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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서울여자상업고등학교

85년 빛나는 역사와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경제교육기관


서울여상은 1926년 구한말 참정대신 한규설 대감의 구국정신을 이어 자제분이었던 한양호 선생이 설립했다. 서울 견지동(종로구 소재)에 설립된 이 학교의 정식명칭은 경성여자상업학교였다. 당시만 해도 여성들이 배워서 사회활동을 한다는 것은 상당히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부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자녀교육을 담당하는 여성들도 배워야 한다는 분위기가 점점 형성되어 갔다. 그렇게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교육기관은 설립됐다. 개교 후 전국에서 많은 여성들이 몰려들어 10년 후인 1936년에는 홍제동에 신식학교를 지어 이전도 했다. 평준화에 맞춰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분리하고 ‘서울여자상업고등학교’로 명칭도 바뀌었다. 민족수난기 한국 최초의 여성경제교육기관이었던 서울여상은 지금까지 85년 오랜 역사와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3대째 이어오고 있는 설립자의 정신

서울여상의 한상국 교장은 이 학교 설립자의 증손자가 된다. 일제 강점기 우리나라 팔도강산에서 유일하게 여성들이 다닐 수 있었던 이 학교엔 한복차림에 댕기를 한 여학생들이 꿈을 키웠다. 그런 정신은 사회가 변화된 지금도 사회의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명문학교의 위상을 이어가고 있다. 이 학교의 교육방법은 전통적인 것을 고수하며 인성교육을 기초로 한다. 아무리 우수한 지식도 지혜롭지 못하면 좋은 곳에 쓰이는데 제한적일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기본교육의 이념에 인성교육을 둔다.

“당시 우리학교의 설립취지는 부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여성의 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 설립자의 강한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나라의 부강이라는 것은 자녀교육 아닙니까? 그 중심에는 여성들이 있고요. 그만큼 전통적인 교육방법을 고수해왔지요. 우리 학교가 엄한 교육기관으로 금융사관학교라는 평을 듣고 있는 이유입니다. 요즘에 와서 ‘학생인권조례’를 외치지만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일정한 제약과 규범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제약과 규범이라는 게 꼭 아이들을 아무것도 못하게 붙들어 매는 게 아니에요. 게임이 아무리 재미와 흥미를 불러와도 적절한 제약이 이뤄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 아닙니까? 그런 교육과 훈련을 받고 성장해나가야 민주시민으로서 정체성이 확립되고, 건강한 정신을 가질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리 학교학생들이 학교 폭력이나 왕따 같은 문제를 야기 시키지 않고 건강한 정신과 주체성을 가질 수 있는 것도 이런 교육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학교는 학생들의 건강한 정신을 길러주기 위해 체육이나 음악활동시간을 되도록 많이 갖도록 하고 있다. 이런 교육을 자주 접하고 참여함으로서 학생들은 서로를 배려하고 협동하는 것을 배우고 사회인이 되었을 때 훌륭한 인재로 양성될 확률도 높아진다고 생각한 것이다. 어려운 과정을 굳건히 이겨내고 자기의 의지로 살아가려는 정신이야 말로 미래의 주인공으로 발돋움 할 수 있다. 이 학교 학생들은 꼭 대학에 진학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기가 실력만 있으면 어디서든 그 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도 강하다. 여기에는 선배들의 눈부신 활약이 큰 용기가 됐다.

“서울에 있는 은행에 여자 지점장이 200여 명인데 우리학교 출신이 110여 명으로 절반이상을 차지합니다. 우리학교 출신들이 전국의 곳간 열쇠를 다 쥐고 있는 거죠. 금융회사와 기업 재무팀에도 우리 학교출신들은 폭넓게 포진해 있고요. 우리 학교만큼 금융권에서 폭 넓은 인맥을 가진 학교는 드물어요. 우리학생들에게 선배들의 이런 활약은 큰 자신감이 됩니다.”

이 학교의 인재 배출은 1960년~1970년대 사회적 배경과 맞물린다. 당시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대학 진학이 어려웠던 여성 수재들이 금융권 취업이 보장되는 이 학교에 많이 진학한 것. 가난했지만 공부에 뜻이 있는 전국의 여학생들은 자신이 다니던 전교에서 1~2등을 해야 이 학교에 진학이 가능할 정도였다.

