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생겼다~ 잘생겼다~’ 모 통신사광고의 CM송으로 유명한 ‘갈릭스’, 그리고 M. net <슈퍼스타K 시즌6>의 우승주역 ‘곽진언’과 ‘김필’, SBS <일요일이 좋다-서바이벌 오디션 K팝스타 시즌4>로 화제몰이 중인 ‘이진아’ , 이들의 공통점은 홍대 클럽에서 활동했던 인디뮤지션이다.
최근 인디밴드의 음악은 오디션프로그램은 물론 드라마OST, 예능BGM, 광고CM까지 다양한 채널을 통해
들을 수 있는데 이는 홍대 클럽 등에서 활동하는 인디밴드가 다양한 매체로 점점 대중의 관심을 끌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전 세계 뮤지션들에게 꿈의 무대라 불리는 영국 글래스톤베리에 한국 인디밴드들이 초청되면서 그 음악성과 개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이렇게 세계시장으로 발을 넓혀간 홍대 인디씬의 발전은 ‘술탄오브더디스코’, ‘이디오테잎’, ‘글렌체크’ 등 대형 밴드들의 탄생으로 이어졌으며 많은 음악가들이 홍대 인디씬으로 몰려들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치열한 홍대 인디씬에서 슈퍼밴드를 꿈꾸며 지난달 정규 1집 ‘Pages& Sketches’를 발표한 밴드 ‘슬로우베이비’. 2010년 결성된 슬로우베이비는 4인조 밴드로 구성되어 있는데 홍(리더&기타,28), 산(보컬,28), 백형(베이스,31), 의성(드럼,36) 등이다. 슬로우베이비는 어떤 음악을 하는 밴드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많은 장르를 섞으려고 노력하고있고 프로그레시브한 구성과 가요를 접목한 곡에서부터 펑키, 발라드, 블루스팝, 디스코 등 다양한 음악 장르를 시도한다”고 소개했다.
슬로우베이비라는 밴드의 이름은 “(홍)이름을 무엇으로 지을까 하고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지었다”며 “여러가지 단어들을 배열해놓고 막 정했던 거 같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더 늦기 전에 의미부여를 해야 할 것 같다”는 장난기 있는 멘트도 잊지 않았다. 슬로우베이비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Q. 각자 악기는 언제부터 다뤘나.
(홍) 20살 때부터 기타를 치기 시작했다. 횟수로는 7~8년 정도 된다.
(의성) 고등학교 때 교회에서 어깨너머로 드럼을 배웠고 직장생활을 5년 정도 하다가 더 나이 먹기 전에 음악을 좀 더 해보고 싶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드럼을 배운 뒤 음악공부를 위해 백석대학원에 진학했다.
(중산) 처음에는 기타를 쳤는데 보컬이 하고 싶었다. 학교동아리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보컬오디션을 거쳐야했는데 경쟁이 워낙 치열해 비교적 쉽게 들어갈 수 있었던 기타 파트로 동아리에 들어가게 되었다.
(백형) 중산처럼 20살 때 동아리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기타로 음악을 시작했다. 방구석 기타리스트라고 불릴 만큼 혼자서 기타를 치며 지내던 중 슬로우베이비의 베이스자리가 공석이어서 대타로 베이스기타를 잡게 되었고 결국 쭉 베이스기타를 치게 되었다.
Q. 밴드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
(중산)2007년도에 우연히 홍대 라이브클럽에서 ‘하이미스터메모리’란 뮤지션을 보고 무대에서 음악을 하고싶다는 막연한 마음을 느꼈다. 그 후 2010년도 군대를 전역하고 나서 근거 없는 자신감과 에너지로 취직준비까지 포기하고 밴드 활동을 시작했다.
Q. 팀을 결성한 지 5년이 다 되어가는 데 멤버들 간 화합은 어떠한가.
지금의 멤버로 결성하기까지 멤버 교체가 여러 번 있었다. 음악적으로 안 맞는 부분도 있어서 나간 친구도 있고 활동에 회의감을 느껴서 나간 친구도 있다. 그 중에는 처음과 달리 음악을 하다가 재미없다며 나간 친구도 있다. 이렇게 우여곡절을 겪은 후에 지금의 멤버들을 만나서 앨범을 발매할 수 있었다. 오로지 음악이 좋아서 모인 친구들이기 때문에 화합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획사에서 관리해주는 게 아니라 우리 멤버들 스스로 관리한다.
Q. 의성(드럼)이 슬로우베이비에 합류하게 된 것이 중산(보컬) 목소리 때문이라고 들었다.
(의성) 밴드 구인사이트에서 슬로우베이비 드럼 구인글을 봤다. 그리고 슬로우베이비의 동영상을 봤는데 중산(보컬)의 목소리가 아주 매력적이라 끌렸었다. 그전에 오디션을 볼 때는 홈 레코딩 장비가 워낙 발달해서 합주하러 가면 보내준 샘플 곡과 다른 팀들이 많았는데 슬로우베이비는 합주를 하러 가면 보내준 음원과 똑같이 연주가 나와 결국 함께하기로 했다.
