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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남용 칼럼> 핵융합 관련 기사를 보면서


연일 최순실 사건에 눈과 귀가 어지러운 가운데 눈을 의심할 만한 과학기사가 눈에 띄었다. 국내 연구진이 핵융합 장치 K-STAR 내부를 플라스마 상태를 유지한 상태에서 70초간 운행하는 세계 기록을 세웠다는 기사였다. 또, 핵융합반응 에너지를 기존보다 4배 더 높일 수 있는 장치 운행 방식도 새로 개발했으며, 연구팀은 플라즈마 성능을 더욱 높이는 동시에 핵융합 장치 내구성을 향상시키는 관련 연구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K-STAR(Korea Superconducting Tokamak Advanced Research)는 1995년에 개발에 착수하여 2007년 개발이 완료된 대한민국이 독자개발에 성공한 한국형핵융합연구로이다. 대전광역시 유성구에 위치한 국가핵융합연구소(NFRI)에 위치하고 있으며, 지름 10m, 높이 6m의 도넛형으로 생긴 토카막(Tokamak)형 핵융합 실험로를 말한다.


핵융합(nuclear fusion)은 태양의 불타는 원리이며, 기존 원자력발전소의 원리인 핵분열에 비해 수천·수만배의 에너지를 발생시킨다. 핵융합은 태양이 에너지를 내는 원리인 핵융합 반응을 이용한다 해서 ‘인공태양’이라 불리기도 한다. 태양은 45억년 간 자연 상태에서 수소, 헬륨의 핵융합 반응으로 엄청난 열과 빛의 엄청난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뿜어내고 있다. 태양에서는 수소 원자 4개가 합쳐져 1개의 헬륨을 만드는데, 매초 7억t의 수소가 헬륨으로 변환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태양은 초당 4조W의 100조배에 달하는 에너지를 방출하고 있다. 이 태양을 지구에 만들어 둘 수 있다면 그로 인한 엄청난 에너지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과학계는 이점에 주목하기 시작했고 ‘인공태양’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인공태양’은 태양에서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핵융합을 인공적으로 발생시킬 수 있는 장치의 다른 말이며, 쉽게 ‘핵융합 장치’라 할 수 있다. 인공적인 핵융합 장치를 만들기 위해 KSTAR의 핵융합로가 필요한 것이다. KSTAR 핵융합로의 구조를 가정에서 쓰는 전자렌지와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전자렌지 안에 중수소라는 요리를 넣고, 마이크로파를 쏘여서 가열한다.


그러면 전자렌지 안이 3억도의 온도까지 올라가고, 그 온도에 이르면 중수소라는 요리가 스스로 무게가 줄어들면서 그 손실된 무게에 해당되는 방대한 에너지를 방출하기 시작한다. 그러면 그 열에너지를 밖으로 뽑아내어 물을 끓여서 그 수증기로 발전기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해 내는 원리이다. 핵윱합 기술에는 3억도의 온도가 되어도 전자렌지가 녹거나 폭발하지 않게 하는 기술, 그리고 중수소가 너무 갑자기 에너지를 방출하지 않고 그 발생되는 에너지를 통제할 수 있는 기술 등 여러가지 최첨단 기술이 필요하다.


제4의 물질 상태


인공 태양을 만드는 방법 중 현재 가장 실용화에 근접한 방식이 '토카막(Tokamak)'이다. 토카막은 러시아어로 'toroiidalonaya kamera(chamber)magnitnykh(magnet) katushkah(coil)'의 첫 자를 따서 만든 합성어이다. 토카막은 코일로 만든 자석에서 발생하는 자기장을 이용해 플라즈마(plasma)를 가두는 방을 의미한다. 플라즈마를 구속하는 D자 모양의 초전도 자석으로 자기장을 만들어 플라즈마가 도넛 모양의 진공용기 내에서 안정적 상태를 유지하도록 제어한다.