시대에 맞춘 특성화로 90%가 취업

전문기술인을 양성해내던 많은 학교들이 특성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 맞춰 이 학교도 상업에 대한 정통성은 그대로 지키면서 세 개의 학과를 특성화시켰다. 그 중 하나가 e-비즈니스과다. 학생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개발해 전자상거래나 인터넷마케팅, 전산회계 분야의 업무에 종사할 전문 인력을 양성해 내는 학과다. 금융정보학과는 금융시장과 국제화 개방화에 따른 국내·외 금융기관에 종사할 전문 인력 양성을 목표로 교육하고 있다. 국제통상학과는 FTA(자유무역협정)시대를 대비하여 국제통상 분야의 종사할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데 교육목표가 정해져 있다. 학생들의 미래에 대한 비젼을 가져올 수 있도록 교과목에 대한 노력을 기울인다. 많은 학교들이 특성화로 가기 위해 학교명을 바꾸는 추세에 있는 것에 반해 이 학교는 서울여상이라는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서울여상의 학교 브랜드가 얼마나 대단한데 그것을 바꿉니까? 오히려 더 보존하고 이어가야죠. 우리 학생들이 서울여상 학생이라는 것만으로도 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보완해서 경쟁력을 키운다면 굳이 대학에 진학할 이유가 없습니다. 우리학교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90%가 대학진학을 하기 위해 들어옵니다. 그런데 2학년만 올라가면 아이들의 마음이 바뀌어요. 왜냐면 자기에게 맞는 적성에 따라 과를 선택하고 고등학교만 졸업만 해도 취업해서 전문인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됩니다. 우리 학교의 모든 교사들은 학생들의 마인드를 바꿔주기 위해 열정적으로 노력하고요. 물론 항의를 하는 학부모들도 있어요. 그렇지만 일 년에 3~4회 진행되는 연수나 강의에 참석해보고는 마음이 달라집니다. 아이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것은 취직하기 위해서잖습니까? 그런데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좋은 직장에 취업할 수만 있다면 굳이 대학에 진학해야 할 이유가 없어요. 물론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해야 하는 학문이 필요하다면 대학에 진학하여 공부를 해야죠. 그렇지만 취업이 목적이라면 상황은 다르다는 거죠. 우리사회가 학력인플레로 인해 발생되는 불합리요소가 많잖아요. 각 가정의 노후대책도 마찬가지고요. 정부에서 추진 중인 ‘선 취업 후 진학’이 이제는 많이 체계화 되어 가고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신 13%, 선배들의 꾸준한 멘토링

서울여상의 신입생 내신 평균은 25%였다. 그러다 2010년은 16%, 2011년은 13%를 보이고 있다. 취업률이 좋다고 소문이 나면서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서울인근 수도권에서까지 몰려들고 있다. 선배들의 멘토링도 후배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쟁쟁한 선배들이 찾아와 후배들을 격려하고 직장생활의 노하우를 들려준다. 이 학교 출신 윤유숙 우리은행 본부장은 누구보다 후배들의 마인드를 바꿔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선배다.
“그 분은 굉장히 학구적인 분입니다.”

과거에는 상고를 졸업하면 대부분 은행에 취업을 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 자리를 전문대학 졸업생들이 차지하고 말았다.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충분한 능력이 배양되는데 사회의 흐름이 그렇다보니 금융기관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학교는 취업이 안 돼서 대학에 진학을 시켜야 하는 결과를 초래한 것. 그래서 한 교장은 수도 없이 금융권의 문을 두드렸고 금융계에 있던 분의 관심으로 고졸취업의 산하협력이 이뤄졌다. 그렇게 고졸취업의 문은 열렸고 초기에는 목마르게도 한두 명만이 취업의 기회를 얻었다. 그러다 서서히 기회가 더 확대되었고 학생들이 은행에 나가 실무를 익힐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고졸취업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이다.

“최근 교과부에서는 각 대학들에 선 취업 후 진학에 적극협조를 부탁하고 있습니다. 이런 시도가 효과적으로 나타날 때 우리 사회 정의나 국가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학교에서도 풀어야 할 숙제가 많죠. 무조건 고졸취업이 아니라 고등학교만 나와도 충분한 실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해내는 것입니다. 우리학생들이 졸업할 때까지 최소한 3개 정도의 자격증을 취득하도록 교육시키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미 실무경험을 쌓는 가상기업, 직접 참여하는 마이투라

서울여상에는 학생들의 실무경험을 쌓아 주고 교육과정과 연계하여 수업하는 가상 기업이 꾸며져 있다. 학교 3층에 마련된 가상 기업은 3개 교실규모로 은행창구부터 회사의 분위기를 읽힐 수 있도록 되어 있다. 3학년들은 여기에서 실제로 기업에 취업하여 업무를 보는 것처럼 실무경험을 하는 실습을 하고 역할을 바꿔가면서 자연스럽게 취업분위기를 익힌다.

