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7일, 고용노동부·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는 경제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기초연금의 도입이 국민연금 가입기간과의 연계, 차등지급, 물가연동 등을 통한 공적연금의 축소문제를 야기하여 1년이 넘도록 사회적 논란이 되었고, 최근에는 공무원연금의 개혁방안이 제기된 터라, 비록 8·27 대책은 퇴직연금, 퇴직금, 개인연금 등의 사적연금에 관련된 것일지라도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파장을 던지고 있다.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의 주요 내용
이번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의 핵심적 사안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퇴직연금의 전면적 활성화다. 정부는 퇴직연금 가입을 유도하고 퇴직연금의 장기적 유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조치들을 제시했다. 퇴직금과 퇴직연금으로 이원화되었던 퇴직급여제도를 퇴직연금으로 일원화하고, 퇴직연금 도입을 기업의 규모에 따라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그리고 전면적으로 의무화한다.
30인 이하의 영세사업장의 경우, 중기퇴직연금기금제도를 내년 7월까지 도입하고 재정적 지원을 제공한다. 그리고 퇴직연금이더라도 일시금으로 받기 보다는 장기적인 연금 형태로 수령하는 것을 유도하기 위해 세제 개편, 퇴직연금 담보대출 상품 개발, 그리고 운용수수료 할인 등을 제공한다.
둘째, 사적연금 운용 규제의 대폭 완화다. 사적연금 자산의 안전성을 담보하는 기존의 여러 규제들을 없애거나 줄인다는 것이다. 특히 확정기여형(DC형)과 개인형 퇴직연금(IRP)의 총 위험자산 보유한도를 40%에서 70%로 상향 조정하고, 개별 위험자산의 보유한도를 폐지하며, 필요한 규제는 금지사항들을 규정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한다.
퇴직연금기금을 사외에 설립하고 퇴직연금 적립금을 기금에 신탁하는 기금형 제도를 2016년 7월부터 도입하도록 하여 퇴직연금 자산의 운용 및 관리에 있어서 계약형과 기금형 중에 하나를 선택하도록 한다.
셋째, 퇴직연금의 수령에서 가입자 보호 장치의 강화다. 기업파산 등으로 인해 근로자의 퇴직연금 수급권이 침해되는 것을 막기 위해, 확정급여형(DB형)의 사외적립비율을 점진적으로 상향 조정하여 2020년 이후에는 100%에 이르게 한다. 퇴직연금의 판매·운용·공시 등의 모든 단계를 포괄할 수 있는 수급권의 보호 장치를 오는 12월까지 마련하며, 확정기여형(DC형) 퇴직연금과 개인형 퇴직연금(IRP)의 적립금에 대해 추가로 금융기관별 1인당 5천만 원까지 예금자 보호를 제공한다.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보는 사적연금 개혁이 필요하다
유럽의 선진국들도 사적연금을 활성화하는 개혁들을 이미 시행했기 때문에 8·27 대책은 얼핏 보기에 나름의 타당성이 있는 듯하다. 하지만 그것은 겉보기에만 그렇다. 왜냐하면 미국과 영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유럽 선진국들은 전혀 다른 기반 위에서 사적연금을 강화시켰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자면, 미국과 영국은 사적연금을 노후소득보장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여기면서 이를 개혁한 것이고, 스웨덴, 독일, 프랑스 등은 공적연금에 중추적인 역할을 부여하고 사적연금에는 단지 부가적인 역할을 부여하면서 위험의 분산을 위해 개혁을 시도했다. 즉, 개혁이 일어난 숲의 구성이 애초에 달랐던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정부는 어떤 밑그림 위에서 사적연금 활성화를 내세운 것일까? 정부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이 노후소득보장을 위해 불충분하기 때문에 퇴직연금 등 사적연금을 활성화하겠다는 논리와 현재 우리나라의 사적연금이 너무 낮은 발전수준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이를 강화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논리적 어폐가 있다.
