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검찰이 오는 16일까지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힘에 따라 헌정 사상 최초의 현직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조사 시기를 두고 대통령 측과 검찰 측이 서로 부딪혔다.
박 대통령 측 변호인으로 선임된 유영하 변호사(사법연수원 24기)는 15일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에 변호인 선임계를 내고 서초동 고등검찰청 앞에서 기자들을 만나 “본 사안은 제기된 의혹이 매우 방대하며 수사 결과 및 내용이 국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현재 검찰 수사가 완결된 것이 아니라 한창 진행 중에 있고, 매일 언론을 통해서 각종 의혹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므로 기본적인 의혹사항을 정리하고 법리를 검토하는 등 변론준비에도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 변호사는 “어제(14일) 변호인으로 선임돼 사건을 파악하는 데 있어 물리적인 한계가 있었다”면서 “헌법상 모든 국민은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고 이는 대통령이라고 해 예외가 될 수 없는 만큼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받을 권리는 대통령에도 당연히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검찰의 수사상황을 보면 가정 먼저 구속된 최순실에 대한 수사만 완료돼 이번 주말 기소를 앞두고 있을 분 대통령과 관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안종범 전 경제수석, 정호선 전 부속비서관, 차은택 등은 현재 구속된 상태에서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조원동 전 경제수석에 대해서는 어제 조 전 수석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이제 막 수사가 시작된 상태이고, 안봉근, 이재만 전 비서관에 대한 수사도 어제 소환조사가 시작됐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즉, 최순실 외에 검찰 수사는 이제 막 시작한 단계이기 때문에 대통령 관련성 여부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사건에 대한 기본적인 정리와 법리 검토가 안 된 상태에서 조사를 받는 것은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제한하기 때문에 조사 시기를 더 늦춰달라는 것이다.
유 변호사는 조사 방법에 대해서도 대통령에 대한 조사횟수를 최소화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는 “헌법상 현직 대통령은 내란, 외환죄 이외에 소추를 받지 않도록 불소추특권이 인정된다”며 “원칙적으로 대통령에 대해서는 내란, 외환죄가 아닌 한 조사가 부적절하고, 본인의 동의하에 조사를 하더라도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지장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진행돼야 하는 것이 헌법정신에 부합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칙적으로 서면조사가 바람직하지만 부득이 대면조사해야 한다면 횟수를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변호사는 “검찰이 여러 의혹을 충분히 조사해서 사실관계를 대부분 확정한 뒤에 대통령을 조사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면서 “여야 합의로 특검법이 합의됐고, 특검에 대통령에 대한 조사도 불가피한 기정사실이 된 만큼 검찰과 (대통령에 대한)조사에 대해서 좀 더 숙고하고 깊이 있는 협의를 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늦어도 16일까지는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인 검찰의 수사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검찰은 박 대통령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할 계획이기 때문에 박 대통령 측이 입장을 바꾸지 않는 한 그를 강제구인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관련해서 검찰은 “16일이 어렵다면 모레인 17일도 가능하다”며 “현재 핵심의혹에 대한 수사 진행상황에 비춰봤을 때 진상규명을 위한 대면조사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시간을 더 달라는 대통령 측의 요구는 어느 정도 수용하면서도 조사방법에 대해서는 양보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