이론수업은 컴퓨터를 통해서 익히고 실무는 실제와 같은 현장실습을 통해 익힌다. 이런 수업시스템은 학생들이 취업했을 때 어색하지 않고 적응이 빨리 되도록 도와준다.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는 ‘마이 투라’라는 학교기업도 운영 중이다. 학교와는 별개로 운영되는 ‘마이 투라’는 학생들이 직접 자기 회사를 운영해보면서 교육과정과 연계해서 실무업무에 대한 노하우를 익힐 수 있다. 이 학교의 재학생이면 누구나 직접 투자해서 쇼핑몰을 개설할 수 있고 기업등록도 할 수 있다. 쇼핑몰을 개설한 학생은 1년 간 물건을 직접 사다가 파는 경험을 해보면서 결산까지 맞춰본다. 이런 프로젝트들은 학생들에게 보다 넓은 사고와 더불어 역량개발을 할 수 있도록 한다. 자신이 설립한 기업을 통해 외국과의 무역업무도 하는데 시뮬레이션 수업을 통해 중국 상해에 공상외국어 고등학교와 자매결연을 맺고 양국의 학생들이 서로 오고가며 교류를 한다. 여기에서 학생들은 여러 가지 문화와 국제통상에 관한 공부를 한다. 화상통신을 통해 같은 시간대에 수입을 하고 수출을 하는 이 시스템은 서로가 자유롭게 아이템도 정한다. 담당교사의 지도하에 이뤄지는 이런 교육은 이론만으론 떨어질 수 있는 현장감을 배울 수 있어 학생들의 호응도가 높다.

각 분야에 서울여상의 인재들의 위상 높아

2006년, 2007년, 2009년 3회에 걸쳐 금융교육 우수학교로 선정되어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상 수상과 전국투자자교육협의회 주관 전국 고교생증권경시대회 2008~2010년 연속 3회 성적 우수학교 상 수상 등 이 학교는 선배들의 위상만큼이나 후배들의 눈부신 실적도 자랑거리다. 교육부의 특성화교육 방침에 따라 새로운 교과서를 집필할 때 이 학교의 교사들이 같이 연구하고 협의하여 교과서를 집필할 정도로 교사들의 실력도 대단하다. 그래서 이 학교의 교육과정을 벤치마킹하러 오는 학교들이 1년에 몇 백 개 정도다. 교과부와 직업능력개발원에서도 늘 학교를 방문해 다양한 과정을 익혀간다. 최근에는 중국의 학교들이 상당한 관심을 보이며 자주 방문하고 있다. 수준 높은 교육시스템이 다른 학교에도 적용되어 모두가 발전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이 학교의 교사들은 자부심을 갖는다.

교사와 학생 모두가 자기주도형

서울여상 학생들은 통학거리가 먼 학생들이 많다. 서울근교에서도 오는 학생들이 많다보니 1시간30분 정도의 통학거리를 다니는 학생도 많다. 그러나 지각을 하거나 결석하는 학생들은 드물다. 그것이 서울여상의 문화이고 전통이다. 교사들도 퇴근시간도 없이 열정적이다.

방과 후 수업을 하는 학생들이 와서 언제라도 선생님과 상담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자발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 교사와 학생들이 노력하기에 학교의 분위기는 늘 밝다.

“요즘은 자기주도형이란 말을 많이 하잖아요. 우리 학교에는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들도 모두 자기주도형입니다. 학생들이 원할 경우 재학생 선배들과 멘토링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우도록 하고 성공사례도 자주 강연하며 선배와 후배가 하나가 되어 노력하다보니 선후배간의 끈끈한 정도 느끼고요.”

사회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예의주시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기보다는 있는 것에 약간씩 변화를 꽤해 가는 것이 이 학교의 교육방법이다. 그래도 상업학교의 특성상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는 금융계통이다. 트렌드에 집중하며 현재 상태에서 갖춰야 할 메뉴얼을 가지고 보충해나가는 것. 이것이 이 학교의 경쟁력이다.
 
50년 역사의 탁구부, 문 닫을 위기에 처해

서울여상의 탁구부는 50년 역사를 자랑한다. 그러나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해 있다.
“선수를 희망하는 학생이 없습니다. 세상에 도전하는 힘은 돈이에요. 돈이 안 되는 것에는 그 누구도 관심이 없습니다.”
한 교장이 탁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70대 초다. 당시 중고등학교 탁구연맹에서 국제 담당 부회장을 맡아달라고 부탁하여 부회장직을 맡았던 게 계기가 됐다. 당시만 해도 외국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 때라 외국에서 공부했던 한 교장은 국제 담당으로 적임자였다. 한 교장과 탁구협회는 그렇게 인연이 됐다. 그때부터 우리나라 주니어탁구부를 데리고 외국을 다니면서 그가 느끼는 건 ‘우리나라가 국제적으로 형편없다’는 거였다. 이럴 때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본격적으로 몸을 담갔다. 그게 벌써 많은 시간을 함께 하고 있다. 꼭 이런 인연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학교의 50년 역사를 접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안타까울 뿐이라고.

인간성을 가진 지혜로운 인력을 양성

서울여상의 교육목표는 인간성을 가진 우수하고 지혜로운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다. 그래서 학생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자기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하도록 노력한다. 훗날 서울여상의 엘리트가 어떻게 학생들에게 긍지를 심어 주었고 흥미도 돋아준 건지를 자랑스럽게 얘기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어느 학교에서 와도 한 교장은 늘 교사들을 자랑하고 칭찬한다. 그들이 있기에 서울여상이 최우수 특성학교가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금융기관 인재를 육성해 내는 서울여상의 명성은 교사들과 학생들의 노력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에는 설립자의 정신을 이어가고자 하는 한 교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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