노후소득보장의 핵심적 수단인 연금체계를 공적연금에 기반하여 사적연금을 부가적으로 덧붙이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면, 공적연금의 불충분 문제는 무엇보다 공적연금의 강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따라서 공적연금이 충분하지 않다고 스스로 인정하면서 공적연금의 개선 방안은 제시하지 않고 사적연금만 활성화하겠다는 것은 우리의 연금체계를 사적연금을 중심으로 또는 적어도 공적연금과 사적연금이 동등한 수준으로 바꾸겠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이번 대책의 가장 근본적인 차원에는 연금체계를 공적연금 중심으로 구성할 것인가, 아니면 사적연금을 중심으로 만들 것인가라는 문제가 자리를 잡고 있다. 이 문제는 공적연금과 사적연금 중에 어느이 더 합리적인가라는 질문과 직결된다. 답은 간단하다. 공적연금체계가 더 합리적이다. 이는 공적연금 중심의 나라와 사적연금 중심의 나라를 비교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사적연금은 주로 미국에서 발달하였고 대처정부 이후의 영국에서 중심적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나 이 두 나라의 노인빈곤율은 공적연금 중심으로 연금체계를 구성한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높다. 연금과 관련된 법적 다툼 또한 전자의 나라들이 후자의 나라보다 훨씬 많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 8·27 대책을 해석하자면, 정부는 기존의 공적연금에서 사적연금으로의 중심 이동을 꾀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사적연금이 기반하는 원칙은 ‘각자의 노후는 각자가 책임진다’는 자력구제의 원칙이다. 노후의 소득보장은 개인이 스스로 알아서 능력껏 확보해야 하는 것이며 다른 사람들과의 공조 속에서 ‘모두가 함께’ 달성해야 하는 대상이 아닌 것이다. 지난 십 수 년 동안 우리 사회는 점진적으로 자력구제의 원칙이 마치 유일하고 변하지 않는 정답처럼 인정되어 왔다. 이러한 인식은 무엇보다도 정부의 정책들이 만들어낸 효과들이다.
의료민영화, 철도민영화, 노동유연성 강화 등 일련의 정책들이 도입·집행되었다. 사회적 문제는 개인만의 권리나 자유의 문제로 대치하는 정부의 행태도 적지 않았고, 국민들이 한 데 모여 정부의 정책 변화를 요구하는 ‘모두가 함께하는 시도들은 묵살되어 왔다. 결국 이러한 것들이 자력구제의 원칙을 삶의 기준으로 일반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8월 27일 대책도 이러한 흐름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따르고 있다.
공적연금의 공고화가 우선이다
보다 우월하고 합리적인 연금체계라는 측면에서 공적연금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공적연금은 정부도 인정하듯이 그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못한 형편이다.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노인의 70%에게 지급되기는 하지만 실질적 소득대체율이 10% 미만으로 너무 작다.
국민연금의 경우, 2013년 10월 기준으로 실질가입률이 총인구 대비 47.7%, 경제활동인구 대비 63.5%(OECD 평균 83.6%) 밖에 되지 않는다. 실질적인 소득대체율도 20%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이 20%에 근접한 경우에는 거의가 기초연금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현재의 노인들은 최대 20%가 조금 넘는 수준에서 공적으로 노후의 소득이 보장되고 있다. 이처럼 빈약한 공적연금은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개입이 없는 한 앞으로도 그대로 유지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적연금의 활성화는 공적연금제도와 사적연금제도가 서로 경쟁하는 국면을 야기할 것이다(어쩌면, 현 정부의 의도가 이것일지도 모르겠다). 특히 사적연금제도에 대한 세제 지원 등 다양한 지원이 유지·강화된다면, 그리고 사적연금의 운용주체가 대기업 산하의 금융기관으로 몰린다면, 공적연금과 사적연금 사이에 역전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사실 이러한 역전현상은 이미 대처 수상 시기의 영국에서 실현이 된 바가 있다.
공적연금에 가입한 국민의 수보다 사적연금에 가입한 국민의 수가 더 커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역전현상의 결과는 부정적이었음을 상기해야 한다. 유럽 국가들 중에 영국은 노인빈곤율이 매우 높고 노후소득보장의 보장성 정도가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러한 객관적 결과들로 인해 영국 정부는 사적연금 중심의 연금체계를 개혁하려고 했지만 보수세력과 민간보험회사 등의 이해관계로 인해 성공할 수 없었다.
비록 위와 같은 변화를 의도하지 않았을지라도, 8·27 대책은 우리나라가 부정적 사례의 전철을 밟게 만드는 전초가 될 수 있다. 사적연금 활성화가 공적연금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부가적이고 보충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공적연금이라는 주춧돌이 제대로 쌓인 상태가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영국을 제외한 유럽의 선진국들이 사적연금의 활성화를 추진했고 나름의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이들 나라들의 공적연금체계가 중심적 역할을 수행할 만큼 제대로 된 토대를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토대가 없는 우리나라가 외국의 사적연금 활성화 정책의 겉모습만 보고 따라 한다면 정책은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양산해 낼 것이고, 그 모습은 높은 노인빈곤율의 지속적 유지와 양극화된 노인의 삶을 지켜보는 것으로 귀결될 것이다.
