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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3월 24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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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기획] 환율 ‘고공행진’....‘구조적 고환율’ 시대 해법은?


- 정부 ‘환율 안정 3법’에도 효과 제한적...한시적 정책 한계
- “전쟁 끝나도 고환율”…근본 원인은 ‘자본 유출 구조’


 

미국·이스라엘-이란 간 전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이하 환율)이 1500원 이상 오르며 국내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에 정부도 나서 ‘환율 안정 3법’, 국민연금 ‘뉴 프레임워크’를 통해 해외 투자 붐 현상을 막기 위한 여러 방안을 모색하는 중이다.

 

하지만 증권가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전쟁이 끝나더라도 고환율 기조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투자보다 해외 투자가 더 이익이 크다면 투자자들은 해외에 투자할 수밖에 없는데, 가령 한국 경제가 미국 경제를 앞지르지 않는 이상 해외 투자 수요는 국내 투자를 넘어서기 힘들다는 얘기다.

 

24일 11시 기준 환율은 1500.70원(매매 기준율)에 거래되고 있다. 전 거래일 대비 11.20원 오른 것이다. 전쟁 발발 직전 거래일인 2월 27일 1466.50원보다 34원 이상 오른 수치다.

 

전 거래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는 전날보다 16.7원 오른 1517.3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09년 3월 9일 종가(1549.0원) 이후 1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추세라면 이달 평균 환율은 1997년 외환위기 수준을 넘을 가능성도 있다.

 

환율이 오르고 이 상태가 장기화 하면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원자재 수급과 공급망에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수입 업종은 원가 부담 때문에 고심이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수출 업종도 환율 변동성 대처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모양세다. 더 큰 문제는 내수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 “달러 수급 불균형 해소” 나선 정부…효과는 미지수

 

정부는 최근 환율 급등의 주요 원인이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투자 열풍에 따른 달러 수급 불균형에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와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전쟁의 영향은 단기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다.

 

현재 정부가 추진중인 ‘환율 안정 3법’은 국내 투자자가 해외 주식을 팔고 국내에 투자하도록 유인하는 방안들로 구성돼 있다. 대표적인 방안이 국내시장복귀계좌(RIA)다. 개인들이 보유중인(2025년 12월 23일) 해외 주식을 매도하고 국내 주식(ETF 포함)에 투자하면 기간별로 양도소득세를 면제해주는 제도다. 올해 5월 31일까지 매도하면 100%를 공제받을 수 있고 7월 31일까지면 80%, 12월 31일까지 50%가 공제된다. 단 국내 투자금을 1년 이상 유지해야 하며, 5000만원이 최대 한도다.

 

지난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관련 법안 통과가 좌절됐지만, 관련 규정에 따라 국내 다수 증권사들은 RIA 계좌를 개설을 시작했다.

 

이외에도 환 헤지 상품에 대한 양도소득세 소득공제 제도 신설 방안도 추진한다. 환 헤지 상품은 해외 주식 투자자가 환율 하락으로 손해를 볼 경우를 대비한 일종의 보험 상품으로, 정부는 환 헤지 상품 구매액의 5%를 500만원 한도 내에서 해외주식 양도차익을 공제해준다는 구상이다. 환 헤지가 늘어날수록 원화에 대한 수요가 늘어 환율을 떨어뜨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국내 모기업이 해외 자회사에서 받은 수입 배당금에 대한 과세 제외 비율을 한시적으로 상향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해외에 쌓아둔 달러를 한국 본사에 배당금을 보낼 때 내는 세금을 줄여 국내 달러 공급을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해외 투자를 가장 많이 하는 국민연금에 대해 투자 방식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는 ‘뉴 프래임워크’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수익성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이지만, 수익성과 환율에 미치는 영향 사이에서 적절한 방안을 도출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노력이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재원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경제학부 교수는 24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추진 중인 이른바 ‘환율 안정 3대 정책’에 대해 “환율 안정에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RIA 제도에 대해 “나쁘다고 보긴 어렵지만 환율 안정 효과는 제한적”이라며 “세금 혜택을 통해 국내 투자를 유도하는 취지는 이해되지만, 자금 이동의 ‘우회 경로’가 많아 실질적인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환율 안정 3개 대책은 한시적이라는 단서를 달고 있다.

