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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아동학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M이코노미 조운 기자] 충격적인 아동 학대 사건들이 지난해 연말부터 연이어 밝혀졌다. 피해 아동에 대한 주변의 작은 관심만 있었더라도 미연에 방지 할 수 있는 사건이었던 만큼 아동학대에 대해 전 사회가 책임을 통감하고 해결책 강구에 나섰다. 한 나라의 미래라고도 할 수 있는 아이들의 복지와 교육은 더 이상 개인의 가정사가 아니다. 가정의 달인 지난 5월, 아동학대를 뿌리 뽑기 위한 전 사회의 노력들을 점검해 봤다.


가정의 달 5월, 어린이날을 이틀 앞둔 5월3일 국회에서는 ‘아동학대 긴급진단 세미나 및 네트워크 발대식’이 열렸다. 화목한 가정의 울타리 안에서 행복한 꿈을 꿔야할 나이에 정신적, 신체적 폭력에 노출 돼 정상적인 생활조차 불가능한 아이들이, 우리 주변에 존재한다. 지금도 사회의 무관심 속에서 들리지 않는 비명을 지르고 있을 아이들을 위해 아동·여성 관련 20개 단체들이 ‘전국아동여성안전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결의문을 발표했다. 이날 세미나 및 발대식에는 아동관련 단체 및 회원을 포함해 국회와 정부, 경찰,
교수 등 300여 명이 참여해 관심을 높였다.


아동학대가 부모의 훈육?




아동학대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고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 정신적, 성적 폭력을 휘두르거나 아동을 유기 또는 방임하는 것을 이른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자녀의 훈육을 전적으로 부모에 일임해왔으며 부모의 훈육방식에 대해 외부에서 개입하는 것을 금기시 해왔다. ‘집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철저하게 개인 가정사이기 때문에 참견이 금해져 있으며 외부에서도 ‘남의 가정사’에는 관심을 갖지 않았다. 실제로 수년 전만 해도 ‘사랑의 매’라는 이름으로 자녀에게 가하는 물리적 처벌이 당연시 여겨졌다. 그러다보니 미국으로 이민을 간 한국인 부모가 자녀를 처벌했다가 이웃에게 신고 당해 경찰에 끌려갔다는 뉴스가 핫토픽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정부 대책


이 같은 문화 속에서 왕왕 발생하는 가정 내 아동학대는 부모와 가족들에 의해 은폐되어왔다. 아동학대가 사회적 문제로 크게 조명 받게 된 것은 불과 2~3년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 2013년 10월 울주에서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 사건이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지면서 우리 사회의 아동학대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여론이 조성되었고 질타를 받은 정부와 국회는 발 빠른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정부는 범정부 차원의 아동학대 종합대책을 마련했고 19대 국회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특례법’)과 ‘아동복지법’개정안 시행을 이끌어 냈다. 2014년 9월부터 시행된 ‘특례법’은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및 피해 아동에 대한 보호 절차를 규정했고, ‘아동복지법’ 개정안은 부모 등의 아동체벌금지를 명문화하는 등 아동학대 예방 및 피해자에 대한 지원을 주 내용으로 한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인천 초등생 감금학대 및 탈출 사건이 발생하면서 우리 정부의 고질병인 흐지부지한 대책 실행이 또다시 드러났다.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법제는 정비됐으나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하고,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적극적 대책과 예방은 여전히 뒷전이며, 조기발견 사각지대는 여전히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여론을 들끓게 한 12월 아동학대 사건 이후 정부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비판 속에서 장기 결석 초등생, 의무교육 미취학생 및 장기 결석 중학생, 건강검진 미실시 영유아등에 대한 아동학대정책 합동점검을 실시했다. 극단적이고 충격적 사건이 일어나고 그제야 대책 마련에 나서며 액션을 취하는 정부의 안일함은 비판받아 마땅했다. 그리고 베일에 가려져 있던 충격적인 아동학대 및 사망 사건들이 이번 합동점검으로 줄줄이 적발되기 시작했다.


