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일 한국인은 일본 제국주의 정책의 역사적, 정치적 소산이다. 그런데도 권리의 주체가 되지 못하고 있으며 주류사회의 억압, 차별, 저항이 그들의 주된 키워드를 구성한다.
민족교육도 예외는 아니다. 일본인의 교육을 의무화하여 일본사회에 동화시키고자 하는 교육정책 하에서 민족교육노력은 저항운동으로 그려졌다. 여기에는 일본의 학계와 지식인층이 일본 정부의 교육정책에 반감을 가지고 주도한 민주교육운동(국민교육권론)과 조총련의 민족교육 운동이 연계를 가졌기 때문이다.
『민족교육』은 일본 전후사에서 재일 한국인의 교육적 경험을 단순히 기록한 통사가 아니다. 그렇다고 일본 제국주의의 역사적 소산인 재일 한국인이 일본 전후사(戰後史)에서 받았던 억압, 저항, 차별, 배제 등 부(負)의 역사를 강조하고자 한 것도 아니다.
저자는 “과오없는 미래를 살기 위해서는 과거가 거울이 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재일 한국인의 민족교육에서 반성할 점과 발전시켜 나가야 할 점 등을 정확하게 정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근대 제국주의 역사적 소산으로 재일 한국인이라는 일본 사회의 소수민족이 생겨났다는 사실은 일본 정부, 한국정부 모두가 그들의 현실에 긍정적 태도를 가져야 하는 이유이다.
저자는 일본 정부의 외국인 교육정책을 주된 분석의 틀로 하고 한국 정부의 역할, 재일본대한민국민단의 노력, 일본 지식인층 등의 동태 등이 민족교육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살펴보았다.
2016년은 해방되고 본격적으로 민족교육을 시작한지 70년이 된 해였다. 이 시기를 저자는 ‘황야의 70년’으로 표현한다. 그러나 저자가 생각하는 ‘황야’는 “비바람을 막아주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곳만은 아니었지만 2017년은 부(負)의 연쇄가 단절되고 새로운 미래로 출발하는 스타트라인”이 되어야 하며 그 가능성을 찾는 것이 이 책의 의도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민족교육』은 재일 한국인의 민족교육을 ‘교육적’ 시각에서 기술하였다는 독창성이 있다. 교육은 인간의 정신적, 문화적 활동인데 정치적, 사상적인 관점에서 교육을 보는 것은 교육의 중립성을 해치는 일이므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그 대신에 정치적으로 분열되어 있는 재일 한국인의 미래를 교육에서 찾아야 하며, 그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저자는 보고 있다. 일본의 행정제도와 교육을 현지에서 연구한 저자의 역사적, 학교제도사적 시점은 학술서로서 중요한 의의가 있지만 청소년을 포함한 일반인도 일본에 관한 유익한 정보를 얻을 가치가 있는 교양서이기도 하다.
저자 김상규는 도호쿠대학에서 공공법정책, 와세다대학에서 교육제도를 연구하였다. 『교육학연구』 등에 교육제도와 비교정책에 관한 논문 등을 발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