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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가상화폐’에 대한 정부와 업계전문가의 시각차

법에 없으면 인정 못해 VS 경제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M이코노미 박홍기 기자>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지난 11일 오전 “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소 폐쇄 법안을 부처 간 이견 없이 준비 중”이라고 언급해 큰 파장을 일으켰다. 정부발표 직후 국민청원 등을 통한 반발이 쇄도했고 놀란 청와대는 같은 날 오후 확정된 사안이 아니라며 곧바로 입장을 선회해 수습에 나섰다. 이날 오전 1비트코인 당 2,000만원선에서 거래되던 비트코인은 박 장관 발언 이후 1,500만원대까지 떨어졌다가 청와대 발언이 나오자 다시 2,000만원선 가까히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부 말 한마디에 시세가 급등락을 반복할 만큼 이른바 ‘개미’ 투자자들이 정부 일거수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의미다. 최근 열린 토론회에서는 가상화폐를 바라보는 정부와 업계전문가의 시각차가 확연히 나타났다.

화폐, 금 된다 생각하는 게 가장 문제

심재철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은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가상화폐 열풍, 정부대책의 한계와 올바른 대응방안’ 토론회에 참석해 “가상화폐 관련해 가장 문제되는 지점은 장래에 화폐나 금 등의 지급수단이 된다고 생각하는 점”이라고 말했다. 심 단장의 발언은 현재 가상화폐 시장에 문제가 많다는 인식에 기초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지금까지 사이버 머니 등 (가상화폐와) 유사한 것들이 있었지만 화폐나 금, 지급수단이 된다고 말한 적은 없었다”며 “그런데 이건 지금 (가상화폐는)그렇게 주장하고 있고 그 주장에 근거해 거래가 이뤄지면서 투기광풍이 일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잘못된 기대심리가 국민들을 투기장으로 내몰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그런 주장이 없다면 (가상화폐가)거래되지도 않을 것”이라며 “가상화폐가 화폐나 금이 될 수 없다면 다시 0(제로)으로 돌아갈 텐데 그 피해는 어떻게 할 것인지 깊이 고민하고 따져봐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렇지 않으면 많은 국민들에게 엄청난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는 경고다. 


심 단장은 가상화폐를 거래하는 사람들이 미래의 화폐가 되고, 금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블록체인의 근간이 되는 개인의 컴퓨팅 파워를 제공한 보상으로 가상화폐를 준다고 한 것” 때문이라며 여기서부터 문제가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심 단장은 보상의 개념 없이 판매만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가상화폐가 더 심각한 문제를 양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상으로 가상화폐를 준다는 것이 문제인데 지금은 더 나아가 보상금이 아닌 것도 많다”면서 “투자자금을 모으기 위한 판매용으로 만들어 비트코인은 보상으로 나왔지만 이더리움은 거의 대부분이 판매용이고 리플은 모두 판매용”이라고 강조했다.

심 단장은 “가상화폐가 법정화폐로서 강제력이 없는 점도 시장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는 문제 중 하나”라고 지적하며 “법정화폐도 그 자체로는 가치가 없지만 법으로 강제하니까 믿는 것이다. 특정 가상화폐를 ‘이건 화폐다’라고 합의하고 그 합의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강제로 믿게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비트코인 기술이 오픈 소스라 누구나 만들 수 있어 기술적 차별성도 없다. 다 똑같은 프로그램에 의해 만들어 지는데 비트코인이 먼저 만들어져 유명세 탓을 뿐이다. 그 뒤에 나타난 ‘잡코인’들도 뭔가 거짓을 많이 붙여서 그럴 듯하게 하면 그것도 (비트코인처럼)그렇게 만들어 진다”고 단언했다.

국부유출에는 엄정 대처해야

심 단장은 블록체인 기술이 디지털 통화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거라고 일부 인정하는 모습도 보였다. 다만 아직 먼 미래에 일이라고 전망하면서 이 또한 법적 울타리 안에서 법정통화로 통용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현재 가상화폐는 기술적으로 용량이나 처리속도가 너무 느려 마트에서 100명이 계산하려면 16시간을 줄서야 한다며, 앞으로 개선이 되겠지만 전 세계, 전 국민적으로 사용되려면 아직 멀었다고 혹평했다.

그는 “장래 국가에서 디지털 통화를 발행할 수 있고 블록체인 기술이 거기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용량, 처리속도, 안정성이 더 발전한다면 충분히 가능성은 있다. 그때도 법에 의한 법정 디지털통화가 될 것이다. 시장경쟁에 의해 만들어지는 통화로는 경제가 운영될 수 없다”고 부연했다. 우리 정부가 디지털 통화를 발행하더라도 지금처럼 여러 종류가 아닌 하나만 특정해 법적테두리 안에서 관리하게 될 거라는 주장이다. 

심 단장은 블록체인을 만들기 위한 보상책이 코인이 아닌 유가증권을 발행하는 등의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주식형 유가증권처럼 권리의무 및 그 주체를 명확하게 내재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가상화폐는 블록체인을 만들기 위한 보상용으로 제작돼 지금 방식으로는 뗄 수가 없다. 이게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다. 블록체인을 만들기 위해 개인컴퓨터 도움을 받으려면 유가증권을 발행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리플 등 판매만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가상화폐는 유가증권 발행이 더 시급하다고 했다. 가상화폐를 판매용으로 만들어 파는 사람들은 자기 앞으로 아무 책임 없이 발행해 팔아먹어 놓고 화폐가 된다, 금이 된다고 거짓말하게 만들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 블록체인은 유가증권 발행 등의 형식을 새로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심 단장은 현재 심각한 국부유출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이 문제에 대해서는 한 치의 양보 없이 엄정한 정책을 펴야한다는 주장도 했다. 