주변의 무관심으로 골든타임 놓쳐




바로 우리 주변에서 무관심 속에 죽어가고 있는 아이들의 사례가 밝혀지면서 아동학대가 개인 가정의 문제가 아닌 전 사회의 문제라는 인식이 넓혀졌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아동학대 신고 및 발견 건수는 선진국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미국이 아동 천 명당 아동학대 발견율이 9.1건, 호주가 7.8건인데 비해 한국은 1.3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변의 관심으로 아동학대가 미리 신고 되어 조치가 취해졌다면 아이의 인생에 돌이킬 수 없는 더 끔찍한 상처는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남의 가정사에 대한 무관심으로 골든타임을 놓친 안타까운 사례는 우리 모두가 아동학대 사건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정부 , “올해, 아동학대 근절 시스템 구축 원년의 해” 선포


정부는 이 같은 문제의식 속에서 지난 3월29일 관계부처 합동 ‘아동학대 방지 대책’을 논의하며 올해를 아동학대 근절 시스템 구축 원년으로 선포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아동학대 근절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며 “자식을 내 소유물로 인식하는 잘못된 인식과 아동학대가 ‘남의 집안 일’이라고 방관하는 자세들이야말로 아동학대를 키우는 주요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아동에 대한 사소한 신체적, 언어적 폭력도 곧 학대이고 범죄라는 인식이 우리사회에 확실히 정착되도록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을 적극 전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마련한 2016 아동학대방지 대책에 따라 우리 정부는 2017년까지 선진국 수준의 아동학대 근절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생애주기별로 부모교육, 아동학대 인식교육 등을 실시해 아동학대 예방체계를 만들기로 했다. 이를 통해 아동 스스로 학대를 인식해 보호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주변에서는 위기에 처한 아동을 조기 발견해 예방할 수 있도록 지역 단위 자원을 활용해 ‘우리마을 아동 지킴이’를 구성해 민간단체, 유관기관 등을 통한 아동학대 감시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


또 아동학대 발생 범위와 대상을 넓게 보고 예방과 조기 발견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아동 연령과 특성별로 위기아동을 사전에 발굴할 수 있도록 아동학대 발굴 매뉴얼을 철저히 시행하고 빅 데이터를 활용해 위기 아동 발굴 시스템을 구축한다. 또 장기결석 초등학생 합동점검, 건강검진 미실시 영유아 양육환경 점검 등 아동학대 합동점검을 철저히 실시해 그간 숨겨져 온 학대사건을 뿌리 뽑기로 했다. 더불어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의 신고도 더 활성화하기로 했다.


현재 아동학대 신고의무자는 어린이집, 유치원, 교직원 등 24개 직군, 약 168만명이다. 여기에 성폭력피해자통합지원센터, 육아종합지원센터 등의 근무자 약 3천명을 추가하고, 미신고자에 대한 과태료를 부과해 신고를 강제하는 대책을 마련했다. 뿐만 아니라 아동학대 심각성을 알리고 신고에 대한 전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해 전국적인 시민운동도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사후처리와 관리에 있어 신속하게 대응하고 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다. 아동학대 사건 발생 시 아동보호전문기관과 경찰이 동행 출동하고 가해 부모로부터 피해아동을 우선적으로 신속하게 분리하며, 아동학대 사범에 대해 구속 수사와 사건처리 기준을 강화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학대 피해아동에 대한 보호와 지원을 강화해 재학대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했다. 대형병원의 ‘학대아동보호팀’을 통해 전문적인 의료 및 심리치료를 지원하고 학대피해아동쉼터 외 자발적인 가장위탁제도와 전문가정위탁제도 도입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전문가들 “정부 대책, 보완해야 할 사항 많아”

 


지난 12월 정부가 받은 비판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5월3일 발족한 전국아동여성안전네트워크는 한국의 아동학대의 실상을 진단하고, 국가적 차원에서 내 놓은 해결책과 예방책들을 점검하고 보완사항 등을 논의했다. 아동학대 근절을 위해서는 학대 조기 발견, 발생 초기 신속대응, 피해자 보호 및 지원 3단계의 종합대책이 이뤄져야 한다는 인식하에 현행 아동학대 종합대책의 보완해야 할 점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이 오갔다.


