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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일상의 경제학〕 돼지 농장에서 생긴 일(2)

 

돼지우리를 온돌방으로 만들다

 

돼지우리 한 동을 지으면서 그는 돼지와 3달 동안 같이 생활한 셈이었다. 그 사이에 그는 돼지와 사람의 공통점을 비교하고 비교하면서 돼지나 사람이나 똑같은 동물이라는 사실을 최종적으로 확신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사람이 먹는 것을 돼지가 못 먹는 게 없었고, 돼지가 먹는 것을 사람이 못 먹을 게 없었다.

 

이목구비는 비록 모양이 다르지만, 사람이나 돼지나 똑같은 기능을 보유하고 있었다. 돼지가 새끼를 낳으면 사람들은 아기를 낳았고 사람이나 돼지는 종류에 따라서 몸무게까지 비슷하다는 데까지 이르자 그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돼지와 사람이 다른 게 있다면 그건 팔을 쓰느냐 아니냐였다. 사람은 두 팔을 쓰지만 돼지는 네 발을 사용한다는 것뿐이었다. 그래서 사람이 두 팔을 가지고도 일을 하지 않는다면 돼지와 똑같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돼지가 두 다리를 팔처럼 사용했다면 사람이 돼지로부터 지배받는 세상이 될 뻔했다고 동물 농장 같은 상상을 하곤 했다. 이런 생각을 모으고 모은 그는 돼지도 사람처럼 겨울이 되면 따뜻하게 해 주고, 가끔 목욕도 시켜야 하며, 여름이 되면 돼지우리를 시원하게 해 주어야 한다'는 확신을 굳혔다.

 

그래서 그는 돼지우리를 이 세상에서 처음으로 사람이 사는 방처럼 만들어 볼 작정이었다. 그의 생각은 돼지 농장의 사장이 후원하고 있었으므로 돼지 농장의 직원 누구로부터 간섭을 받지 않고 자기 생각대로 밀어붙일 수가 있었다.

 

 

그는 돼지우리 천장에 자동으로 온수가 나오는 스프링클러(sprinkler)를 달았다. 여기에 연탄보일러에서 나오는 온수를 연결하고 타이머를 달아 돼지들이 정기적으로 목욕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샤워시설에 설치된 우리로 들어온 돼지들은 신이 난 듯했다. 그는 이런 환경에서 자라는 돼지들은 성장 속도가 주먹구구식으로 지어놓은 곳에서 자라는 돼지들과 다르다는 것을 관찰한 뒤 이를 사장에게 직접 보고했다.

 

“사장님이 아시다시피 이 농장의 2만 마리 돼지 중 매일 200마리가 마장동으로 팔려 나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지은 돼지우리에서 크는 놈들은 겨울에 얼어 죽지도 않고 다른 우리에 있는 돼지보다 성장 속도가 무려 보름 이상 빠릅니다. 보름 동안 먹일 사료비가 절약되는 것이지요. 이걸 돈으로 따져 보면 장난이 아닙니다. 돼지우리를 전부 새로 바꿔 돼지의 성장 기간을 보름씩만 단축한다면 공사비는 금방 빠질 것입니다. 전체 공사를 하는 게 장기적으로 훨씬 이익이 될 것이라는 제 생각입니다.

 

사장은 그의 말이 옳다고 수긍했지만, 전체 돼지우리를 다시 짓는 일은 농장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중차대한 일이었기에 바로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그때부터 그를 보는 사장의 눈이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특히 똑같은 돼지를 놓고 보는 눈이 다른 그의 말이라면 뭐든지 우선 고려사항이었다. 자신의 친척인 농장 관리인의 말보다 그의 말을 더 신뢰하기 시작한 거였다. 그런데 그가 만든 돼지우리의 문제가 발생했다.

 

더운물로 가동되는 스프링클러 때문에 돼지우리 천장에 습기가 차기 시작한 거였다. 그는 임시방편으로 환기통을 제외한 천장을 막아 비닐로 막아 물기가 천장으로 스며들지 못하게 하였는데 웬걸 돼지우리 밖 날씨가 춥다 보니, 돼지 농장에 살던 수백 마리의 쥐들이 총출동해 환기통을 타고 천장에 물이 스며들지 못하게 덮은 비닐 속으로 파고 들어와 눈으로 셀 수 없을 정도의 쥐들이 천장에서 우글대는 거였다. 이 소식은 곧바로 사장에게 보고 됐다. 쥐가 들끓는다는 소리에 어이가 없어진 사장은 그를 불렀다.

 

(다음 편은 현상금을 걸고 쥐잡기 운동을 벌이고 힘센 돼지를 속여서 마장동으로 보내는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http://www.m-economynews.com/news/article.html?no=35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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