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8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하며 양국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더욱 공고히 했다. 이번 회담은 제2차 세계대전 승리 기념일(전승절) 80주년을 맞아 이뤄졌으며, 시 주석은 이를 계기로 7일부터 나흘간 러시아를 국빈 방문 중이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 서두에서 시 주석을 "친애하는 동지"라고 불렀고, 시 주석은 “나의 오랜 동지”라 화답하며 깊은 상호 신뢰를 강조했다. 두 정상은 이러한 표현을 통해 서방과 대립각을 세우는 가운데 양국이 정치적, 군사적, 경제적으로 긴밀히 공조하고 있음을 대내외에 과시했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에서 “중국과 함께 전쟁의 참혹한 역사와 그 진실을 지켜나가는 동시에, 현대적 신나치주의와 군국주의의 부활에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시 주석도 이에 동조하며 “국제 사회가 일방주의와 패권주의, 괴롭힘을 마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러 양국은 책임 있는 강대국으로서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언급했다.
두 정상은 회담에서 ▲'시베리아의 힘2' 가스관 건설 프로젝트 ▲원유·가스 등 에너지 협력 확대 ▲러시아산 자원에 대한 위안화 결제 확대 ▲극동 개발과 투자 연계 방안 등 실질 협력 분야를 중점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미·러 간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협상, 미·중 간 관세 갈등, NATO와 G7의 동향 등 지정학적 사안들도 심도 있게 다뤄졌다. 양국은 서방 중심의 국제질서에 대항하는 ‘다극화 세계 질서’ 구축에 의견을 같이하며, 글로벌 남반구 국가들과의 연대 강화에도 뜻을 모았다.
푸틴 대통령은 "중국의 항일전쟁 승전 80주년 기념행사(9월 3일)에 참석해 다시 베이징을 공식 방문하겠다"고 밝히며 시 주석의 초청에 감사를 표했다. 이는 양국 정상 간 2025년 들어 세 번째 회동으로, 1월 화상 정상회담, 2월 전화통화에 이어 지속적인 고위급 외교의 흐름을 이어가는 셈이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은 이번 회담이 중·러 양국 간 "사실상 동맹에 가까운 수준의 포괄적 전략 파트너십을 대내외에 확인시켜준 자리"라고 평가했다. 반면 서방에서는 중·러의 연대가 국제사회 내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보 불안정성 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