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수익성이 저하되고 있다는 내부의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 통합문제가 표면화되고 있다. 외환은행 노조에서는 당초 합의를 지키지 않았다면서 정치권의 지원을 기대하고 있지만 정치권의 반응은 기대보다 싸늘하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 문제는 노동문제로 풀어가기 보다는 금융권의 문제로 풀어가야 한다는 게 외부의 시각이다.
내부적으로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간 통합 문제가 정치적인 사안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금융당국에 통합을 신청하겠다는 계획은 변함이 없다”고 말해 은행의 통합 승인 작업을 예정대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외환은행 노조는 정치권의 지원을 기대하면서 금융당국에 ‘대규모 징계 중단’ 촉구서를 전달했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간 통합 갈등은 은행 자체의 문제이기 때문에 정치권이 개입하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입장이다. 두 은행 간의 합병으로 시너지효과가 더 클 것인지, 아닌지 여부가 중요하고 이런 문제는 노사 간 자율적으로 논의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얘기다.
은행환경의 변화
지난 2013년 국내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는 저금리 기조에 따른 이자이익 감소와 일회성 비 이자이익(주식매각이익 등) 축소에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지난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3.2조 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21.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신규부실 발생 감소로 인한 대손비용 감소와 투자주식에 대한 손실감소 등에 주로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012년과 2013년에 개별은행들이 대체로 수익성이 저하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일부 은행은 영업수익 저하를 잘 관리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는 수익성 저하가 공통 요인에 기인하는 것도 인정할 수 있지만 개별은행의 선택과 경영관리도 수익성 결정에 중요 요인으로 작용함을 의미한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은행들은 수익성 관리에 더욱 노력할 필요가 있다. 이런 가운데 전 세계 1천대 은행 가운데 지난해 가치창출이 기대되는 은행은 전체의 55%로 2011년 말 41%보다 증가할 전망이다.
그러나 국내 은행들은 과거 위기와 달리 현 위기는 수익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이런 수익 위기가 장기적으로 고착화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의 위기는 예대 마진 축소, 경쟁강화 등에 따른 수익부분 이슈로 과거의 거액의 대손비용 발생 이슈와는 구조적으로 다르다. 현재 금융경영환경은 단순히 순환적인 것이 아니라 대대적인 구조적 변화 내지 패러다임 전환기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은행의 규모를 대형화 할 때에는 확대균형을 통한 비용효율성 제고가 가능한지 또는 바람직한지를 잘 살펴봐야 한다.
금융권 구조조정의 필요성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을 두고 금융권 구조조정이라고 부른다. 이른바 업계 내 구조조정이라는 얘기이다. 이는 국내 금융산업이 질적인 성장보다는 양적인 성장에 의존한 결과이다. 채희율 경기대 교수는 외환은행의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이유는 외환은행의 경쟁력 저하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생존이 어려운 상황에서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것이 구조조정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금융권 구조조정의 배경에는 은행의 수익악화가 원인이라는 게 은행 내부 관계자와 외부 전문가의 공통된 의견이다. 나아가 이런 수익악화의 원인이 과다한 비용에 있느냐 아니면 경제 침체에 있느냐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채 교수는 “은행의 경영이 어려워진 데에는 구조적인 요인과 경기적인 요인이 크다”며 “대손이 부실해진 탓도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이 과점시장이어서 정부의 개입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가격변수를 살펴봐야 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채 교수는 “은행이 추구하는 부가가치가 잘못된 개념일 수도 있다”고 말하면서 은행이 추구하는 부가가치가 은행의 복리증진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그치고 국민의 복리증진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은행의 구조적인 측면에서 국제적인 사업 수익을 창출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노출되는 상황에서도 금융권은 수출 부가가치가 큰 제조업보다 훨씬 많은 복리를 누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의 수익성 저하는 금리인하와 부실기업으로 인한 과다한 대손비용에 있다는 게 채 교수의 설명이다.
