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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한국의 정신문화를 찾아서(16) 수행과 염불기도 전해준 불교

[M이코노미 이상용 수석논설주간]문명의 발생 조건은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본다. 첫째 적정한 숫자 이상의 인구가 존재해야 하고, 둘째 문자가 있어야 한다. 인구의 규모가 클수록 교역되는 물품의 시장도 커져 좋긴 하나 그만큼 풍부한 경제적 부를 탈취하기 위한 전란에 휩쓸리게 될 위험도 상승한다. 문자는 지식의 축적을 가능하게 하고 정보의 정확성을 향상시키고 이에 따라 자연히 체계적인 사유를 가능하게 해준다.

 

 

우리 민족 고유의 종교와 사상을 지니고 있었던 삼국은 불교와 유교를 한문 경전을 통하여 접하게 된다. 불교이전, 민족 고유의 종교와 사상이 무엇이었을까 하고 실로 많은 학자들이 탐색해왔다. 지금 돌이켜 보면, 거기에 너무 힘을 쏟은 것은 아닌지 생각될 정도다. 우리 민족 고유의 사상과 종교는 아직도 연무에 둘러싸인 새벽에 큰 산 그림자를 바라보는 듯하다. 국조신 단군과 산신의 신화들, 풍류도, 홍익인간사상 등의 기록이 소략하기 그지없다. 발굴되는 유물로 상상력을 메우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요하 주변과 한반도에 걸쳐 오랫동안 정주하였으나 남아있는 기록들이 너무 없다. 천부경은 너무 짧은데다 상징성으로 가득해 자료로 쓰기가 어렵다. 아무튼 추측건대 삼국시대 이전 우리 민족에게 신들이 있었고 제사도 있었고 치병과 점술을 행하는 무당과 제관은 존재했으나 인간의 궁극적인 질곡에 자세한 해답을 주는 가르침은 없었던 것 같다.

 

그러던 중 유교와 불교를 만났다. 유교는 충과 효, 사회 윤리와 질서를 말해주었으나 불교는 넓디넓은 우주와 사람의 마음과 전생·현생후생을 인과응보와 윤회의 논리로 이야기해주었다. 핵심 골자와 대화만 기록된 유교 경전에 비해 불교경전은 심오한 내용을 신비로운 이야기로 풀어내어 삼국시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불교와 유교는 중첩되지 않는 부분이 많아 상호 보완적으로 삼국인들에게 인식되었고 드디어 삼국인들의 정신과 철학 세계의 지평을 크게 열어 주었음에 틀림없다. 

 

화엄경과 법화경의 세계

 

불교의 대표적 경전은 화엄경과 법화경이며 이 두 경전은 불교 도입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가장 널리 사랑받고 있는 경전이다. 화엄경의 본명은 대방광불화엄경이다. 80권본, 60권본, 40권본 등 세 가지 종류가 있다. 화엄경은 부처와 보살 등이 지상과 천상에서 8회 혹은 9회의 법회에서 행한 설법을 모은 것이다. 화엄경은 방대할 뿐만 아니라 불교의 진수가 모두 담겨있기 때문에 여기서는 감히 논할 수는 없다. 다만 화엄경의 어떤 요소 때문에 삼국 시대 이래 지식인들을 매혹하게 했는가에만 초점을 맞추려 한다. 그것은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수행하는 노력을 하면 지혜와 신통력을 얻을 수 있다는 내용 때문이라고 본다.

 

석가모니라는 살아 있는 인간이 고행하고 삼매하는 수행 끝에 지혜와 신통력을 얻었다는 것이다. 어떻게 수행했고 수행단계는 어떤 것인지가 화엄경 속에 담겨 있다. 물론 다른 경전에도 그런 내용이 들어 있으나 자세하게 언급돼 있다는 점에서 탁월한 경전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수행은 중·하품 인간들은 감히 도전하지 못하지만 이성적 합리적 생각이 강한 유교 지식인들도 화엄경을 읽고선 한 번쯤 수행에 도전해볼 만하다는 의욕이 듬직하다. 수많은 수행자들이 도전했고 지금도 도전하고 있다. 신라 화랑들이 유오산수(遊娛山水)를 했다는 것을 보면 수행했던 흔적이 있으나 불교만큼 정교하고 철학적이지 않을 것 같다. 

 

화엄경 중에서 보살 수행의 10가지 단계를 설명한 ‘십지품’이 가장 핵심적인 내용으로 자리 잡은 것은 바로 위와 같은 배경에서 연유한다고 본다. ‘십지품’은 같은 내용을 「십지경」으로 따로 편찬될 정도로 중요하게 봤다. 제1지는 환희지로서 이타행과 지혜로 인해 기쁨이 충만해지는 경지다. 제2지는 이구지다. 번뇌를 씻어버리고 청정한 계율을 지키는 경지다. 제3지는 발광지로 신통력을 얻는 단계다. 제4지는 악마도 감히 범접 못하는 염혜지다. 제5지는 난승지다. 일체 중생이 그에게 의지하는 경지다. 제6지 현전지는 일체의 지혜가 다 드러나는 경지다. 제7지 원행지는 진리의 세계에 들어가서도 중생 제도를 멈추지 않는 경지다. 제8지 부동지는 집착에 흔들리지 않아 금강석처럼 마음이 단단해진 경지다. 제9지 선혜지는 중생들의 마음을 속속히 살펴 가장 적절한 불법을 설하는 경지다. 제10지 법운지는 대법신을 얻는 자유자재의 최고의 마지막 경지다.

