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프리카 말리서 1987년 최초로 발견 된 천연수소가 전 세계를 '제2의 골드러시'로 이끌고 있다. 천연수소는 연소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전혀 없다. 또한 태양,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되며, 차세대 에너지로 각광받는 그린수소보다 생산 비용이 훨씬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과학자들은 지구에 천연수소가 5조톤 가량 묻혀있어 전 인류가 수천년 동안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는데, 이는 과거엔 ‘꿈의 에너지 자원’이라고 불리던 천연수소에 대한 탐사 및 시추가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는 배경이다.

◇아프리카 말리에서 최초로 발견된 천연수소
천연수소는 지금으로부터 38년 전 서아프리카 말리에서 60km 떨어진 부라케부구 마을에서 처음 발견됐다. 당시 한 우물가에서 시추 작업을 하며, 담배를 피우던 인부가 우연한 폭발을 경험했다. 그 소규모 폭발은 우물에서 피어나온 희미한 바람이 원인으로 밝혀졌고, 현지 석유 회사 페트로마(현 하이드로마)가 조사를 진행한 결과, 우물에서 나온 가스의 98%가 수소였다는 것이 밝혀졌다. 페트로마는 폭발이 일어났던 마을에 수소를 연소시키는 발전기를 설치했다. 이것이 오늘날 전 세계를 천연수소 탐사 열풍으로 이끌었던 최초의 사건이다.
2023년 5월에도 프랑스 북동부 로렌 지역에서 천연 수소가 발견됐다. 당시 프랑스 로렌대 지질자원연구소 연구진과 전력업체인 프랑세즈 데네르기는 공동 연구를 통해 로렌에서 천연수소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후 로렌은 천연수소 4600만톤(추정치)에 이르는 세계 최대 천연수소 매장지로 떠올랐다. 이는 전 세계 수소 생산량인 연간 9400만톤의 절반에 이르는 거대한 양이다.
호주의 천연수소 전문 기업 골드하이드로젠도 2023년 남호주 정부로부터 요크 반도에서 천연수소 매장 여부를 탐사하는 램지1과 램지2의 프로젝트를 승인받고 시추를 진행한 바 있다. 스펜인의 경우 2028년까지 천연수소 상업생산을 목적으로 피레네 산맥 지역에서 시추 및 탐사 작업을 진행 중이다.

◇CNBC “빌게이츠·제프 베이조스가 천연수소 사업에 대규모 자금 투자”
최근 천연수소 산업은 투자 규모가 급성장했다. 전 세계에서 내놓으라 하는 거대 석유 기업 산하 벤처 운용사들이 천연수소 탐사에서 역할을 맡고 있다. 천연수소는 석유, 가스와 같은 전통적 화석연료 생산 방식을 따르기 때문에, 생산 비용이 저렴하고 연소 시 물만 배출한다. 때문에 천연수소는 궁극의 청정에너지원이며, 생산 단가도 청정에너지인 그린수소보다 훨씬 저렴한 1kg당 0.5달러로 예상된다. 이처럼 천연수소는 전 세계 에너지 산업을 뒤흔들만한 ‘게임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지난 달 28일(현지시각) 서구권 거대 광산기업과 메이저 석유회사 산하 벤처 기업들이 이처럼 천연수소 골드러시에 뛰어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광산 기업 리오 틴토와 포르테스큐를 비롯해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즈프롬, 영국 BP의 벤처케피탈 사업부, 빌게이츠의 청정에너지 기술 투자 펀드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스 등을 언급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 빌게이츠와 아마존 최고 경영자 제프 베조스가 공동 투자한 천연수소 전문 기업 콜로마는 지난해 9월까지 총 3억 500만 달러의 투자금을 모금했다. 이 스타트업의 후원자로는 아마존 기후 펀드, 유나이티드 항공, 그리고 빌게이츠가 설립한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스 등이 거론된다. 또한 손정의 소프트뱅크의 회장과 마윈 알리바바그룹 창업자도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스 투자자로 알려졌다.
카마이클 로버츠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스 책임자는 최근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스가 자금을 투자한 프랑스 스타트업 멘틀8이 천연수소 탐사 분야에서 전 세계를 선도하는 전문성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마이클 로보츠는 “멘틀8의 지질학 기반 천연 수소 탐사 접근 방식은 유럽에서 저렴한 수소를 현실로 만들 수 있는 강력한 입지를 확보하게 해 준다”라며 “숙련된 지질학자 팀과 상향식 탐사 접근 방식을 통해 멘틀8은 수소 탐사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엠마누엘 마시니 멘틀8 창립자 겸 CEO도 “우리의 기술은 과학계와의 광범위하고 긴밀한 협력을 기반으로 구축됐다”며 “다음 단계는 이 기술을 과감하게 구현할 수 있도록 적합한 파트너를 찾는 것이었고, 투자자들의 지원 덕분에 이제 필요한 속도로 나아갈 수 있는 동력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설립된 멘틀8은 20년 경력의 지질학자들로 구성됐으며, 지구물리학, 지구화학, 지진 데이터를 결합한 기술을 활용한다. 또한 전 세계에서 가장 정확한 천연수소 탐사 기술을 지니고 있다고 자평했다. 맨틀8은 홈페이지를 통해 수소 생성 시스템 전체를 시각화하며, 수소의 양과 질을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멘틀8의 목표는 2030년까지 천만톤의 천연수소를 찾는 것이다. 올해 2월까지 총 340만 유로(한화 50억원) 규모 시드 자금조달 라운드를 완료했다.