“한국에서 만든 가상화폐는 현재 없다. 전부 미국과 일본에서 만들어서 한국으로 가지고 들어왔다. 결국 우리는 가상화폐만 가지고 있고, 그걸 산돈은 모두 다 외국으로 나갔다. 가상화폐가 금이나 화폐가 된다면 괜찮겠지만 안 된다면 심각한 국부유출문제다. 엄격하게 규제하지 않고는 외국에서 만든 가짜 돈이 모두 들어오고 진짜 돈은 다 나갈 것이다. 현재 수백만 명이 참여해 수조원이 거래되고 있다. 그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심 단장은 이어 “지금은 다행히 외환규제로 막아놔서 쉽게 못 사오는데 이걸 풀어주자는 건 쉽게 많이 사오라는 얘기다. 버블이 붕괴되면 미국과 일본은 돈을 벌지만 우리나라는 외화로 다 나간 상태라 (가상화폐)이것을 끌어안고 없어져 버린다. 차라리 한국이 가상화폐를 만들어서 한국 사람한테 팔지 말고 미국이나 일본에 팔라고 주장하고 싶다”고 부연했다. 

가상화폐 과외해주고 싶다

심 단장은 개인적이고 학술적인 의견임을 전제하면서 공식입장이 아니라고 강조했지만 법무부를 대표해 참석한 만큼 해당 부처의 기조가 녹아있을 거라는 것이 참석자들의 중론이었다. 실제 토론회 좌장을 맡은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심 단장이 말한 내용은 지난번 법무부가 내부적으로 작성한 ‘가상통화 금지 필요성’이라는 문건에 기초한 인식 같다”고 언급했다.


김진화 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 공동대표는 심 단장의 발언을 경청한 후 “개인적 견해지만 왜 그동안 모든 일이 꼬여왔는가, 참 오해가 많았구나 하는 점을 새삼 느꼈다”면서 “원하시면 법무부 장관이나 단장께 최저임금만 받고 과외라도 해드리고 싶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김 대표는 우선 가상화폐가 장래에 화폐나 금이 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 문제라는 심 단장의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가상화폐를 만든 사람들은 (가상화폐가) 장래에 화폐나 기축통화, 금이 된다는 얘기를 절대 안 한다. 이렇게 말하는 것 자체가 유사수신행위니 그런 업체가 있다면 현행법에 따라 제발 처벌해 달라.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지난해 10월 미래에 모든 국가들이 하나의 화폐가 아닌 여러 종류의 화폐를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캄보디아 등의 국가를 가보면 달러와 자국통화를 같이 사용한다.

달러라이제이션(Dollarization)이라고 하는데, 앞으로는 자국통화와 디지털방식의 화폐를 함께 사용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 IMF 총재의 견해다. 여기에 대비하자는 것이지 누구도 기축통화가 된다고 한 적이 없고 민간화폐이자 보안적 화폐이기 때문에 정부에 권위를 인정해달라고 한 적도 없다. 금융위에서는 행위에 대한 규제라면 정부가 권위를 인정하게 된다고 착각하고 규제를 미뤄왔는데, 미국이나 일본처럼 행위에 대한 규제를 명확히 하고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경고를 같이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심 단장의 ‘국부유출’ 우려와 관련해 정부의 신규가상화폐공개(ICO)금지 정책을 언급했다. ICO는 신생벤처기업이 가상토큰(digital token)을 발행하면서 매각 대금으로 비트코인 등의 가상화폐를 받는 것인데, 기존에 까다로운 자금조달 규제를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각국 당국은 이를 불법으로 보고 규제하기도 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는 중국과 한국이 ICO를 전면 금지했다. 


김 대표는 “법무부가 국부유출이 정말 걱정된다면 금융위에서 ICO 금지한 것을 국무조정실을 통해 풀어달라고 건의해 달라”며 “젊은이들이 국제무대에서 비탈릭 부테린(24,이더리움 창시자)처럼 금융거래 기반이 될 수 있는 서비스들을 많이 만들 수 있도록, 또 그런 것들이 우리사회에 성장엔진이 될 수 있도록 함께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규제가 균형 이뤄야 최선의 정책 될 것 

이날 토론회에서 신원희 코인원 이사는 “가상통화 리플 측은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이 나라 간 법정화폐를 연결하는 기술 플랫폼이라고 밝힌 바 있다”고 강조하며 시장 참여자들은 가상통화가 법정화폐에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금융으로 나가는 과도기를 거치고 있는 기술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영수 금융위원회 가상통화대응팀장은 “정부가 규제하고 있는 건 가상화폐의 P2P(개인 간) 거래가 아니라 가상 화폐가 주식처럼 투자대상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되는 부작용”이라며 “이 과정에서 유사수신행위 사기 구조적으로 자금세탁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형중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정부는 암호화폐 거래는 규제하되 금지나 폐쇄 같은 접근법은 지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구분하려고 하지 말고 블록체인을 포함하는 암호화폐의 R&D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금융으로서 암호화폐는 금융위원회가 담당하면 진흥과 규제가 균형을 이뤄 최선의 정책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날 토론회 참가자들은 거래실명제 시행과 거래 규모에 따른 해외 송금 허용, 자금결제법 제정, 가상통화 거래소에 최고정보보안책임자(CISO) 제도도입, 가상통화 거래소 등록제 시행 등을 주문했다.

MeCONOMY magazine February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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