물론 금융권 수익악화의 원인에 따라 대책도 달라질 수 있다. 채 교수는 “단기적으로 은행의 수수료를 자율화한다면 수익이 개선될 수 있지만 이런 방법은 좋지 않을 수 있으므로 중장기적으로 해외사업에서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등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내 은행은 그동안 소매금융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역량이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국내 은행의 위안화 허브 가능성은 최근 청산결제 가능, 해외적격투자자 자격, 직거래시장 활성화 정책 추진에 따라 그 방향이 점쳐지고 있다.
위완화 허브는 쉽게 말해서 외화의 달러표시가 위안화 표시결제로 바뀌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국내 금융기관의 국제적인 능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아직 이런 기반이 되어 있지 않다는 게 채 교수의 생각이다.
채 교수는 “국내 은행이 위완화 허브 역할을 하는 것이 우리경제에 반드시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며 여러 가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물론 위완화 결제가 증가한다면 외화 보유 구조면에서 달러에 대한 유동성이 줄어서 안전성을 가질 수 있지만 이런 장점이 있다면 이에 상응하는 단점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영국 런던은 지난 1999년 유로화가 도입된 이후 유로화 허브로서 외환거래시장의 역할을 해내고 있지만 국내 은행은 아직 이런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도덕성 문제
은행의 수익성 악화의 원인이 되고 있는 과다비용과 관련해서 금융권 내부에서는 임·직원 간 급여 격차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외부에서는 고객의 돈을 손해 보도록 하면서 내부적으로 고액연봉 잔치를 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부실경영이 발생할 때마다 국민의 돈으로 막대한 규모의 공적자금을 수혈 받고 있다는 점에서 잊지 않아야 할 공공부문의 경영윤리를 저버리고 지나치게 상업화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진행되고 있는 은행 통합과 피인수은행 노조원들의 반발도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금융권이라는 점에서 구조조정의 기준도 윤리성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금융권에서 구조조정의 기준은 실적주의에 따른 내부의 필요성과 수익성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측면에서는 방카슈랑스와 방카펀드 도입 이후 무분별한 마케팅으로 인해 고객을 기만한 윤리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직원들을 우선적으로 퇴출시키고 실적이 우수하지 않더라도 이런 기만술을 쓰지 않는 직원들에게는 지나친 퇴출은 삼가야 하는 정도의 최소한의 윤리경영기준도 반영돼야 한다. 또한 대출금리 장사에만 집착하는 구 시대적인 영업방법에 대한 반성도 필요하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부가가치가 창출되고 고용이 창출되는 산업이라고 보는 게 아니라면 외부에서는 고리대금업과 비슷하게 보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은행이 사회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하면 시장의 경쟁논리가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략적인 유연성이라는 측면에서 규제가 없어야 한다는 얘기이다. 정 연구위원은 “그런 점에서 여러 가지 움직임이 있기는 하지만 은행이 산업으로서 성장할 수 있는 규제환경이나 감독방침이 중요하고 과점시장에서의 경쟁의 논리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출금리를 담합했다거나 기준금리는 내렸는데 가산금리는 올렸다는 외부의 지적이나 시스템 리스크에 대한 안전성도 영향을 끼친다. 물론 은행이 상업적인 동인으로 인해 적정마진이 확보돼야 자본확충이 가능하고 금융서비스도 가능하다. 정 연구위원은 “사전적인 가격정책은 경쟁정책이 아니다”며 “진입규제와 영업규제를 풀어주고 사후불공정경쟁을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 상황에서 은행은 산업이라기 보다는 공공재와 같은 유틸리티라고 지적하면서 사회적인 편의성과 효율성을 갖고 그 비용은 사회적으로 공동분담하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정부지원을 받아 공적자금이 투입됐다는 점에서 공공성 있는 조직이라고 본다면 국민의 혈세가 들어간 것이니만큼 국민들에게 돌려줘야 하는 부분도 있으므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균형 감각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공공성과 상업성이 서로 어떻게 균형을 이룰 것인가 하는 것은 풀어야 할 문제이다. 은행이 상업적인 동기를 갖고 운영하는 조직으로 생존가능하면서도 지급결제기능이든 신용공급이든 이런 기능에서 소비자 편의를 높이는 공공적인 기능을 해야 한다.