에너지 시장 조사 업체인 라이스타드 에너지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다양한 국가에서 천연수소 탐사 활동이 진행 중이며, 프로젝트 수(2024년 기준)에서 미국과 캐나다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 미국은 에너지부(DOE) 산하 아르파E를 통해 16개 정부 연구기관, 민간 기업, 대학교 등에 2천만 달러를 투자했다. 아르파E 프로그램는 청정에너지 및 천연수소 연구를 진행하기 위한 미국 정부 기관이다. 캐나다는 자국 내 온타리오, 래브라도, 뉴펀들랜드, 브리티시컬럼비아 지역 등에서 정부 기관과 연계한 천연수소 연구 및 탐사를 진행 중이다. 이밖에 한국, 호주, 스페인, 프랑스, 알바니아, 콜롬비아 등에서 탐사 활동이 현재 진행형이다.
이와 관련해 에너지 시장 전문가들은 내년이 이러한 기업 및 연구단체들에게 중요한 한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탐사 활동에 나선 기업들이 천연수소를 상업 생산하기에 합당한 매장량을 발견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까운 일본은? 나가노현 하쿠바...천연수소 유력 매장지로
지난 달 일본 정부는 2026년 3월 말까지 천연 수소 매장지를 찾기 위한 공식 탐사를 진행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탐사를 진행할 일본 금속에너지안보기구(JOGMEC·조그맥)은 정부 기구지만 광물 자원 및 에너지 탐사 분야에서 독립성을 갖추고, 해외 자원 개발 사업을 추진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조그맥은 일본 중부 산악 지역인 나가노현 하쿠바의 지열 온천을 주요 탐사 대상으로 거론했다. 나가노는 1998년 동계올림픽을 치른 곳으로, 스키장 시설이나 풍경이 전 세계 관광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하쿠바 하치카타에는 일본에서 유일한 천연 수소 온천이 존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일본 경제매체 니케이 재팬은 조그맥이 하쿠바 마을의 수소 농도와 지질 특성을 우선 연구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조사를 위해 조그맥은 수소 생산에 관여하는 광물 분포와 지하 온도 데이터 등을 지도에 통합하여 잠재적 수소 추출 지점을 탐색할 예정이다. 내년까지 하쿠바 내에서 천연수소 매장지를 찾는 것이 목표다.
최근 조그맥은 천연수소와 관련한 연구 활동도 활발히 벌이고 있다. 올해 2월 일본 경제산업성 자원에너지청의 지원을 받아 일본석유기술협회, 신에너지산업기술개발기구와 공동으로 ‘천연 수소 워크숍’을 개최했다.
이날 도쿄대학교에서 열린 워크숍은 현재까지 일본 정부가 진행해 온 천연수소 연구 성과를 돌아보고, 미국 연구진을 초청해 미국 내 천연수소 주요 이슈를 분석하는 등 양국이 천연수소 분야에서 협력을 모색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워크숍엔 전 세계 12개국 민관학 인사 475명이 참석한 가운데, 미국 지질연구소 소속 제프리 엘리스 박사와 미국 아르파E에서 연구를 진행하는 더그 윅스 박사가 눈에 띄었다. 엘리스 박사는 미국 내 잠재적 천연수소 매장지를 지도로 만드는 연구를 진행했고, 윅스 박사는 아르파E에서 지원하는 총 2400만 달러 규모 천연수소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가 관련 사업을 진행 중이다. 석유공사는 2023년 전국 5개 지역에서 자연수소 측정 장치를 활용하여, 천연수소가 묻혀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를 위해 천연수소의 안정적인 측정과 장기간 모니터링을 위한 ‘자연수소 탐침장치’도 개발하여, 특허를 출원했다.
이 기술은 토양에 장치를 삽입하며, 지하에서 발생하는 수소 기체를 측정한다. 별도의 필터 및 배수 시스템을 활용해 수소 측정의 가장 큰 제약 요인인 물의 영향을 최소화한다.
당시 석유공사는 지표조사 작업을 전략적으로 확대하고 지질, 지구 물리, 시추 등 보유 기술과 자체 개발한 수소 탐사 및 모니터링 기술을 활용하여, 중장기적 분석을 실시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가스공사도 지난 달 보도자료를 배포해 국내에서 천연수소 생성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부존 가능성을 분석하는 연구 과제를 수행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