑’이 다른 협동조합과 구별되는 점이라면 어떤 게 있을까요?  

이번에 협동조합 세미나를 참석해보니 다양한 목적의 조합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전통문화를 소재로 한 수공예 협동조합은 저희가 유일한 것 같았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더욱 책임감을 느끼며 한편으로 전통문화 선봉장으로서 긍지도 가집니다.

마지막으로 마을기업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지자체에 바라는 점이나 추후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선 저희 ‘한지랑칠보랑’이 외국인이 한국 관광을 할 때 자연스레 방문하는 여행코스가 될 수 있도록 지자체 등에서 지원해줬으면 바랍니다. 이를 테면 내·외국인이 한지, 칠보 등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합니다.

우리가 유럽을 여행하면 그곳 유리공예를 보고, 작품을 구입하기 위해서 그 지역 공방을 찾습니다. 우리도 우리문화를 알리고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부의 다양한 지원이 절실합니다. 그런 지원과 저희 노력이 합쳐지면 한지, 칠보 공예 등도 충분히 ‘템플스테이’처럼 내·외국인이 체험하며 공부하는 명품코스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앞으로 다양한 작품 활동을 통해 유능한 강사들도 자연스레 양성될 수 있기에 저희들은 고객들의 요구를 선도하면서도 전통한지문화의 가치도 향유할 수 있도록 작품 제작에 더 노력하여 마을기업의 희망을 쏘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최종호 편집위원 /
ktchoi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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