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업가정신 수준이 칠레, 에스토니아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한국경제연구원의 ‘기업가정신 지수 국제비교를 통한 한국 기업가정신 환경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기업가정신발전기구는 ‘2017 글로벌기업가정신지수(Global Entrepreneurship & Development Index)’에서 우리나라의 기업가정신 수준은 137개국 중 27위로 평가됐다.

기업가정신지수는 세계기업가정신발전기구가 120여개국을 대상으로 태도(국민의 창의성 등), 제도(법·규제) 등을 기초로 기업가정신 수준을 평가한 지수다.

박현성 연구원은 “2016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경제규모(GDP)는 1조4,044억원으로 세계 11위를 기록한데 반해, 상대적으로 기업가정신지수는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경제규모가 43위인 칠레의 경우 기업가정신지수 순위는 18위로 우리나라보다 9계단 높았고, 23위를 기록한 에스토니아의 경제규모는 102위, 26위에 자리한 슬로베니아는 경제규모가 82위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기준으로도 우리나라의 기업가정신지수는 중하위권 수준인 23위에 머물렀다.

또한 우리나라의 기업가정신 수준은 장기간 정체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기업가정신지수 순위는 2015년 130개국 중 28위(상위 22%)에서 2016년 132개국 중 27위(상위20%)로 1계단 상승했지만, 2017년에는 137개국 중 27위(상위 20%)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반면, 일본의 기업가정신지수 순위는 2015년 우리나라보다 5계단 낮았고, 2016년에는 3계단 밑이었으나, 2017년에는 한국을 2계단 앞섰다.

한경연은 일본이 ▲기회인식 ▲신사업역량 ▲위험용인 ▲인적망 형성 ▲모험자본 등을 제외한 나머지 9개 항목에서 한국을 앞질렀다고 설명했다.

‘2017년 기업가정신지수’는 ▲사유재산권보호 ▲교육의 질 ▲도시화 및 인프라 ▲기업조세수준의 정부 정책 입안·집행 역량 ▲노동자유도 ▲독점금지규제 효과성 ▲과학인프라 수준 ▲시업성숙도 및 벤처자금조달가능성 ▲상품의 복잡성 등 9개 항목을 보강했다.

박 연구원은 “올해부터 지수산정 기준에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예년과 순위변동을 단순 비교하는 것의 의미는 반감되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기업가정신 측정에 있어 중요한 지표를 몇 가지 추가해 분석한 결과에서도 일본, 중국 등은 순위가 상향된 반면, 우리나라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점은 해당 중요 지표들에게 강점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지난해보다 12계단 상승해 48위를 기록한 중국은 세부항목에서 우리나라를 빠르게 쫓아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을 위한 ‘모험자본’ 항목 지수는 0.89로 한국 0.77보다 높았고, 향후 5년 내 50% 이상의 성장을 계획하는 기업비율인 ‘고도성장’ 항목도 한국보다 1.6배 높았다. 중국은 리커창 총리의 ‘대중창업·만중혁신(大衆創業·萬衆革新)’을 기치로 기업가정신 제고를 위해 정부가 각종 규제개혁과 기술기반 창업지원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 한경연의 설명이다.

한편, 전체 16위를 기록하며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높은 기업가정신지수를 나타낸 대만은 14개 항목 중 11개에서 한국보다 앞섰다.

특히, 대만은 ‘고도성장’ 지표가 1점으로 한국 0.38점보다 크게 높았고, ▲문화적 지원(대만 0.60점, 한국 0.33점) ▲기회인식(대만 0.56점, 한국 0.29점) 항목도 높아 해당 항목의 상위 지표인 태도적 측면에서 한국보다 우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대만은 높은 실업률과 제조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창업과 기업가정신 육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헤드스타트 타이완’, ‘아시아실리콘벨리’ 등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