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온이 전기차 배터리의 필수 원료인 수산화리튬의 국내 공급처를 추가로 확보하며, 북미 시장 경쟁력을 한층 강화한다. 이번 조치는 미국의 개정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요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SK온은 17일 에코프로이노베이션과 올해 최대 6천 톤 규모의 수산화리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식은 전날 서울 종로구 SK온 그린캠퍼스에서 열렸으며, 박종진 SK온 전략구매실장과 김윤태 에코프로이노베이션 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번 계약에 따라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은 연말까지 국내산 수산화리튬을 공급하며, 이는 전기차 약 10만 대에 들어갈 수 있는 물량에 해당한다. SK온은 확보된 물량을 국내 양극재 공장에서 가공해 북미 공장에 공급할 계획이다. 양사는 이 외에도 향후 2~3년간의 추가 공급 계약 체결을 검토 중이다.
수산화리튬은 니켈·코발트·망간(NCM) 양극재 제조에 필요한 핵심 소재로, 그동안 상당 부분을 중국에서 수입해왔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작년 국내 수입 물량 중 중국산 비중은 82.7%에 달했다.
SK온은 이번에 국내산 원료를 추가 확보함으로써 공급망 리스크를 줄이고, 조달 비용 및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게 됐다. 특히 국내산 수산화리튬은 미국 IRA에서 규정한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요건을 충족해, 미국 내 배터리 원가 경쟁력을 높이는 데 핵심 역할을 할 전망이다.
미국 의회는 이달 초 IRA 개정안을 담은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에는 2026년부터 적용되는 ‘금지외국기관(Prohibited Foreign Entity, PFE)’ 규정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AMPC를 받으려면 배터리 생산 시 비(非)PFE 소재의 비중을 일정 수준 이상 확보해야 한다. 해당 비율(MACR)은 2026년 60%에서 시작해 매년 상향되며, 2030년에는 85%까지 확대된다.
SK온은 글로벌 원소재 공급망 다변화를 꾸준히 추진해왔다. 지난 2022년 칠레 SQM과 리튬 장기 공급 계약을 맺은 데 이어, 2024년에는 미국 웨스트워터와 천연흑연 계약, 엑손모빌과 리튬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번 국내 조달 확대는 물류비와 통관 비용 절감 효과도 크다. SK온은 지난해 11월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과도 국내산 수산화리튬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은 2021년부터 수산화리튬을 양산하기 시작했으며, 올해 말까지 한국과 유럽을 합산한 생산 능력은 3만 4천 톤에 이를 예정이다. 2028년까지 생산 규모를 최대 7만 9천 톤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김윤태 에코프로이노베이션 대표는 “글로벌 선두 배터리 제조사인 SK온과의 계약으로 북미와 유럽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박종진 SK온 전략구매실장은 “글로벌 정책과 시장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며 안정적인 원소재 공급망을 갖춰왔다”며 “경쟁력 있는 소재 확보와 다양한 공급 파트너십으로 북미 사업 기반을 더욱 견고히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