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이면 우리나라가 G8에 진입한다. 정부에서는 국민소득 4만불 시대를 향해 가야 한다며 낙천적인 미래를 꿈꾸게 한다. 그러나 최근 가계부채 증가와 디플레이션 우려, 그리고 그로 인한 한계소비 임계점 도달은 정부에서 제시하는 행복한 경제와 너무 큰 차이가 있다. 최근 가계부채 증가와 디플레이션 우려, 그리고 그로 인한 한계소비 임계점 도달에 대한 우려보다 서민들이 체감하는 어려움이 더 커지고 있다.
정부에서는 민생안정을 한다면서 해마다 공공요금을 인상하려고 한다. 물론 공공요금 인상요인도 어느 정도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물가 관점에서 본다면 가계소비가 부진해져서 취약해진 물가인상율을 공공요금 인상을 통해 끌어올리는 효과도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들 입장에서는 공공요금 인상폭만큼 다른 지출처의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 가계부채로 인해 어려워진 국민들의 살림살이가 더 어려워져서 가계소비가 더 부진해질 수 있다.
실질소득 1.6%↑ 실질지출 2%↑
최근 통계청은 가계소득은 438만 8천 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 증가했다며, 근로소득, 이전소득, 사업소득 등의 증가에 기인하며 소비자물가 상승을 제외한 실질소득은 전년동기대비 1.6% 증가했다고 밝혔다.
가계지출은 341만 4천 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4% 증가했는데 소비지출이 257만 6천 원(3.3%↑), 비소비지출이 83만 8천 원(3.7%↑)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교통, 음식·숙박, 기타상품·서비스, 보건 등의 지출 증가에 기인하며 소비자물가 상승을 제외한 실질지출은 전년동기대비 2% 증가했다.
연료비 지출은 전년에 비해 덥지 않은 날씨로 인해 감소했고 주거·수도·광열(-0.8%)비용 감소뿐만이 아니라 학원비 등의 지출이 감소한 교육비(-1.1%) 등이 감소했다.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은 37만 원으로 전년동기대비 0.9% 감소했다. 과일, 고추, 채소가격 하락으로 인해 과일 및 과일가공품(-6.2%), 조미식품(-18.2%), 채소 및 채소가공품(-4.6%) 등이 감소했다. 또 주류·담배 지출은 3만 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4% 감소했다. 맥주, 과일주 등의 주류 지출은 1.1% 증가했고 담배 지출이 3.3% 감소했다. 반면 의류·신발 지출은 13만 7천 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9% 증가했는데 의류 및 신발 가격 인상으로 직물 및 외의 3.3%, 신발 4% 증가한데 기인한다.
보건 지출은 16만 9천 원으로 전년동기대비 6.1% 증가했는데 수요증가에 따라 외래의료서비스 8.2%, 치과서비스 15.6%, 의약품 3.9% 증가에 기인한다. 교통 지출은 35만 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3.7% 증가했는데 유가하락으로 운송기구연료비(-2.4%)는 감소했지만 자동차 구입이 66.6% 증가했고, 항공기 이용 등 기타운송비도 9.6% 증가한데 기인한다. 오락·문화 지출은 15만 1천 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6% 증가했는데 국외여행이 증가한 단체여행비(24.2%)와 컨텐츠, 문화시설관람 등의 지출이 증가한 문화서비스(19.1%)에 기인한다.
음식·숙박 지출은 35만 5천 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2% 증가했는데 식사비 지출이 4.9%, 호텔·콘도 등 숙박비 지출이 10.2% 증가한데 기인한다. 기타상품·서비스 지출은 20만 7천 원으로 전년동기대비 6.7% 증가했는데 생명보험 등 보험료 지출이 7.1%, 이미용서비스 지출이 9.7% 증가한데 기인한다. 또한 가구당 월평균 비소비지출은 83만 8천 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7% 증가했다. 사회보험료(건강보험료, 고용보험료 등) 지출은 12만 3천 원으로 7.2% 증가했고 비경상조세(부동산, 자동차 취득세 등) 지출은 1만 8천 원으로 71.7% 증가했다. 공적연금 기여금(국민연금, 공무원연금 등) 지출은 12만 3천 원으로 5.2% 증가했고 가구간이전(경조비, 교제비 등) 지출은 21만 원으로 2.6% 증가했다.
가계부채 증가율 상승
최근 한국은행이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가계부채 증가율은 소폭 상승한 반면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 상승세는 둔화됐다. 그 이유는 2014년 상반기 중 처분가능소득은 2014년 상반기 국민총소득에 국민총소득 대비 가계처분가능소득 비중(직전 3개년 평균)을 곱해 추정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서민들이 체감하는 생활과 정부에서 판단하는 상황 사이의 갭이 발생하는 부분이다.