 

그러면서 “최근 환율 상승은 이란 정세 등 지정학적 불안으로 위험자산 선호가 약화되고 신흥국 자산에서 자금이 빠지는 흐름이 나타난 것”이라며 “국내 요인으로 환율이 오른 것이 아닌 만큼 정책 대응에도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최 교수는 현 시점에서 가장 현실적인 대응으로 ‘시장 자율’을 제시했다. 그는 “지금은 시장에 맡겨야 할 시기”라며 “정부가 인위적으로 환율을 낮출 수 있었다면 이미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전쟁 끝나도 고환율”...근본 원인은 ‘자본 유출 구조’

 

정부의 환율 정책에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최근 환율 상승의 근본 원인으로 ‘자본 유출 구조’를 지목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해외 주식 투자로, 기업은 해외 생산기지 확대로 자금을 외부로 이동시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미국의 성장률과 투자 수익률이 한국보다 높은 상황에서 자금이 해외로 이동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이는 합법적인 자본 이동이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막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환율 안정을 위한 현실적인 카드로 ‘해외 투자 과세 강화’를 언급했다. “미국 주식 양도소득세율(현재 22%)을 높이면 투자 수익률이 낮아져 자금 유출을 일부 억제할 수 있다”면서도 “자본 자유화 흐름에 역행하는 조치이기 때문에 최후의 수단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결국 해법은 국내 경제 체질 개선에 있다는 진단이다. 김 교수는 “환율 상승은 기업 투자 환경, 노동시장, 성장률 등 구조적 문제와 연결돼 있다”며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정책 환경을 만들지 못하면 자본 유출과 환율 상승 압력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자본 자유화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규제 수준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이 문제는 결국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향후 환율 전망도 낙관적이지 않다. 그는 “중동 정세가 안정되더라도 과거처럼 1200원대로 환율이 내려가기는 쉽지 않다”며 “자본수지에서의 지속적인 유출을 고려하면 1450원대 이상이 새로운 균형 수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 “1450원이 뉴노멀” 고환율 시대 진입...한국은행 역할 주목

 

종합하면, 현 환율 급등은 단기적 이벤트를 넘어 자본 흐름과 경제 구조가 맞물린 결과로, 정책 대응 역시 단기 처방을 넘어 구조 개혁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의 금융 정책을 총괄하는 한국은행의 역할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2일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경제고문 겸 통화경제국장을 신임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로 지명했다.

 

신 지명자는 한국의 통화 정책과 금융 안정을 위해서 큰 기여할 능력을 갖춘 인물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는 2014년부터 BIS에서 근무했으며, 이전 옥스퍼드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한 이후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뉴욕 연준 금융자문위원, IMF 상주학자 등을 역임했다. 국내에서는 2010년 이명박 정부시절 청와대 국제경제보좌관을 경험했다.

 

김정식 교수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자본 이동이 미국 금리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글로벌 금융 사이클’ 이론을 언급하며 “신 지명자는 해당 분야의 세계적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거시건전성 정책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어 “금리 정책만으로는 자본 유출을 통제하기 어려운 만큼, 향후 은행 건전성 관리와 대출 규제 등 거시건전성 감독이 강화될 수 있다”며 “다만 현재처럼 자본 유출 압력이 큰 환경에서는 한국은행의 정책만으로 환율을 완전히 통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신 후보자를 기본적으로 금융안정을 중시하는 '매파적 성향'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는 2022년 BIS 연설에서 "중앙은행의 긴축이 부족하거나 늦으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고착화될 수 있다"며 고물가에 대한 중앙은행 역할론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적으로 미국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한국 경제구조 속에서 전쟁이라는 변수가 생김에 따라 환율이 급등했다. 단기 급등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구조적으로 환율은 기존보다 높은 가격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국민이 체감하는 고물가인데, 정부와 한국은행이 보다 근본적인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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