플라즈마란 초고온에서 음전하를 가진 전자와 양전하를 띤 이온으로 분리된 기체 상태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물질의 상태는 고체·액체·기체 등 세 가지로 나눠진다. 플라즈마는 흔히 “제4의 물질 상태” 라고 부른다. 고체에 에너지를 가하면 액체, 기체로 되고 다시 이 기체 상태에 높은 에너지를 가하면 수만℃에서 기체는 전자와원자핵으로 분리되어 플라즈마 상태가 된다.


핵융합 발전의 연료로는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이용된다.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특수전기장치를 이용해 섭씨 1억도까지 올리면 전자가 분리되고, 이온화된 다량의 원자핵과 전자가 고밀도로 몰려 있는 플라스마 상태가 된다. 플라스마 상태의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서로 충돌하면 중성자와 헬륨이 생성된다. 이때 생성된 중성자와 헬륨의 질량의 합은 충돌 전의 중수소, 삼중수소의 질량의 합보다 작은데, 이 질량의 차이가 에너지로 변환된다.


현재 원자력 발전소에서 이용하는 원리는 핵융합과 반대 개념인 '핵분열(nuclear fission)'이다. 현재의 원자력발전소의 원리인 핵분열을 이용할 경우 우라늄이 필요하며, 한국은 우라늄을 수입해야만 핵분열 원자력발전소를 가동할 수 있다. 핵분열은 핵융합과 반대로 우라늄과 같은 무거운 원자핵이 중성자와 충돌해 두 쪽 이상으로 분열되면서 2~3개의 중성자와 에너지를 방출하는 현상을 말한다.


 그러나 핵분열을 응용한 원자력 발전은 주원료인 우라늄 매장량의 한계와 방사성 폐기물 처리 문제, 수명을 다한 원자로의 해체 등의 문제점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핵융합의 원료가 되는 중수소는 바닷물 1ℓ에서 0.03g을 얻을 수 있는데, 추출하는 비용은 10원이다.



중수소 1g은 석유 8t과 같은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삼중수소도 육지의 흙과 바닷물에 풍부한 리튬(lithium)에서 추출할 수 있으며 현재 전 세계에 3,000년 이상의 사용량이 매장돼 있다. 핵융합 연료 1그램으로 석유 8톤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생산하고, 욕조 반 분량의 바닷물에 서 추출할 수 있는 중수소와 노트북 배터리 하나에 들어가는 리튬으로 한 사람이 30년간 사용할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핵융합은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높은 한국에게는 매우 중요한 분야이다.


특히 핵융합은 안전성 측면에서도 핵융합 장치에 균열 등의 손상을 일으키는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핵융합로 내부의 진공 상태에 있는 수소 에너지들이 모두 빛으로 변하면서 열을 모두 흡수하고, 동시에 전원이 꺼지기 때문에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과 같은 대형의 참사가 발생하지 않는다.


한국, 2030년까지 핵육합실증로 구축


우리나라는 오는 2030년까지 상용화 전 단계에 해당하는 핵융합실증로를 구축한 이후, 2040년까지 상용 핵융합발전소를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도 미래 에너지인 핵융합 연구 개발 분야에서 대규모 투자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06년 자체 설계, 건설한 고온 초전도 핵융합로인 ‘EAST’를 가동하기 시작한 이후 빠른 속도로 연구개발 능력을 키워가고 있다. 이미 핵융합 분야에서도 중국과의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사람들의 관심이 온통 정치적인 면에 쏠려있는 동안에 핵융합에 관한 기사는 무척 참신하게 들린다. 지하자원이 없는 대한민국이 살길은 다른 나라가 따라 올 수 없는 과학기술을 개발하여 신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것이다. 연말에 우울한 정치소식만 들리는 가운데 핵융합 관련 소식은 그 동안 잠자고 있던 창의적인 DNA를 깨우게 만든다. 남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묵묵히 개발에 매진해 온 연구자분들께 기립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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