정부에서는 가계부채로 인한 부실을 예방하기 위해 그동안 사회적으로 문제가 돼 왔던 단기성 부채인 신용카드회사의 판매신용 감소에 주력한 만큼 신용대출은 감소했다고 밝혔다. 반면 부동산시장 활성화에 따라 담보대출과 전세대출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게다가 저축률이 둔화되고 있는 반면 인구 고령화의 영향으로 인해 보험과 연금 자산의 증가세가 지속되면서 금융부채 대비 금융자산 비율이 상승했다. 보험이나 연금은 원금손실형 상품이 많아서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저축보다 많은 손실이 예상되지만 외형상의 경제통계에는 이런 보험과 연금 자산의 증가가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난다. 일종의 경제적인 착시일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가계부채는 내수부진과 성장잠재력을 막는 단계에 와 있는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우선 소비제약 단계까지 와 있는가라는 점에서는 소비제약 임계점수준까지 와 있고 금융위기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저소득층 한계가구는 주의 깊게 봐야한다고 덧붙였다. 정부에서 가계부채로 인한 가계소비의 한계와 특히 저소득층의 빈곤화를 유심히 보고 있다는 얘기다.
가계부채만 1,040조 원
지난 상반기 이미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1,040조원으로 가계부채 천조 시대를 선포했다. 전년 동기 대비 60조 원 넘게 급증한 수치이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부동산 규제를 완화한 지난 7월 이후 두 달 만에 가계대출은 11조 원이나 늘었다. 전년 동기 대비 67%나 커졌다. 가계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이유는 주택담보대출이다.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완화했지만 경기침체가 빠른 회복세를 보일 수 없는 상황에서 가계부채만 증가해서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지난 해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가계 금융부채가 1,099조 원에 가처분소득 대비 비율은 155%에 달하는 등 가계부채가 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임계점을 넘었다고 밝혔다. 원리금 상환 부담, 주택시장 부진 등으로 가계의 디레버리징(차입 청산) 가능성이 크고 미국의 출구전략 등에 따른 금리상승 가능성은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큰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을 증대시켜 소비 부진이 심화된다. 또한 고령화 시대로 진입했지만 그에 대한 대비책이 부족하다. 공적연금 시스템이 부실한 데 사적연금은 다른 투자상품과 같이 원금손실이 되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 이런 구조적인 요인도 소비부진을 심화시킬 수 있다.
안 쓰고 안 먹어야 조금이라도 오래 버틸 수 있고 그래야만이 결국 노후가 보장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자녀 교육비 부담도 고령층 소비의 제약요인이 되고 있다. 가계의 구매력은 일자리 창출과도 긴밀한 관련이 있지만 1년 이내 단기 근로자의 증가, 저임금 일자리의 증가는 일자리 창출의 수가 가계의 구매력을 실질적으로 향상시켜 주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해 준다. 50대 자영업자 비중이 많이 증가하는 가운데 자영업자의 부채 증가는 중산층의 몰락과 빈곤화라는 점에서 그 자체만으로도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뿐만 아니라 가계의 구매력 약화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이 단기적으로 개선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쓸 수 있는 대책은 다 내놓은 것 같지만 상황이 나아지기는 어렵다. 이런 가운데 BIS는 “부채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성장을 저해한다”며 “정부부채와 가계부채는 GDP의 85% 수준이 될 때, 기업부채는 90%가 될 때가 임계점”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올해 초 정부에서는 지난 2012년 말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세계 경제기관들의 임계점을 훌쩍 뛰어넘은 91.1%로 집계된다고 밝혔다.
당시 OECD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평균은 76%였다. 이미 지난 2012년 말 가계소비는 임계점에 도달했고 정부가 이런 심각성을 인식하고 민생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지만 상황은 더 심화되고 있다. 지난 6월 KDI는 “우리나라의 소득 대비 부채 규모는 OECD 주요 나라와 비교해 높은 편이고 부채 증가 속도 역시 소득보다 빠르다”고 밝혔다. 가계부채가 소비와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키는 상태에 도달했다는 얘기다.
