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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파밍(Pharming) 피해자, 범죄에 사용된 계좌 명의자들에게 손해배상소송, 결과는?


[M이코노미 최종윤 기자] 정부가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한 대국민 홍보, 지속적 단속, 제도 개선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좀처럼 피해는 줄지 않고 있다. 지난해 보이스피싱 신고금액만 1천400억에 이르고, 검거사범만 1만6천여 명에 이른다. 이에 검·경도 보이스피싱 근절을 위해 단순 가담자 처벌도 수위를 높이는 등 어느 때보다 강력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파밍(Pharming) 사기를 당한 피해자가 범죄에 악용된 계좌의 명의자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어떻게 판단했을까.


※ 춘천지방법원 2015가소4242


진화하는 보이스피싱, 대검찰청 공식 홈페이지까지 악용


“서울중앙지검 오명균 수사관입니다”
지난해 수사관을 사칭하는 어설픈 말투와 이에 대응하는 일반인의 웃음이 터지는 대화 내용을 담은 영상이 큰 화제가 됐다. 하지만 이 영상은 보고 웃고 넘기기에 현실은 너무나 슬프다. 속된 말로 ‘웃픈’ 상황이다. 검·경 등 정부에서는 보이스피싱 범죄 근절을 위해 강력히 대응하고, 금융기관 등에서도 대국민 홍보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보이스피싱은 줄지 않고 오히려 더 대범하게 진화하고 있다. 2015년도 금융감독원 보이스피싱 신고액은 약 1천400억원이고 ‘검·경 서민생활 침해사범 합동수사본부’에서 검거한 보이스피싱 사범은 약 1만6천명에 이른다.


어쩌면 지금 이 시간에도 누군가를 향해 보이스피싱 전화벨은 울리고 있을지 모른다. 진짜와 같이 만들어진 가짜 사이트가 덫을 치고 선량한 사람들을 노리고 있으며, 수사망을 피해 더 고도화된 수법들도 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과감하게 대검찰청 공식 사이트를 이용하는 경우까지 등장했다. 그동안 사칭 보이스피싱은 사기범이 미리 만들어 놓은 피싱사이트로 피해자를 유도하는 수법이었으나, 일반인들의 대처능력이 강화되자, 대담하게도 대검찰청 공식 홈페이지도 이용했다. 사기범은 피해자가 범죄에 연루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소명할 것을 요구하며 대검찰청 공식 홈페이지로 접속하게 하고, 범죄 신고 시 부여되는 신청 번호를 특별 사건번호라고 속였다.


범죄신고를 할 경우 ‘1AA-1605-150108’과 같은 신청번호가 생성되는 것을 이용했다. 사기범은 “1AA는 특별사건, 1605는 범죄신고 일자, 150108은 피해자 사건번호”라고 거짓 설명했다. 이후 안전조치를 위해서라며 피해자 계좌의 돈을 사기범이 확보한 대포통장으로 송금할 것을 유도했다. 또 사기범은 해당 사건은 철저히 비밀리 조사하고 있으니 은행 또는 경찰에 절대 누설해서는 안 되며, 누설할 경우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할 뿐만 아니라 비밀누설죄로 처벌될 수 있다고 피해자를 속이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검찰청은 “검찰·경찰·금감원 등 정부기관은 어떠한 경우에도 전화상으로 자금의 이체 또는 개인의 금융거래정보를 요구하지 않는다”며 “이러한 전화를 받은 경우 전화를 끊고 해당 기관으로 전화해 반드시 사실여부를 확인할 것”을 당부했다.


파밍(Pharming) 피해자, 범죄에 악용된 계좌 명의자들에게 손해배상 소송


대검찰청 공식 홈페이지까지 이용하는 등 보이스피싱의 범죄가 갈수록 지능화·조직화·국제화되고 있다. 범죄에 악용하기 위해 대포통장·선량한 사람들의 계좌수집도 서슴지 않고 있다. 하지만 대포통장은 보이스피싱, 도박 등 다양한 범죄에 숙주 역할을 하는 것으로, 타인의 대포통장 확보를 돕는 것도 범죄에 해당된다. 대포통장의 단순 전달·유통도 불법임을 인식하고 있다면 형사처벌 대상이다.


