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무역협회가 미국 상무부에 한국 반도체 및 의약품이 미국 국가안보를 해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며,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줄 것을 요청했다.
무협은 현지시간으로 5월 7일, 미국 상무부에 반도체와 의약품 관련 산업계 입장을 담은 공식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8일 밝혔다. 이는 미국 정부가 수입 반도체 및 의약품을 대상으로 232조에 따른 국가안보 조사에 착수한 데 따른 대응이다. 미국은 지난달 해당 조사를 개시하고, 이달 7일까지 의견수렴 절차를 진행해왔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특정 품목의 수입이 미국의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될 경우, 대통령이 관세 등 제한 조치를 시행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이번 조사 대상에는 반도체 기판, 웨이퍼, 범용 및 최첨단 반도체, 미세전자제품, 반도체 장비 부품이 포함됐다. 의약품 부문에서는 완제약, 원료의약품, 백신, 항생제 등 공중보건과 연관된 핵심 품목들이 조사 대상이다.
무협은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한국산 반도체와 의약품이 미국 안보에 위협을 가하지 않으며, 관련 품목들이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국의 대미 반도체 수출은 주로 범용 메모리 반도체이며, 미국은 오히려 고부가가치 반도체 장비를 한국에 수출해 흑자를 내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2024년 미국의 한국향 반도체 장비 수출은 39억3천만달러로 전체 수출의 약 20%를 차지했고, 무역수지 흑자도 29억달러에 달했다.
무협은 이번 조치로 인해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한국 소재·장비 기업의 미국 내 투자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2024~2032년 미국 내 반도체 설비투자에서 한국 기업의 비중이 37%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관세 부과 시 미국 반도체 산업 전반에 원가 상승과 공급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스마트폰, 노트북, 디스플레이 모듈 등 포괄적으로 설정된 반도체 파생 제품의 관세 적용 범위를 축소해 줄 것도 요청했다. 핵심광물 관련 항목들에 대해선 이중 관세가 부과되지 않도록 조정해달라고 제안했다.
의약품 부문에 대해서는 한국 바이오제약사들이 저렴한 제품을 공급함으로써 미국 내 의약품 접근성 확대에 기여하고 있으며, 미국 기업과의 협력도 활발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 미국산 원료의약품을 사용해 가공한 완제 의약품 ▲ 미국 내 약가 부담을 줄이는 바이오시밀러 및 제네릭 ▲ 미국 제약사의 위탁 생산을 받은 바이오의약품 등에 대해 관세 면제를 요구했다.
조성대 무협 통상법무대응팀장은 "품목과 기업별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괄적 관세 조치는 많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우리 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경로로 우려를 전달하고, 이해관계자들과 협력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