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가 인터넷 전문은행을 만들어 금융사업에 진출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에서도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에 대한 논의가 다시 제기됐다.
인터넷 전문은행은 일반 시중은행들의 인터넷 뱅킹과 같은 시스템이지만 일반 시중은행들과 달리 오프라인 점포 없이 은행서비스를 온라인에서 제공한다. 미국, 유럽, 일본에서는 일부 도입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 국감에서 ‘인터넷 전문은행을 현안과제로 설정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인터넷 기반 금융기관 설립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본다"고 대답했다. 최근 들어 IT와 금융의 접합면이 넓어져 비대면 거래가 90% 가까이에 이르고 있는데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을 다방면에서 검토할 단계가 됐다는 설명이다. 다만 인터넷 전문은행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은행에 대한 산업자본을 허용해야 할 것인가’하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소액 무담보 신용대출에서 시작
알리바바는 금융과 IT기술이 결합된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로 온라인 금융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시가총액 약 241조 원을 기록하며 구글에 이어 전 세계 인터넷 기업 중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온라인 결제 서비스 알리페이를 중심으로 개인 은행, 인터넷 쇼핑몰에 출점하는 중소 사업자들을 위한 소액 대출 서비스 등을 다룬다. 알리바바는 금융 사업 확대를 위해 은행 설립이 어려운 중국 내에서 중국 은행규제위원회의 은행 설립 허가를 받았다. 알리바바는 앞으로 인터넷을 활용해 점포망 없이 중소기업이나 개인에게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구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의 은행들은 상위 20%의 고객을 위한 대출서비스를 하고 있다. 반면 알리바바는 은행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80%의 기업을 틈새시장으로 보고 이들을 위한 금융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알리바바는 지난 2010년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 고객을 대상으로 소액 무담보 신용대출 업무를 시작했고 지난해 6월에는 알리페이와 톈홍펀드가 제휴해 개인투자자가 인터넷에서 직접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위어바오’를 출시했다.
위어바오는 알리바바 내 온라인쇼핑몰 결제시스템인 알리페이에 돈을 충전하면 쇼핑 후 남는 충전금액을 위어바오로 이체해 이자를 얻을 수 있는데 위어바오로 들어온 자금들은 텐홍펀드로 수탁되므로 수익률이 높다. 중국 은행에서 허용하는 일종의 인센티브를 주는 것과 비슷한 방법이다. 텐홍펀드는 투자금액의 제한이 없고 수시입출금이 가능하며 금리가 은행 예금보다 높아 위어바오 출시 이후 단기간 내에 중국 최대의 사모펀드로 떠올랐다. 중국 시중은행에 펀드를 들려면 5만 위안 이상이 필요한데 위어바오는 최저 가입한도 없이 1위안부터 적립할 수 있다. 서민들도 가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 인터넷 금융시장의 급속한 성장 배경에는 금융과 IT인터넷포털의 기능을 결합한 혁신이 있다. IT기업들이 출시한 온라인 금융상품의 경우 일반 시중은행의 예금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동시에 편리한 투자방식과 자유로운 입출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 금융기관들도 혁신적인 금융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게 국내 전문가들의 얘기이지만 중국의 기업들을 벤치마크 하는 것은 큰 위험부담이 따른다. 국내와 시스템이 다르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IT와 금융의 결합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국내 은행들의 보안서비스 업무를 하고 있는 IT기업들이 인터넷 전문은행 사업에까지 뛰어들게 된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개인정보 유출과 악용에 대한 우려를 할 수 있다.