Q. 기타 홍은 슬로우베이비 외에 활발한 세션 활동을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홍) 그전에는 강백수밴드, 크랜필드, 김도연 등의 뮤지션의 레코드라이브 세션과, 단편영화 OST활동을 했다.
Q. 지금 음악을 하는 데 있어서 영향을 받은 뮤지션은 있나.
(홍) ‘핑크플로이드’의 기타리스트와 ‘프린스’의 기타리스트를 좋아한다. 그리고 외국 인디밴드의 음악을 많이 들으려고 하고 있다. 음악을 듣는 폭이 갇혀 있다는 생각이 들어 다양한 음악을 많이 듣기 위해 노력한다.
(의성) 생활방식에 영향을 준 뮤지션은 ‘서태지’다. 대다수 사람들은 남들처럼 틀 속에서 살아가지만 ‘서태지’는 지금 세대에 삶의 목적 등 다양한 메시지를 던졌고 그런 모습을 보며 좋은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중상) ‘커트코베인’이나 ‘너바나’에게 영향을 많이 받았다. 특히 ‘너바나’의 거친 목소리는 지금 내 음악에 많은 부분 영향을 주고 있고 더 많이 배우고 노력하면 그들처럼 다듬어진 소리를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백형) 존 메이어 트리오에서 베이스를 맡은 피노 팔라디노라는 사람이 있는데 튀지 않고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그 속에 과하지 않게 자신의 색을 표현하는 것이 좋다.
Q. 최근 첫 정규앨범 ‘Pages & Sketches’를 발매했는데 앨범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
(홍) 이번 앨범의 수록곡들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바탕으로 가사를 썼고 선이 굵직한 음악들을 담았다. 앨범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잊혀짐’이란 단어는 타이틀곡인 ‘빗소리’의 굵직한 감정선과 반복되는 후렴구로 앨범을 지탱하고 있고 앨범의 제목인 ‘pages & sketches’는 한 소년이 어린 시절에서 점점 시간이 지나가며, 성장이란 단어로 잊혀 가는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다시금 하나의 캔버스와 종이에 그려짐을 노래하고 있다.
이번 앨범에 수록된 11곡을 모아 마치 하나의 곡처럼 앨범 안에서 그리고 앨범 자체로 노래하고 있다. 각각의 곡들의 가사는 단편적이고 이야기보단 쏟아내는 감정으로 이루어지고 한 곡 한 곡 앨범의 끝으로 이어져 나가는 감정의 선은 마지막 트랙인 <다가와>에서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된다.
사라지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슬픔을 안겨주는 사건들을 지나 <소년>을 시점으로 다시 써내려 가는 이야기들, 지금의 환상의 무대를 노래하는 <Dark sweet blues>, 해가 뜰 때까지 춤에 취하는 <Wecan dance>, 잊혀짐을 이겨내는 것이 아닌 포옹하게 되는 <다가와>까지 하나의 앨범에서 담아낼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들어 낸다.
Q. 그동안 활동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 달라.
(중산)4~5개월 동안 합주를 하루에 8시간씩 한 것 같다. 그때는 학생이라 점심시간 때쯤 모여서 합주하고 저녁 먹고 9시쯤 헤어져서 다음날 또 만나는 생활을 지속해서 했었다. 술을 마시는 것도 아니고 좀비처럼 죽어라 연습만 했는데 그때 연습했던 시간이 현재 활동하는데 많은 밑거름이 되는 것 같다.
Q.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활동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무대라는 공간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활동을 해 나갈 생각이다. 굳이 홍대라는 특정한 지역을 선호하기보다는 전국의 여러 지역을 다니면서 우리의 음악을 알리자는 게 목표라면 목표이다. 또 다른 뮤지션들을 많이 만나고 직접 공연기획도 하면서 많은 무대에서 사람들을 만날 계획이다. 물론 가수로서 2집 활동준비도 중요하다고 본다. 다만 그전에 정규 1집 ‘Pages & Sketches’로 대중들에게 우리의 음악을 각인시킬 수 있는 활동들이 중요하다고 본다.
2015년에 6년 차를 맞이하는 슬로우베이비. 넘쳐나는 청춘인 그들의 앨범 속 음악들은 하나의 스토
리로 팬들의 가슴에 잊지 못할 이야기들을 끄집어내게 한다. 트랙마다 변화하는 색깔, 그리고 넘치는 감정과 에너지로 하나인 듯 수십 가지의 ‘잊혀짐’을 노래하고 있는 이들은 정규 1집을 내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한국의 인디음악을 이끌어나갈 슬로우베이비의 활동이 기대되는 이유다.
MeCONOMY Magazine march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