사적연금의 궁극적 목적을 잃지 말자
개혁 정책을 시도함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준거는 해당 제도의 목적 실현에 있다. 사적연금은 기본적으로 민간이 연금운영의 주체이며, 개별적으로 노후를 준비하고 연금운용에 있어서는 사적 이익의 추구가 허락되는 특징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금의 일종으로서 연금이 추구하는 궁극적 목적, 즉 가입자의 노후소득보장을 일차적인 목적으로 갖는다. 따라서 사적연금의 개혁은 이런 목적과 이를 달성하는 데 가장 적절한 수단들이 선택되어야 하고, 선택된 수단들은 내적으로 최대의 효율을 담보할 수 있도록 운용되어야 한다.
하지만 ‘8월 27일 활성화 대책’은 목적이 이중적이다. 한편으로는 노후소득을 보장한다고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금융시장의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두 마리 토끼 잡기’를 자랑스럽게 얘기한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목적이 동시에 별 마찰 없이 달성되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금융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퇴직연금을 위한 적립금이 보다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투자되어야 하는데, 투자가 실패할 경우에는 노후소득보장이라는 목적 달성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퇴직연금 적립금의 금융시장 유입은 일정 정도 인정할지라도, 무엇보다 적립금의 안정성이 확실하게 담보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을 통해 유입되어야 한다.
노후소득보장의 측면에서 보면, 적립금의 수익률을 2~3% 더 올리는 것보다 손해를 보지 않는 수준에서 조금 더 수익을 보면서 안정적인 것이 보다 나은 결정이다. 그러나 8·27 대책은 이러한 안전성을 보장해주는 장치들을 대거 제거하고 ‘고수익 고위험’의 투자를 용인해주는 방향으로, 아니 오히려 그것을 부추기는 방향으로 설계되었다.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의 본질적 의도: 대기업 중심 금융시장의 활성화8·27 대책의 이러한 면들은 이번 대책의 숨겨진 의도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게 만든다. 한편으로는 공적연금의 불충분한 현실과 노인빈곤율의 심화를 해소하기 위해 사적연금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최근 미국 등의 주식시장 성공을 보면서 우리도 금융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첫 번째 목적은 사적연금의 활성화와는 전혀 무관한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공적연금이 불충분한 상황이라면, 공적연금을 공고히 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 특히 노인빈곤율을 낮추기 위한 목적과는 더욱 거리가 멀다.
왜냐하면 노인빈곤율은 현재의 현상인 반면, 사적연금 활성화의 효과는 적어도 10~20년은 기다려야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미래에 받을 퇴직연금 급여가 현재의 노인빈곤을 해소해주지는 못하는 것이다. 따라서 당장의 노인빈곤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지금의 빈곤노인들에게 재정적 지원을 제공해야 문제가 해결된다.
따라서 이번 8·27 대책은 무엇보다 금융시장의 활성화를 목적으로 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2014년 6월 기준으로 퇴직연금 시장은 약 87조 원이다. 이번 대책이 그대로 시행된다면 8년 뒤에는 2배가 넘는 규모의 시장이 만들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많아진 자원은 결코 모든 경제주체들에게 배분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사적연금을 운용하는 회사들은 주로 대기업에 속한 금융기관(보험회사 등)이거나 은행들이다.
은행들은 주로 중소기업을 위해 활동하기보다는 대기업을 위해 활동한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대기업들은 사회적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기업에 보다 유리한 자금원을 제공한다는 것은 지나치게 일방적이다. 특히 기금을 통한 퇴직연금의 운용은 현재의 사적 퇴직연금 시장에서 대기업 산하의 금융회사나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을 크게 늘릴 가능성이 매우 크다. 즉 시장 자체가 대기업 위주로 재편된다는 것이다. 이는 그렇지 않아도 대기업 위주의 금융시장이 보다 강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이번 대책은 저소득층에게도 커다란 위험요소를 부과하는 것이다. 이번 조치들은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의 강화를 한 축으로 갖고 있다. 확정기여형(DC)은 사용자에게 있어서는 위험부담이 거의 없는 반면, 근로자가 전적으로 투자의 결과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 따라서 퇴직연금의 가입이 전면적으로 의무화된다면 영세기업들은 세제혜택과 재정지원이 주어지면서 자신에게는 별다른 위험이 없는 확정기여형을 선호할 것이다.