한국형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에 대한 고민
최근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인터넷 전문은행이란 점포를 통한 대면거래 대신 인터넷을 주요한 영업채널로 활용하는 은행을 의미하며 기존 은행들이 채널 다각화 차원에서 활용하고 있는 인터넷뱅킹 서비스와는 구별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인터넷 전문은행의 총자산 및 순영업이익이 전체 상업은행 대비 각각 3.3% 및 5.6%에 이르는 등 양호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일본의 경우는 시중 대형은행 및 통신·인터넷 회사의 참여로 인터넷 전문은행의 총자산 성장률이 연평균 32%에 이르는 등 고속성장을 하고 있다.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인터넷·모바일 등 비대면 채널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고 정책당국에서도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관해 긍정적으로 검토할 의사를 밝힘에 따라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 인터넷 전문은행이 성공적으로 도입되기 위해서 정책당국은 법·제도상 제약요인의 적절한 해소방안을 마련하고 기존 은행들은 인터넷뱅킹 서비스의 경쟁력을 보다 강화하는 동시에 일본 및 유럽 등의 사례를 감안해 자회사 형태로 인터넷 전문은행설립에 참여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국내 IT기업 (주)카카오가 송금·지급결제 부문에서 카카오톡 메신저를 기반으로 한 ‘뱅크월렛카카오(일명 카톡뱅크)’가 11월 출시되어 서비스를 시작했다. 연구소는 송금 한도, 금융거래의 제약, 보안 위협등의 요인으로 인해 카톡뱅크가 실제 금융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겠지만 만약 카톡뱅크가 텐센트나 알리바바와 같이 전자지갑의 전용계좌를 통한 송금·결제뿐만 아니라 타 금융회사와의 제휴를 통해 수익형 금융상품까지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확장될 경우, 사실상 기존 금융회사의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를 밝혔다. 또한 카톡뱅크와는 별개로 제공되는 카카오간편결제 서비스는 결제과정을 대폭 단순화함으로써 신용카드업을 포함한 기존 지급결제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연구소의 설명이다. 다음은 천대중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Q.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과 관련하여 금산분리 원칙이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보시는지요.
A. 인터넷 전문은행의 경우에는 당연히 금산분리 원칙이 완화되면 다양한 설립주체가 등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즈니스 모델이 강화될 것입니다. 하지만 금산분리 원칙은 인터넷전문은행 제도 도입 이슈 하나로만 결정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라고 보여집니다. 전체 은행업 및 산업전체에 미칠 영향을 다각도로 검토해서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 생각됩니다.
Q. 반면 외국의 경우에는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과 운영이 활발해 보이는데요.
A. 정부가 인가 및 감독제도 등 제도적인 틀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 보입니다. 해외의 사례를 감안했을 때 기본적인 틀은 기존 은행의 인가제도와 동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인터넷 전문은행들이 가지는 특수성을 감안해 별도로 인가지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울려 인터넷 전문은행 제도 도입과 관련해 현실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은행 설립주체 문제 및 대면실명확인 문제 등에 대해 가능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 보입니다.
Q. 인터넷 전문은행이 소비자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이 있다는 점에서도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만.
A. 인터넷 전문은행이나 기존 은행에 모두에 있어 개인정보 유출은 매우 중요한 이슈입니다. 단, 인터넷전문은행은 인터넷만을 통해서 영업한다는 점에서 개인정보 유출 및 보안 이슈가 발생할 경우 그 타격이 더 클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각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 최근 일본 최대 인터넷 전문은행인 주신SBI넷뱅크(Sumishin SBI Net Bank) 홈페이지에 접속해 보면 제일 먼저 접하게 되는 것이 스미싱이나 파밍에 대한 백신이나 매뉴얼을 다운로드 받으라는 화면입니다. 기존은행이나 인터넷전문은행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사안입니다.
Q. 은행 신규 계좌 개설 시 대면을 통한 실명확인을 의무하고 있는데요.
A.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지점 방문을 통한 대면확인 없이 온라인 상에서 신규계좌 개설이 가능합니다. 미국의 경우 미국 거주지 주소 및 사회보장번호(SSN) 등만 있으면 온라인 상에서 신규계좌개설이 가능하고, 보통 신청 후 1~2일 지나면 실제 뱅킹 업무를 할 수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도 고객이 인터넷전문은행 웹페이지에서 신규계좌개설을 신청하면 이후 우체국 직원이 고객을 방문하여 본인확인을 대행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금융회사간 본인확인 업무 위수탁 규정을 정비하여 계좌개설 업무의 편의성을 강화하고 있으나 장기적으로 기술발달 등을 감안하여 비대면 본인확인 절차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됩니다.
MeCONOMY Magazine December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