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과 복지업무가 융합된 보건복지부에 의사 출신 장·차관이 부재해 메르스 사태 등에 대응이 힘드므로 복수차관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명수 의원과 보건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는 22일 오후 2시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보건복지부 복수차관제 도입 왜 필요한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상호 원장의 진행으로 이어진 토론 순서에서 발제를 맡은 단국대 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 박형욱 교수는 "메르스 사태가 언론에 의해 과장되고 선정적으로 보도된 측면은 있지만, 우리나라 보건의료 체계의 민낯을 드러낸 계기가 됐다"고 말하면서 메르스 사태 이전인 4월 24일 이미 보건복지부 복수차관제 도입을 포함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제출됐다. 그러나 꼭 메르스 때문에 복수차관제 도입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공무원 인사를 담당하는) 행정자치부에서 완곡히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고 말하면서 "OECD 34개국 중 우리나라처럼 보건·복지가 통합된 나라는 7개국에 불과하다. 헌법 제36조3항에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라고 규정해 기본권으로서 보건권을 인정하고 있다. 메르스 사태는 개개인의 건강권을 넘어서 공동체적인 의미에서 보건권의 중요성을 시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보건복지부 전체 예산 51조9천억원 중 보건 관련 예산은 9조9천억원인데 그중에서 다시 건강보험 예산을 제외하면 순수 보건의료 예산은 2조2천억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한 뒤 "그럼에도 기획재정부는 보건의료 예산을 요청하면 건강보험 재정으로 해결하라고만 답한다며 답답함을 드러냈다. 보건을 위해 질병관리본부가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적극 대응할 수 있게 격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더불어 보건복지부가 다루는 예산의 규모나 보건의료분야와 사회복지분야가 다루는 분야의 광범위성과 다양성을 고려할 때 메르스 사태와 무관하게 복수차관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대한의사협회 강청희 상근부회장은 "그동안 보건복지부 장관은 정치인이나 경제학자, 복지전문가들이 맡다 보니 보건의료에 대한 관심이 낮았다"면서 "복수차관제를 도입하더라도 차관이 독립적으로 보건의료 정책을 펼칠 수 없고, 복지전문가인 장관과 의견 대립시 힘 있게 추진할 수 없다"고 부정적 견해를 취했다. 이 자리에서 강 부회장은 보건부로 독립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냈다.
대한약사회 최두주 경영개선본부장은 "업무가 다르다고 보건부로 독립시키면 또 다른 업무의 비효율성 논란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신중하고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토론자인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정형선 교수는 "민간에게 보건의료 분야를 맡기고 있기 때문에 보건의료 예산이 적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면서 "보건부로 독립되는 순간 작고 허약한 부처가 될 것이다. 예전 재정경제원이 무소불위의 부처였던 것은 재무부와 경제기획원의 기능이 한 부처에 합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차관이 2명인 다른 부처보다 보건복지부의 예산이 더 크므로 '타 부처와의 균형' 차원에서 복수차관제 도입은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질병관리본부를 외청으로 승격하는 것이 감염병 관리 필요조건은 되더라도 충분조건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정숙 집행위원은 "메르스 사태로 역학조사관의 중요성이 대두됐다"고 운을 뗀 뒤 " 요즘처럼 건강불평등이 심각한 시대에는 사회정책 전반이 수반되어야 하므로, 복수차관제 도입 주장은 (근거가) 약하다"고 지적했다.
한국행정학회 정창화 연구위원장은 "제도는 영어로 '구조적인 제약'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며 "복수차관제 도입과 관련해 하부조직 재설계가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 손종관 간사는 "메르스로 복지부에 차관 1명을 더 두자는 의견에는 반대"라고 의견을 밝힌 뒤 "복수차관이 도입되더라도 반드시 의사출신이 차관을 맡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행시 출신이 맡아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송 간사는 "보건복지부 내 순환보직으로 전문성이 떨어진다"며 "이를 해결키 위해 4년 동안 자리 이동을 하지 않는 전문직위제를 시행중이지만 아직은 효과가 미미한 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www.toronnews.com)에서도 확인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