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9 (일)

  • 맑음동두천 15.3℃
  • 맑음강릉 24.7℃
  • 맑음서울 18.3℃
  • 맑음대전 17.6℃
  • 맑음대구 18.4℃
  • 구름조금울산 17.5℃
  • 맑음광주 18.5℃
  • 맑음부산 19.3℃
  • 맑음고창 ℃
  • 맑음제주 17.8℃
  • 맑음강화 14.3℃
  • 맑음보은 15.0℃
  • 맑음금산 15.6℃
  • 맑음강진군 14.1℃
  • 맑음경주시 14.8℃
  • 맑음거제 14.8℃
기상청 제공

기획


벽화마을의 ‘빛과 그림자’


소금길 벽화마을, 감천문화마을, 이화벽화마을 등의 성공에 힘입어 전국적으로 벽화마을 조성이 탄력을 받고 있다. 벽화마을은 주거환경개선과 방문객 유치를 통한 마을활성화라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만큼, 수많은 마을공동체와 관공서, 예술가들이 힘을 합쳐 조성하는 양상이다. 한쪽에서는 벽화조성을 통해 범죄가 예방됐다는 얘기도 들린다. 반면 벽화조성이 긍정적인 효과만을 갖고 있는 것일까라는 의문점도 든다. 벽화를 통해 마을에 드리워지는 빛과 그림자를 살펴보고자 한다.

 

마을 살리기에 나선 벽화전문화가

 

벽화를 조성해 죽은 마을을 살리고자 애쓰는 이진우 씨는 벽화전문화가다. 그는 199712월부터 거리의 미술을 창립해 벽화제작, 타일벽화제작, 공공 미술 개발, 벽화제작 교실을 열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거리의 미술은 현재 서울 경기 거미동, 부산 경남 거미동, 대구 경북 거미동, 대전 충청 거미동, 광주 전남 거미동, 강원(원주) 거미동, 인천 희망 그리기 등 전국적으로 지부를 갖추고 있다. 각 지부는 자체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1년에 한 번씩 정기총회를 하고 있다.


 이진우 화가는 이 모임에서 왕거미로 통한다. 거리의 미술은 미대 출신이나 화가 들이 주축이 되어 벽화진행을 맡고 있다. 이들이 벽화그리기 봉사자를 모집하고 스케치를 그려주면 봉사자들은 그 위에 색칠을 한다. 봉사자들은 주로 학교봉사활동으로 온 학생들이나 기업체의 사회공헌 활동에 참여한 직장인들이다. 때에 따라서는 주민들도 직접 참여한다.



이진우 화가는 이들과 함께 전국을 누비며 벽화를 그리지만,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을 위한 일도 잊지 않았다. 대부분의 주민들이 건설노동자인 십정동은 ’97IMF가 터지자 마을 자체가 죽어버렸다. 그는 이런 마을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그러던 중 마을을 살리고자 하는 마음이 전해졌던 것인지, 2001년 공부방 선생님들과 함께 마을에 벽화를 조성하기로 했다. 그는 200217군데의 벽화 조성을 위해 제일 먼저 주민들의 동의서를 받으러 다녔다.


대부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으나 달가워하지 않는 이들도 있었다. 이곳이 주거환경개선사업지구인데 벽 화를 하면 개발이 안 된다는 이유였다이 화가는 들을 설득해 동의서를 받고 마을에 벽화를 조성했다. 순전히 동네가 활기차졌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는 이후로 매년마다 꾸준히 벽화작업을 해왔다.


십정동이 벽화마을로 알려지면서 영화나 드라마 촬영으로도 이어졌다. 김수현 주연의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비롯해서 영화 터치’, 드라마 나쁜 녀석들등이 촬영됐다. 이 외에도 그는 벽화제작교육에도 힘쓰고 있다. 2003년부터 벽화제작교실을 시작해, 페인팅벽화제작교육, 타일벽화제작교육 등 다양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요청이 있으면 출강을 가기도 한다. 최근에는 인천 청라 해원중학교 벽화동아리 학생들에게 벽화이론 및 벽화실습을 가르치고 있다. 또한 E마트와 같은 기업들이 사회공헌활동으로 벽화강의를 요청하기도 한다.


