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을 코앞에 두고 방송된, SBS의 ‘세월호 인양 고의 지연 의혹’ 보도가 사과방송에도 불구하고 커다란 파문을 그리고 있다. 오늘(4일) 오후 2시 해수부는 SBS 이번 보도와 관련해 조사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SBS는 2일 8뉴스에서 ‘차기정권과 거래? 인양 지연 의혹 조사’ 기사를 통해 해양수산부가 세월호 인양을 더민주 문재인 후보측 눈치를 보며 속도를 조절한 것처럼 의혹 보도했다. 보도의 파문은 전국민적 관심사였던 대선후보들간의 마지막 TV토론마저 집어 삼켰다.
기사는 대선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을 하루 앞둔 시점에 유력 대선후보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면서, 직급도 권한도 알 수 없는 익명의 해수부 공무원 1명의 인터뷰만 근거로 제시했고, 다른 객관적인 정황은 제시하지 않았다.
해수부의 반론을 짧게 언급하긴 했지만, 기사내용에서 문제 삼았던 문재인 후보 측 입장은 어디에도 실리지 않았다.
기사는 보도되자마자 큰 반향을 일으켰다. 논란이 커지자 이후 SBS는 해당 기사를 삭제했고, 3일날 사과방송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기사 삭제는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SBS 김성준 보도본부장은 “게이트 키핑이 미흡해 의도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뉴스가 방송됐다”면서 “이로 인해 상처를 받으셨을 세월호 가족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그리고 시청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고 해명했다.
이어 “기사를 작성한 기자나 검토한 데스크를 비롯해 SBS의 어떤 관계자도 선거에 영향을 미치거나 특정 후보를 폄훼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 드린다”면서 “이번 사안과 관련한 모든 사내외 조치는 외부의 어떤 간섭도 없이 제 책임 아래 진행됐다는 점을 확인 드리고, 이와 관련해 정치권은 이번 보도 내용이나 해명 과정을 정략적으로 이용하지 말아 주실 것을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보도 직후 법적대응까지 언급했으며, 송영길 총괄선대본부장 등 의원들은 3일 SBS 본사를 항의 방문했다. 박주민 의원은 항의방문을 마치고 “공무원의 개인적 생각에 불과한 것을 엄청난 사실인냥, 엄청난 증거인냥 단독이라는 표제를 붙여서 보도한 것 자체가 기획의도가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별개로 자유한국당은 기사 삭제에 대해 SBS를 항의 방문해 “언론탄압이자 정치공작”이라며 “진실을 밝히기 위해 국정조사와 검찰 고발 등 모든 가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당도 논평을 내고 “공영방송의 메인뉴스에 나갔던 보도내용이 뒤늦게 삭제되는 전대미문의 상황을 의심하지 않을 국민이 어디 있겠냐”면서 "SBS의 정치공작인지, 문재인 후보의 언론 길들이기인지 그것이 알고 싶다“고 말했다.
SBS는 기사 삭제, 김성준 보도본부장의 사과문 발표와 사과방송까지 최대한의 조치를 취하며, 사태 해결에 나서고 있지만, 논란은 사그러들 줄 모르고 있다.
한편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는 “기자의 초고 때 담겼던 박근혜 정권 시절 인양 지연과 눈치보기를 지적하는 문장은 데스킹 과정에서 통째로 삭제됐고, 제목도 자극적인 내용으로 변경됐다”면서 게이트키핑 과정의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는 “이번 사태를 ‘제2의 보도참사’로 규정하고, 편성규약에 따라 긴급편성위원회를 소집해 SBS 전체 신뢰를 무너드린 보도본부 책임자들에게 물을 수 있는 가장 무거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