즉 저소득층이 보다 큰 위험에 노출되어 자신들의 보험료를 잃어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만약 수탁기관이 금융투자에 실패한다면, 저소득층의 노후보장은 더욱 어려운 처지에 놓일 것이며, 이를 국가가 유도했다는 오명을 면치 못할 것이다. 고소득층이야 확정기여형으로 약간의 돈을 잃어도 그들의 삶에 큰 지장이 없지만, 저소득층이 잃게 된다면 삶의 고통은 보다 클 것이고, 결국 노후의 경제적 격차는 더 커질 것이다.
사적연금 운용의 실패 가능성
특히 정부는 2016년 7월까지 기금형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했고, 30인 이하의 사업장을 위해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을 만들겠다고 했다. 사실, 기금형 퇴직연금제도는 기업이 외부에 기금을 설립하고, 근로자가 적립금을 기금에 신탁하는 제도로서, 기금 내부의 의사결정기구를 통해 가입자의 참여가 극대화될 수 있다는 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기금형 퇴직연금은 실패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일본의 ‘AIJ운용사의 기금 사기사건’은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퇴직연금기금이 부실 금융회사를 기금의 운용회사로 선정했고, 금융회사는 기금의 적립금을 불법 운용했을 뿐만 아니라 기금에게 조작된 정보를 제공하는 범법행위를 저질렀다. 이로 인해, 약 2천억 엔에 이르는 퇴직연금기금의 90% 이상 손실이 발생했고, 84개 기금에 가입된 88만 명의 가입자가 금전적 피해를 입었다.
따라서 기금을 운용하는 수탁자의 책임을 어떻게 부과할 수 있는지 그리고 기금에 적립금을 낸 근로자의 수급권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에 대한 면밀한 조치들이 반드시 사전에 강구되어야 한다. 하지만 8월 27일 대책은 이에 대한 미흡한 방안들이 제시되었고, 실제로 언론과 인터뷰를 한 담당공무원들은 아직까지는 구체적인 방안들이 마련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들은 퇴직연금기금을 도입했을 경우 퇴직연금이 적지 않은 위험에 노출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금융 산업의 성숙 정도 및 투명성 정도, 그리고 퇴직연금 가입자 및 이해관계자의 인식 수준과 운용능력 등을 고려해야 하며, 선진국 수준의 수탁자 책임과 수급권 보호 등의 안전장치가마련된 후 기금형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타당하다.
향후의 상황 전개에서 보다 근본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정부가 내놓은 사적연금 활성화 방안은 장소를 옮겨 국회에서 공방이 오갈 것이다. 이번 대책의 핵심인 퇴직연금 의무화,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제도 도입 등은 ‘근로자 퇴직급여 보장법’ 을 위시하여 여러 법률의 개정사항이기 때문이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사적연금 활성화의 구체적 방안들이 꼭 필요한 정책이라는 입장인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퇴직연금의 단계적 법정 의무화에 대해서는 동의를 표하지만, 자칫 퇴직연금이 금융시장 활성화를 위한 불쏘시개로 전락할 수 있다며 안정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은 단순히 문자 상의 의미를 넘어 향후 우리나라 노후소득보장체계의 중추인 연금체계를 어느 방향으로 이끌 것인지를 판가름하는 계기가 될 공산이 크다. 마비 상태에 빠진 현재의 국회를 보면서 우려를 금치 못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인들이 이번 사안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여 올곧은 논의가 이뤄지길 고대한다.
논쟁의 핵심은 무엇보다 연금체계의 전체적인 구성과 그 안에서 공적연금과 사적연금의 역할분담, 그리고 공적연금의 우위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놓여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런 기본적 틀 안에서 공적연금을 해치지 않는 수준에서 사적연금의 활성화를 어디까지 밀고 나갈 것인지를 다뤄야 한다. 이런 기조 하에서 사적연금이 시장의 논리에 따라 수익성을 지나치게 추구하지 않으면서도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장치들을 담아내야 할 것이다.
MeCONOMY Magazine October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