또 자신의 현금카드 등의 카드나 비밀번호 등과 같은 접근매체를 양도하는 행위도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위반했을 경우 당연히 처벌된다. 이번에 소개할 사건은 보이스피싱 파밍 사기를 당한 피해자가 사기행위에 이용된 계좌 명의자들에게 직접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한 사안이다. 이번 사건은 사기에 악용된 계좌의 명의인들도 보이스피싱 사기범에게 속아 계좌·체크카드·체크카드의 비밀번호를 건넨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어떻게 판단했을까. 사건 속으로 들어가 보자.



사기범에게 속아
계좌번호·체크카드·비밀번호 넘겨


김지혜(가명) 씨는 2015년 5월 말 경 부업전단지를 보고 기재돼 있는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사기범은 “고급 천에 스티커를 붙이는 부업”이라며 “일을 시작하면 물건을 보내줘야 하는데 물건에 대한 보증금으로 계좌와 연결된 체크카드가 필요하고, 체크카드를 등록해야 물건을 보내 줄 수 있다”고 김씨를 속였다. 김씨는 이후 계좌를 새로 개설하고 체크카드도 만들어 택배를 통해 사기범에게 체크카드를 보낸 후 체크카드의 비밀번호도 알려줬다. 비슷한 시기에 전동우(가명) 씨도 전화 하나를 받았다. 사기범으로부터 “연 5%의 이율로 300만원을 대출해 줄 테니 담보목적으로 체크카드를 보내달라”는 내용이었다. 전씨도 김씨와 마찬가지로 계좌를 새로 개설하고 체크카드를 보낸 후 비밀번호를 알려줬다.


피해자, 전형적인 파밍(Pharming) 사기에 당해


피해자들은 전형적인 파밍(Pharming) 사기에 당했다. 파밍(Pharming)이란 이메일 등을 통해 이용자의 PC를 악성코드에 감염시키고 가짜 사이트로 연결되게 해, 개인정보나 금융거래정보 등을 탈취하는 수법을 말한다. 네이버·다음 등 포털사이트에 접속하면 금융감독원 등 정부기관을 사칭해, ‘민생침해 5대 금융악을 척결하기 위한 특별대책’ 등 실제실행되는 제도 등 문구의 팝업을 띄워 유도하는 것으로, 접속하면 진짜와 헷갈리기 쉬운 가짜 사이트로 연결돼 개인정보나 금융거래정보 등이 탈취된다. 피해자들이 이 같은 파밍사기를 당한 것도 비슷한 시기다. 피해자는 2015년 5월30일 인터넷뱅킹을 이용해 이체를 하던 중 비밀번호가 입력되지 않으면서 보안인증 절차를 한 번 더 받으라는 메시지를 보고, 포털 화면에 떠있는 금융감독원이라는 제목의 창을 클릭하고 인터넷뱅킹 보안카드번호·계좌번호·계좌비밀번호·이체비밀번호·공인인증서 비밀번호 등을 입력했다. 사기범은 다음 날인 5월31일 피해자가 입력한 정보를 이용해 피해자 계좌에서 앞서 입수한 김지혜 씨 계좌로 589만원을, 전동우 씨 계좌로 319만원을 각 이체한 다음 이를 전액 인출했다


재판부, “카드 등 접근매체 양도하는 것이 범죄행위라는 인식 보편화”