 

십지품의 각 경지는 필자 나름대로 쉽게 요약했음을 밝혀둔다. 수행 단계를 10단계로 나누었으니 원문은 당연히 중첩되고 애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스스로 수행하는 자라야만 이 10지의 각 단계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며 아마도 수행자마다 해석이 다를 것이다. 십지품의 의의는 정확한 수행 내용을 따지는 것보다는 그런 단계로 나누어 사람들로 하여금 수행에 도전하게 만들었다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은 많은 불교 박해와 전란 속에서 수행이 제대로 이어지지 못한 것 같은데 한국은 간화선으로 꽃을 피워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타력 신앙, 관세음 신앙의 번성

 

불교는 자력적인 수행과 타력적인 염불기도로 대별할 수 있다. 보통 사람들이 출가하여 고된 수행을 할 수는 없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만 염불하면 고통에서 해방되고 불국토인 극락정토에 왕생할 수 있다는 신앙이다. 이와 같은 타력불교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변화이자 선택이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삼국시대의 일반 백성들이 어려운 한자를 해독하기도 어렵고 한자를 배울 학교도 없었을 것이다. 불교 경전 자체도 구할 수 없었을 것이다. 경전 인쇄란 국가적 불사가 아니면 안 되고 조선시대에 와서도 여러 사찰이 합심하여 복각할 수 있는 일이었다. 신앙이란 경전 지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진정으로 신심을 가지고 실천하는 게 더 중요할 터이다. 법화경은 구마라집의 번역본을 가장 알아준다. 이 법화경에 ‘관세음보살보문품’이 나온다. 이것만 보면 염불 불교가 왜 성행했는지 잘 알 수 있다.

 

“세존(부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만약 갖가지 고통 받고 있는 한량없는 중생들이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듣고 일심으로 부른다면, 관세음보살은 즉시 그 음성을 듣고 모두 그 고통에서 해탈되도록 할 것이다.

 

또 이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받드는 사람은 가령 큰불 속에 빠져도 불에 타지 않을 것이다. 이 보살의 불가사의한 위력에 의한 까닭으로, 만약 큰물에 떠내려가도 그 이름을 부른다면 얕은 곳에 이르게 될 것이다.

 

만약 중생들이 금·은 등 보배를 구해 큰 바다로 나갔을 때 흑풍이 불어 그가 탄 배가 나찰귀 나라에 도착했다고 하자, 그 안에 있던 한 사람이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부른다면 그들 모두 나찰귀의 재앙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또 어떤 사람이 바야흐로 죽음을 당하려도 할 때에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부른다면 높이 쳐든 칼이나 몽둥이가 산산조각 나서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또 어떤 사람이, 혹은 죄가 있고, 혹은 죄가 없는 데도 불구하고 수갑·형틀에 묶였다고 하자, 그 사람이 관세음보살을 부르면, 모조리 다 끊어지고 망가져서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또 어떤 중생들 가운데서 음욕이 많은 사람이 있어, 항상 마음모아 관세음보살을 공경하면 음욕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노여움이나 미움의 마음이 많은 사람이, 항상 마음 모아관세음보살을 공경하면 노여움이나 미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어리석고 못난 사람이, 항상 마음 모아 관세음보살을 공경한다면 어리석음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런고로 중생들은 항상 마음으로 관세음보살을 생각해야 한다. 만약 어떤 여인이 사내아이를 낳기를 원해서 관세음보살을 예배하고 공양한다면 곧 복덕과 지혜 있는 사내아이를 낳을 것이요, 계집아이 낳기 위해 관세음보살을 예배하고 공양한다면, 단정한 모습을 하고 과거세에 선근을 심고 있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과 존경받을 그런 계집아이를 낳을 것이다.

 

세존이시여, 관세음보살은 어떻게 중생들을 설법합니까?

 

선남자여, 어떤 국토에 있는 중생들 가운데 부처님의 모습으로 제도됨을 얻을 이에게는 관세음보살이 부처님의 모습으로 나타내어 설법해주고, 성문(출가 수행자)의 모습으로 제도됨을 얻을 이에게는 성문의 모습으로 나타내어 설법해준다.

 

또한 장군의 모습으로 제도하는 것이 좋은 이에게는 장군의 모습을 나타내어 설법해주고, 장자의 모습으로 제도하는 것이 좋은 이에게는 장자의 모습으로 나타내어 설법해준다. 자산가의 모습으로 제도하는 것이 좋은 이에게는 자산가의 모습으로 나타내어 설해준다. 또 동남·동녀의 몸으로 제도하는 것이 좋은 이에게는 동남·동녀의 모습으로, 인간이 아닌 것들의 모습으로 제도하는 것이 좋은 이에게는 그들의 모습으로 나타내어 설해 준다.

 

관세음보살은 이와 같이 갖가지 모습으로 여러 국토를 돌아다니며 중생들을 해탈하게 한다. 그런고로 그대들은 일심으로 관세음보살을 공양하라. 관세음보살은 두려움이나 위급한 재앙에 처한 이들을 능히 두려움에서 구해준다(법화경, 홍정식 역해본 발췌 수정, 동서문화사).”

 

한국 불교는 수행과 염불 기도로 잘 지탱해왔으나 지금 시대에는 뭔가 변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한글대장경이 2000년에 나왔는데 학문적 의의는 찾을 수 있겠으나 불교 신앙의 발전이란 면에서는 경전의 현대적 강해와 같은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 외국 저자들에 의해 써진 불교 철학과 사상 책들이 번역돼 있는데, 경전과 동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고 난삽하다. 저자 개인 주장이 너무 강해 과연 불교 철학과 사상 책이 맞는지 아닌지 의심이 간다. 인도에서는 현대에 와서도 세계의 주목을 받는 사상가들이 꾸준히 나온다. 유구한 불교 전통을 가지고 있는 한국 불교계에서 세계를 구원해줄 창조적 철학사상가가 배출되기를 기원해본다.

 

MeCONOMY magazine August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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