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림동두천 29.3℃
  • 흐림강릉 30.6℃
  • 흐림서울 32.3℃
  • 구름많음대전 30.7℃
  • 구름조금대구 32.7℃
  • 구름많음울산 30.7℃
  • 구름조금광주 31.8℃
  • 맑음부산 32.0℃
  • 구름조금고창 32.7℃
  • 구름조금제주 31.6℃
  • 흐림강화 30.0℃
  • 흐림보은 29.2℃
  • 구름많음금산 31.4℃
  • 구름조금강진군 31.5℃
  • 맑음경주시 32.0℃
  • 맑음거제 31.0℃
기상청 제공

2025년 08월 10일 일요일

메뉴

오피니언


자유로운 연애시대, 왜 스토킹은 끊이질 않을까?

 

자유로운 연애가 가능해진 우리는 사랑을 시작하고 끝마치는 선택의 주체다. 그렇지만 연애가 개방적일수록 남성의 스토킹과 극단적 폭력이 늘어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사랑이 증오로 바뀌는 스토킹 범죄 신고 건수는 2021년 1만4509건에서 지난해 3만1947건으로 3년 새 2.2배로 늘어났고 올해 들어서도 비슷한 범죄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달 28일, 울산 북구의 한 병원 지상 주차장에서 30대 남성 A씨가 스토킹하던 끝에 20대 여성 B씨를 뒤쫓아가 흉기로 여러 차례 찔렀다. 조사 결과 A씨는 B씨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전화 168통, 문자메시지 400여 통을 보냈다.

 

또한, 같은 날 대전 서구에선 20대 남성이 사귀다 헤어진 여성을 흉기로 찌르고 달아난 사건이 발생했다. 범행 하루 만에 체포된 그는 “피해자가 자신을 무시했다”는 주장을 경찰에서 되풀이했다. 그리고 지난달 26일에는 경기 의정부의 한 노인보호센터에서 50대 여성이 스토킹범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지기도 했다.

 

이런 범죄가 반복해서 발생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선, 자유연애에선 곧 이별의 자유도 따른다는 것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분노나 집착으로 반응하기 때문일 것이다.

 

더구나 SNS로 인한 상대의 일거수일투족이 실시간으로 노출되고 이 과정에서 ‘관계의 끝’을 받아들이지 못한 측이 스토킹과 폭력을 행사해 비극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필자는 여기에 덧붙여 기후 위기와 같은 보이지 않는 압박도 범죄 건수를 증가시킨 원인이 되었을 것이라 본다. 누구나 장기간 더위에 노출되면 뇌의 판단력과 감정조절 능력이 떨어지고 분노를 촉발하는 코르티솔 분비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 포럼(WEF)이 지난해 발표한 “폭염과 정신건강”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주변 온도가 섭씨 1~2도만 올라도 폭력 범죄가 3~5% 증가했다. 이처럼 기온 상승은 사람들의 감정 통제력을 떨어뜨리고 불쾌지수를 높이며, 분노와 집착을 더 심하게 만든다.

 

더구나 결합의 구조가 취약한 연애의 속성, 디지털 접촉의 피로감, 그리고 이별 후 고립감이 더운 날씨와 결합 되면 스토킹 폭력의 개연성이 커지게 마련이다. 비유가 적절할지 모르지만, 긴장과 피로 그리고 더위에 지쳐있던 소설 “이방인”의 주인공 뮈르소는 해변에서 햇빛이 눈을 찌르고 땀과 열기 때문에 숨이 막힌 상태에서 아랍인의 칼에서 반사된 햇빛에 자극받아 그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흔히 옛사랑을 그리워하는 것은 회상 편향(rosy retrospection) 때문이라고 한다. 과거의 일을 있는 대로 기억하지 않고 좋은 순간 위주로 재구성하고, 미완성에 대한 욕구, 즉 끝맺지 못한 감정이 심리에 남아 수시로 표면에 떠오른다는 것이다. 여기에 술이 들어가면 전두엽 기능이 약해져 평시에 눌러두었던 감정이 무방비로 튀어나온다. 그런 증상은 외롭거나 불안할수록 심해진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기후 위기로 인한 폭염의 불길이 인간관계의 섬세한 영역으로 스며들고 있다. 연인 간의 사랑이 통제와 집착으로 변질되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이제 사랑의 방정식에서 날씨와 기후는 배경이 아니라 핵심 변수가 되고 있음을 알아야 할 것 같다.

 

 




HOT클릭 TOP7


배너






사회

더보기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