본인들도 속아 계좌·체크카드·체크카드 비밀번호를 넘긴 김씨와 전씨의 사례를 재판부는 어떻게 판단했을까? 우리 법은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1호에서 현금카드 등의 전자식 카드나 비밀번호 등과 같은 접근매체를 양도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그 위반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이는 예금주의 명의와 다른 사람이 전자금융거래를 함으로써, 투명하지 못한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을 방지해 전자금융거래의 안전성과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이 사건에서 재판부는 “피싱, 파밍 등의 전자금융사기범죄가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하면서 심각한 사회적 문제도 대두되기 시작한 후 상당한 시간이 경과했다”면서 “일반 국민들 사이에도 카드 등 접근매체를 양도하는 것은 범죄행위이고, 전자금융사기범행을 방조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어느 정도 보편화돼 있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이에 따라 금융기관에서도 계좌를 만들때 카드 등을 양도하면 민·형사상 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는 경고를 하고 있고, 김씨와 전씨는 은행거래 신청서를 작성하면서 통장·카드를 타인에게 양도하는 경우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수 있고 전자금융거래법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다는 부분에 자필서명까지 했다”면서 “하지만 계좌개설 직후 누군지도 모르는 성명불상자에게 체크카드와 비밀번호를 양도한 점을 종합하면 범행에 이용될 수 있다는 점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결론적으로 재판부는 김씨와 전씨가 성명불상자인 사기범과 공동 불법행위자로서 피해자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피해자도 전자금융사기범죄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로 부각된 상황에서 경솔하게 자신의 금융거래정보를 입력해 과실이 있으므로, 김씨와 전씨의 손해배상책임을 손해액의 30%로 제한했다.



검찰, 보이스피싱 단순 가담자도 엄벌


검찰과 경찰은 어느 때보다 보이스피싱 범죄 근절을 위해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 과학수사 DB구축, 국제공조 강화 등뿐 아니라, 단순 가담한 사람들도 중형 구형을 통한 엄벌에 나서고 있다. 각 지방검찰청별로 전담수사팀을 구성하는 등 보이스피싱 범죄단속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강력 대응하고 있다. 대검찰청 강력부는 지난 4월5일 처벌도 강화해 단순 가담자 등도 엄벌하겠다고 밝혔다.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을 사기죄 외에 형법상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죄’를 적용해 처벌한다. 현행법상 사기죄의 법정형은 징역 10년 이하지만, 범죄단체조직·가입·활동죄가 적용될 경우 목적한 죄와 동일한 형으로 처하도록 돼 있어 징역 15년까지 처벌이 가능하다. 또 보이스피싱에 사용된 접근매체(현금카드, 비밀번호 등) 양도·대여사범 등도 사기 공범으로 철저히 수사하겠다는 방침을 강조했다. 대포통장 등을 양도만 했을 뿐이라도 이득을 받았다면 구속수사를 적극 검토하고, 단순양도의 경우도 원칙적으로 중형 구형을 통한 엄벌할 것을 분명히 했다.


통장·카드 거래,

‘금융질서문란행위자’로 불이익 대상될 수도


보이스피싱은 고령층·주부 등 정보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죄질이 상당히 나쁘다. 피해자 분석결과, 남성 중에서는 60대 이상(24.1%)이 사기피해를 가장 많이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20대 청년 등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대출빙자형 신종 수법도 등장했다. 단순한 사기로 입금 요청 등 보이스피싱에서 수법이 고도화되면서, 보이스피싱을 위한 대포통장·정보수집등 사전의 별도 불법행위도 서슴지 않고 있다.


특히 대포통장과 계좌정보·비밀번호 등은 보이스피싱, 도박 등 다양한 범죄에 숙주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법은 타인의 대포통장 확보를 돕는 것도 범죄로 규정한다. 최근 창원지방법원은 대포통장을 전달한 혐의로 퀵서비스 업자에 대해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사례도 있다. 유혹에 빠져 순간의 실수로 통장·현금카드 등을 양도·양수한 경우 보이스피싱 사기에 연루되면 ‘금융질서문란행위자’로 낙인이 찍힐 수도 있다. 단순 전달·유통도 형사처벌 대상이다. 따라서 통장·현금카드 등의 거래요구에는 절대 응하지 말고 이와 관련된 불법적인 행위에 연루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MeCONOMY magazine September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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