   

벽화가 필요한 이유 


그는 벽화가 필요한 이유를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기 때문이라고 했다. 달동네에는 빈집도 많고 이런 곳은 페인트칠이 벗겨진 경우도 있다. 그 외에도 집 주인이 있어도 관리가 소홀한 담장은 지나가는 사람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런 곳을 벽화로 꾸밈으로써 노후화된 이미지를 상쇄시켜주고 주변 지역을 활기로 가득하게 만들 수 있다. 이 화가는 200111월에 광명장애인복지관에서의 일을 잊을 수가 없다. 복지관에는 지하1층 수영장으로 가는 통로가 있는데, 이곳이 너무 어두워서 장애아들이 이곳을 지나가지 못한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다. 그는 통로 에 수영복을 입은 남녀캐릭터를 그려 넣었고, 이후 아이들은 아무렇지 않게 이곳을 지나게 됐다. 이 화가는 지금도 거미동과 인연을 맺으며 벽화를 그려 주고 있는데, 수영복 남녀캐릭터는 지금도 꾸준히 사랑받는 벽화라고 한다.


이진우 화가는 벽화가 꾸준히 유지·보수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페인트의 내구연한이 평균 5년이므로 그 이상이 되면 자연스럽게 페인트가 벗겨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페인트는 미관적인 기능도 있지만 벽을 보호하는 기능도 있다. 페인트의 내구연한이 다되어 벗겨지면 그 사이로 빗물이 스며들게 된다. 스며든 빗물로 인해 벽 내부의 철근이 녹슬게 되고, 녹슨 철근이 부풀어 올라 시멘트벽을 무너뜨린다. 따라서 그는 벽화를 한 번 칠했으면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집주인이 혼자서 단색으로라도 페인트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보에 활용되는 벽화

  

벽화마을은 홍보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서울 금천구 시흥4동은 2012년 서울시 공모사업을 진행했다. 사업의 주제는 에너지자립마을이었다. 금천구에서 조사를 해보니 서울시에서 금천구의 공동주택 분포율이 최하위였다. 대부분 단독주택이 많아서 이런 통계치가 나왔는데 주택들이 70년대 말에 지어지다 보니 단열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금천구는 에너지효율을 높이기 위해 태양광발전기 설치사업을 진행했다.


발전기 한 기당 800만원 가량의 비용이 들었으나, 서울시와 업체의 지원으로 주민들에게 300만원 대에 설치해 줄 수 있었다. 금천구청 유민석 마을지원 팀장은 한 가구당 매년 60~70만원의 전기세 절감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발전기 설치비로 300만원 대를 지불했으므로 5~6년이면 본전을 뽑게 되며 이후에는 평균수명 20년을 채울 때까지 순익을 얻을 수 있다. 금천구는 태양광발전기로 전기세절감효과를 얻고 있는 새재미에너지자립마을을 홍보하기 위해 벽화를 조성하기로 했다.


벽화조성 소식이 전해지자 봉사단체 청년 렛츠와 동일여고 미술반 학생들이 재능기부에 나섰다. 새재미에너지자립마을의 벽화는 주제의식이 뚜렷한 것이 특징이다. 태양광발전기에 연결된 선이 나무줄기가 되어 그림 속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거나, 전기콘센트로 연결된 자동차들이 도로 위를 쌩쌩 달린다. 또는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린 전구열매가 밝게 빛나며 마을을 비춘다.