지금 현재 상황은 환경적으로 좋지 않아서 상업적으로 생존하기 어렵다는 게 정 연구위원의 견해이다. 은행산업이 산업으로서의 생존능력이나 역량을 상실해가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물론 은행이 그동안 과점구조의 편익을 누렸던 것은 사실이다. 위기관리결과에 대해 국민들이 세금으로 때워준 셈이므로 공공성 기능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런 관점에서 은행에 대한 사회적인 비판으로 인해 균형감각 없이 사전적인 규제가 강화되는 것이 문제라는 전문가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은행의 규모와 경쟁력
정 연구위원은 “금융산업의 경쟁력이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고려하고 있는 것인지가 문제이다”며 “외부 충격에 취약해지는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은행의 규모가 커지는 것뿐만 아니라 부가가치가 커지고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해야 한다는 점에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의 성공여부는 지켜봐야 한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은 은행들의 위기의식이나 현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이다. 외환은행의 수익성 악화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지만 인력 구조조정은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게 정 연
구위원의 견해이다. 반면 씨티은행이나 SC은행과 같은 외국계은행은 대폭 구조조정하면서도 이런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어 국내 은행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정 연구위원은 “국내 은행의 수익성 위기는 단순히 순환적인 현상이 아니라 금융환경의 구조적인 변화에 기인한 바가 크고, 더 큰 문제는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에 있는데 구조적 이익이 지난 2004년 정점으로 해서 트렌디하게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은행들은 이익의 80~90%가 예대마진이므로 금리에 대한 민감도가 높다. 지금 같은 저금리 상황이 고착이 되고 이런 상황이 과잉이나 버블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경제성장률에 비례하게 돼 있는데 경제성장률이 3% 중반정도로 낮아지게 될 경우 단기간에 이익이 회수되기도 어렵다. 국내은행들이 지나치게 이자수익에 의존하고 있는 반면 해외은행들은 이자수익과 비이자수익이 각각 거의 절반 정도의 수준으로 서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봐야 한다. 정 연구원은 “이런 배경에는 직·간접적인 가격통제가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수료 가격 통제를 통해 상승을 억제하는 상황에서는 수수료를 늘리기 어렵고 비이자수익을 찾거나 해외로 진출하라는 게 정부의 주문인데 해외에 나가서 어떤 사업을 할 것인가에 대한 준비조차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당장 국내 금융의 국제적인 경쟁력이 있다고 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익다각화, 채널혁신, 체질개선 등 성장모델 전환을 추진해야 하는데 이런 성장모델 전환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채널 혁신은 은행 입장에서 본다면 전통업무가 지점망을 통해 고객들의 예금을 받거나 방카나 수익증권을 판매하는 것이다. 또 내방고객 수가 급격하게 줄고 있어서 채널 비용 대비 효율성과 수익성이 낮아지고 있는 가운데 수익성 확대를 위해 다양하게 온라인뿐만 아니라 모바일채널에서 고객 접점을 확대하려고 한다. 비대면채널은 비용효율성도 높고 주요 국가들에게 많이 나타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매킨지는 주요 선진국들의 은행 지점이 오는 2020년까지 전체의 30% 정도 없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채널의 감소는 단순히 숫자 줄이기 문제가 아니라 비대면 채널에서의 통합방법이 중요한 상황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저비용 채널의 영업과 건물임대료와 같이 고비용 지점의 경우 고객 상담이나 자문서비스로 특화하는 방법으로 기능을 바꿀 필요가 있다. 이미 포화상태인 인력구조조정이 쉽지 않다면 프로세스 개선이나 공동조달 등 비인건비를 효율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때이다.
MeCONOMY November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