게다가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차입 비용과 부실 위험이 비교적 큰 비은행권 가계대출을 중심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재무 건전성 점검 결과 비은행권 차입 가구의 부실 위험은 비교적 큰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는 게 KDI의 분석이다. 실제로 가계대출에서 카드신용대출은 감소하고 주택담보대출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가계신용대출은 은행보다는 비은행권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은행의 자산건전성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은행이 자산건전성 관리를 위해 가계신용대출을 꺼리다 보니 가계들이 비은행권으로 내몰리게 됐다는 얘기다. 따라서 가계부채에 있어서 고위험군에 대한 별도의 관리가 필요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은 정부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BIS의 눈치를 살피고 있는 금융권의 건전성 관리 강화가 가계부채의 위험성을 높이고 정부지출을 증가시킴으로써 정부부채를 증가시킬 수 있는 것이다. 다음은 이진영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Q. 한계소비가 임계점에 도달했다고 보는 이유는 무엇인지요.
A. 통상적으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85%를 넘어설 때 한계소비가 임계점에 도달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가계부채비율을 자금순환표상 가계부문 총금융부채와 명목GDP를 이용해 계산해보면 2009년에 80%를 찍었고 2013년에 처음으로 85%를 넘는 수준인 85.3%를 기록했습니다. 따라서 지난해 즈음에 한계소비가 임계점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Q. 정부에서 공공요금을 인상하면 가계부채로 인해 어려워진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더 어려워져서 가계소비가 더 부진해지지 않을까요.
A. 공공요금 인상은 서민들의 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공공요금 인상폭이 어느 정도인지 아직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어느 정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가계부채의 상당 부분이 자산상위가구에 분포돼 있기 때문에 가계부채로 인해 위축돼 있는 가계소비가 공공요금인상으로 인해 전체 국민들에게까지 그 부정적인 영향이 증폭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Q. 가계소비가 부진해지면서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그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국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인데요.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A. IMF에서 발표하는 우리나라의 디플레이션 취약성 지수가 아직 위험수준에 도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계속 주시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의 변양규 거시정책연구실장, 김창배 연구위원, 김윤진 연구원이 작성한 ‘KERI 경제전망과 정책과제’에 따르면 성장률이 하락하면서 수요측면의 인플레 압력이 약화되고 있고 공급측면에서도 에너지, 원자재, 곡물가격의 하향안정세가 지속될 전망이어서 공급 측면 인플레 압력도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Q. 가계부채 증가율은 소폭 상승한 반면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 상승세는 둔화됐다고 하는데요. 실제 서민들이 체감하는 생활과 정부에서 판단하는 갭이 큰 것 같습니다.
A. 실제로 서민들의 실질소득과 가처분소득이 감소하고 있는지의 여부는 통계자료를 통해 확실히 알아봐야 하겠지만, 국민들의 소비나 소득구조가 소득 분위별로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서민들의 체감경기와 정부에서 판단하는 상황 사이의 갭이 발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부가 발표하는 통계는 소득상위가구와 하위가구를 다 포함하는 통계이니까요. 또한 국민계정이 새 통계기준으로 재편된 것도 하나의 이유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담보대출과 전세대출이 가파르게 상승했습니다. 가계부채의 상환지출 부담이 어느 정도 증가했고 이로 인해 소비에는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요.
A. 가계부채의 상환지출 부담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이런 지속적 증가가 소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평가하려면 대출을 어디에서 받았는지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비은행권 가계대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서 문제가 되고 있는데 최근 발표한 한국개발연구원의 김영일 연구위원의 보고서 ‘가계부채의 위험에 대한 이해와 위험관리 체계의 설계방향’에 따르면, “비은행권 가계대출의 비중 및 증가세, 단기 상환대출에 의존한 차입과 부동산 중심의 자산구성, 저소득 부채가구의 부실위험이 다소 우려스럽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위험은 경기 불황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당연히 소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Q. 보험과 연금 자산의 증가가 금융부채 대비 금융자산의 증가를 보여주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저축과 달리 보험과 연금 상품의 원금손실 가능성은 없는지요.
A. 소비자들이 현재소비를 중시하느냐, 아니면 미래소비를 중시하느냐에 따라 부정적일 수도, 긍정적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구 고령화의 영향으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현재 소비를 희생하고 연금자산을 마련하고 있는 소비패턴이 연금자산의 증가 현상으로 나타난 것이라면 긍정적인 면으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Q. 이런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정책적인 제언을 부탁드립니다.
A. 경기불황을 극복하는 방법 중의 하나로 내수 진작을 꼽을 수 있지만, 내수 진작 하나만으로 불황을 극복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실제로 한국의 GDP 대비 민간소비액 비중이 2000년 이후 50% 수준에 정체돼 있어서 지금까지 정부가 시행한 내수 진작 정책이 효과가 있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소비 침체를 타개하려면 불필요한 규제 개선, 노동시장의 유연성 개선 등을 통해 한국 경제의 전반적인 구조를 개혁해서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데에 힘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MeCONOMY Magazine December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