 


범죄자의 충동을 낮추는 벽화 


벽화의 범죄예방효과는 최근 많이 부각되고 있다. 서울 염리동 소금길 벽화마을을 지나가다 보면 노란색 전봇대와 벽면이 눈에 띈다. 심지어는 표지판이 노란색으로 되어 있다. 이에 대해 소금나루 오미애 실장은 과거에는 이곳에 성범죄가 많이 발생했는데, 마을 일대에 노란색을 많이 가미하면서 범죄율이 낮아졌다고 밝혔다. 한 논문에 의하면 벽화마을 조성 후 78.6%로 성범죄를 포함한 전체 범죄율이 낮아졌다고 한다.


소금길 벽화마을의 또 다른 특징은 산책로가 잘 갖추어져 있다는 것이다. 바닥면에 노란색 점선으로 걷기 코스를 해놓았는데, 선을 따라 한 바퀴 돌아보면 적당히 땀이 나는 정도여서 가족이나 연인이 걷기에 적합하다. 걷기 코스에는 파워워킹코스, 힐 링포인트, 복식호흡하기, 탄력있는 팔 만들기, 사색의 길, 바닥 놀이터 등 이색적인 아이템들이 가득하다. 성공적으로 벽화를 조성해 꾸준히 방문객들도 늘고 있는 소금길 벽화마을에는 타 지역에서 벤치마킹을 하기 위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소금길 벽화마을 관계자는 아예 소금나루라는 쉼터를 지어서, 벤치마킹하는 이들에게 강의하거나 지역주민들을 위한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주민참여가 돋보이는 감천문화마을  


벽화마을은 대부분 관공서나 예술가들이 주축이 되어 운영되는 곳이 많다. 그런데 부산 감천문화마을은 주민들이 주도하여 마을이 살아나고 있는 곳이다. 65세 이상의 노인층이 23%를 차지하는 초고령사회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주도적으로 마을을 일으키고 있다. 물론 문화마을이 처음 조성될 때는 관공서와 예술가, 주민이 함께 만들어 갔다. 2010년 관광융합형 콘텐츠사업을 추진하며 마을에 벽화가 조성되고 조형물이 세워져 갔다. 해를 거듭하며 미로미로 골목길 프로젝트, 방가방가 프로젝트, 샛바람신바람 프로젝트 등 다양한 활동들을 사하구청과 주민, 입주예술가들이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마을 주민들은 이것에 그치지 않았다. 주민들은 빈병을 모아 무지개 피어나는 마을이라는 조형물을 완성하거나, 주민들이 직접 글씨를 써가며 달콤한 민들레 속삭임과 같은 조형물의 제작을 돕는 등 작은 손길로 도왔다. 이와 더불어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마을기업을 만들었으며, 여기서 조성된 수익금은 마을로 환원하고 있다. 주민들은 마을대학에서 리더자교육도 적극적으로 받고 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감천문화마을은 작년 12월에 사회적 기업으로 인정받았다. 감천문화마을 주민협의회 전순선 부회장은 마을 주민들에게 열정이 살아있다며 뿌듯해 했다. 고령층이 많음에도 어떻게 열정적으로 마을사업에 참여하는지 궁금했다. 전순선 부회장은 요즘 세대들은 개인주의가 많지만, 이 지역 주민들은 50~60년을 함께 살아왔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정()이 많다고 대답했다. 지금도 주민협의회는 신바람 나는 마을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



꾸준한 유지·보수가 요구돼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벽화마을은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거나 범죄를 예방하고 주민 간에 정을 넘치게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마을들의 성공을 보며 전국적으로 우후죽순처럼 벽화마을이 생겨나고 있으며, 이처럼 무분별한 벽화마을 조성은 여러 가지 폐단을 낳고 있다. 일반적으로 벽화마을은 달동네에 조성된다. 주택 자체를 개보수하기보다는 벽화를 그리는 것이 비용도 절약되고 외관상으로도 깔끔하게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벽화마을이 조성되면 방문객들이 늘어나면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게 된다. 만약 재개발 철거예정지에 있던 일부 주민들은 벽화 때문에 재개발이 안 된다며 불만을 품는다.