이날 발제를 맡은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정부의 2016 아동학대 방지 대책에 대해 갈무리하며 해외 모범 사례를 설명하고 우리나라의 방지대책의 한계점에 대해 지적했다. 이 교수는 정부가 합동점검 및 조사 이후 전반적인 평가를 실시하고 아동 보호지원체계를 구축하기로 했지만 이에 대한 예산이 배정되지 않아 실질적인 이행이 가능 할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또 현재 56곳의 아동 보호 전문 기관 1개소 당 아동 16만 명을 상대해야 할 정도로 열악한 피해 아동을 위한 쉼터 및 아동보호 전문기관, 전문가 확충 구체안이 없으며 이 역시 예산이 미정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아동학대 사건에 있어 후견인 제도를 활성화하고, 전담재판부의 역할을 활성화하는 것 그리고 사건 초기에 개입한 경찰이나 전문가들이 아동학대사례전문위원회 구성에 참여하는 등의 실질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장우 서울강서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은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의 합동 조사 과정에서 직접 느끼고 본 문제점들을 제시했다. 노 관장은 부모가 아동을 등교시키지 않는 경우 외부 인력은 어떤 수단으로도 아동의 학교 복귀를 강제할 수 없는 맹점을 지적했다. 의무교육 대상자의 의무교육을 방해할 시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게 되어 있으나 실제 부과 사례는 없었다. 또 개인정보보호법 시행 이후 강화된 개인정부 관리 지침 때문에 점검 기관 간 정보 공유가 한층 어려워 점검 과정에 애로사항이 있음을 지적했다. 폐쇄적인 가정에서 자행되는 아동학대를 밝혀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또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의 인력 부족이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토로했다. 노 관장은 “상담원 1인이 2만 여명의 아동을 관할하는 셈이기 때문에 상담원 수 증가, 처우 개선, 인프라 확충 등의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한 근본적 해결책인 ‘예방적 접근’은 꿈도 꿀 수 없다”고 말했다.


이명숙 법무법인 나우리 대표 변호사이자 전 한국 여성변호사회 회장은 최근 밝혀진 일련의 아동학대 사건으로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높아졌지만, 충분한 시간을 갖고 근본적인 문제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방안을 찾는 것보다는 긴급하게 성과를 위한 대안만이 난무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사건처럼 극단적인 사건을 전제로 한 대안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점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아동학대 의심신고 중 신체학대사건은 37%(5,699건), 정서적 학대는 40%(6,176건), 방임은 20%(3,136건)으로 나타나고 있어 아동 학대 중 60% 이상은 방임이나 정서적 학대로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이런 대부분의 사건들은 경미한 사건으로 치부돼 특별 조치 없이 원 가정으로 돌아가는 것이 대부분이고, 예산과 인력이 부족한 이상 피해 아동은 심각한 아동학대로 노출되기 이전까지는 아무 것도 달라진 것 없는 가정으로 또 다시 보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극소수 심각한 아동학대 사건 뿐 아니라 대다수 경미한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더 많은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아가 장기적이고 실질적인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대안 마련과 이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웨덴의 경우 아동학대처벌금지법처럼 일체의 처벌을 금지시키고 있고, 영국은 신데렐라법을 통해 정서적 학대를 포함한 일체의 아동학대를 처벌하고 있다. 이같은 법적 제제를 도입하는 방법 외에도 일반 가정에 대한 자녀나 아동학대 예방 관련 교육이나 상담, 학대 여부 판정이나 관리 감독을 하는 기관을 정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관련 단체들이 논의해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동학대 근절 위해 전 사회가 노력해야

 
아프리카에는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속담이 있다고 한다. 한 나라의 미래인 아이들이 건강하고 희망찬 내일을 꿈꿀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단순히 부모 혼자만의 역할이 아니다. 이 땅 어딘가 주변의 무관심으로 인해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아이들이 있을 것이다. 아동학대 문제는 더이상 개인 가정 문제가 아니다. 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온 마을’의 작은 관심과 사랑의 격려가 절실한 때이다.


MeCONOMY Magazine June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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