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법원이 구글의 불법 독점 행위를 인정하면서도 크롬 브라우저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매각은 강제하지 않았다. 그러나 경쟁사와의 데이터 공유 의무와 함께 독점 계약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리면서, 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기 제조사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리게 됐다.
미 워싱턴 연방법원 아미트 메타 판사는 2일(현지시간) 구글이 불법적 독점 기업이라는 지난해 판결에 따른 시정조치를 내리며 이같이 밝혔다. 메타 판사는 구글이 크롬이나 안드로이드 매각까지 강제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지만, 검색·광고 시장에서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데이터 공유를 의무화했다.
메타 판사는 “AI 기업들의 등장이 검색 시장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며 “챗GPT 같은 혁신적 서비스가 전통적 검색 독점 구조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글이 공유해야 할 데이터는 오픈AI 등 AI 기업들이 챗봇·AI 검색엔진을 발전시키는 데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구글은 판결 직후 블로그를 통해 “이 결정이 이용자 프라이버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항소 의지를 내비쳤다. 전문가들은 최종적으로 이번 사건이 미 연방대법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번 판결은 애플·삼성전자 등 기기 제조사들에게도 숨통을 틔워줬다. 구글과의 독점 계약이 제한되면서 경쟁사 검색 앱을 탑재할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는 구글이 특정 검색·브라우저·AI 앱을 ‘묶음’으로 요구하거나 배타적으로 계약해 다른 서비스를 배제하던 관행을 차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제조사와 통신사 입장에서는 단말기에 어떤 앱을 탑재할지 결정할 자율성이 넓어지고, 구글과의 협상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의 경우 변화가 특히 크다. 전 세계 안드로이드 단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갤럭시 시리즈에 네이버, 마이크로소프트 ‘빙(Bing)’, 혹은 새로운 AI 검색 앱을 구글과 함께 탑재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구글 검색을 기본으로 두는 대가로 다른 검색 앱 배치를 제한받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번 판결 이후에는 구글과의 거래 조건이 완화되면서 선택지가 다양해질 수 있다. 이는 삼성의 서비스 전략에도 영향을 주고, 나아가 국내 포털 및 AI 기업에게도 글로벌 단말 탑재 협력의 기회를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미 삼성과 모토로라, AT&T, 버라이즌 등은 구글 외 rival 검색 서비스를 선택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이번 판결은 이러한 흐름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면서, 향후 글로벌 단말 생태계의 경쟁 구도를 더욱 활발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이번 소송 외에도 앱스토어 독점 소송, 온라인 광고 기술 시장 지배력 소송 등 여러 건의 반독점 재판을 앞두고 있다. 미국 정부의 ‘빅테크 규제’ 기조는 트럼프 대통령 1기부터 이어져 현재 메타·아마존·애플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