더군다나 벽화마을 조성으로 인해 사생활을 침해받기도 한다. 벽화마을이 화제가 되면 외지인들이 몰려들어 쉴새없이 플래쉬를 터트리고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린다. 자기 동네에서는 조용히 지내고 싶은 주민들은 화가 날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경우 가 이화동 벽화마을의 날개벽화다. 20109월에 방영된 예능프로그램 ‘12에서 가수 이승기가 이화 벽화마을을 찾아가 날개벽화에서 인증샷을 찍었다. 이후로 수많은 방문객들이 밤낮 가리지 않고 찾아와 인증샷을 찍었다. 날개벽화 작가는 벽화를 보수하러 갔다가 마주친 주민에게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꼭두새벽에 남자들이 팬티만 걸친 채 날개벽화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는 것이다. 작가는 즉시 날개벽화를 삭제했다.


벽화의 재료 특성상 집주인이 고생하는 경우도 있다. 벽화는 수성페인트로 칠해지게 된다. 담장이 아닌 건물에 직접 벽화를 그린 경우에는 벌어진 틈 사이로 빗물과 함께 수성페인트가 집안으로 스며들어 안쪽 벽면을 물들이는 경우도 있다. 유지보수의 문제도 있다. 페인트는 내구연한이 5년이다. 5년 내외가 되면 페인트가 벗겨져 벽면이 지저분해지기도 한다. 또한 대부분 달동네에 벽화가 조성되다 보니, 사는데 바쁜 주민들이 벽화관리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 이런 곳에선 벽이 깨지고 페인트가 벗겨지다 보니 벽화가 조성되기 전보다 더 흉물스럽게 변한다.


너도나도 벽화마을을 조성하면서 벽화가 기획적으로 조성되었다가 아무도 관리하지 않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한다. 기업이나 학교 차원에서 사회봉사를 하고 나서 해가 지날수록 봉사자들의 관심이 소홀해져 그대로 방치되는 것이다. 위의 사례들에서 보듯이 벽화마을 조성이 성공적인 환경개선 사업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기획전부터 철저한 유지·보수에 대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MeCONOMY Magazine April 2015





HOT클릭 TOP7


배너






배너

사회

더보기
'과수화상병' 충주·음성 확산...단양군도 의심 신고
'나무의 암'으로 불리는 '과수화상병'이 충북 충주에 있는 과수원 2곳에서도 확인됐다. 17일 충청북도 농업기술원에 따르면, 도내에서는 지난 13일 충주시 동량면 소재 과수원에서 과수화상병이 처음 발생한 이후 전날까지 충주 10곳(3.8㏊), 음성 1곳(0.2㏊)으로 확산했다. 또 단양군 대강면 소재 과수원 1곳에서도 의심 신고가 접수돼 정밀검사 중이다. 시는 전날까지 확진 판정이 나온 7농가 3.84㏊ 과수원을 대상으로 매몰 등 후속 조치를 진행 중이다. 의심증상이 발견됐던 산척면 송강리 사과 과수원 1곳은 이날 오전 확진 판정을 받았다. 농정당국은 발생 과수원에 대해 출입 제한조치를 내리는 한편 감염나무 제거와 생석회 살포, 매몰 처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농정당국은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발생농가의 바이러스 유입 경로를 역학조사하고, 도농업기술원 및 일선 시·군 종합상황실도 운영하고 있다. 충주·음성과 인접한 시·군의 과수 재배지역에 대한 예찰도 강화했다. 도 관계자는 "과수화상병 확산을 막으려면 의심 증상이 나타날 경우 농가의 적극적인 신고가 중요하다"며 "농작업 때에도 도구 소독을 철저히 하고, 다른 과수원 출입은 가급적 자제해달라"고 말했다. 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