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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욕망의 가시’ 펴낸 김유미 작가

“제 소설이 한편의 영화 같은 책 이래요”


손에 쥐면 술술 잘 읽힌다는 “욕망의 가시”는 작가 김유미의 장편소설이다. 멜로로 시작되었다가 스릴러로 끝나는 줄거리의 전개 때문에 로맨스소설로 분류하기도, 그렇다고 추리소설로 분류하기도 애매한 소설이다. 지난 5월18일 우여곡절 끝에 출판사와 계약을 맺고 출간한 ‘욕망의 가시’ 저자 김유미 작가를 만났다.


“빵을 얻기 위해서 처절하게 그린 그림이 명작을 되듯이 나는 빵을 얻기 위해서 글을 썼다. 수중에 한 푼도 남아있지 않을 때 밤마다 눈물겨운 사투를 벌였다. 첫 시작과 끝은 2년이란 세월을 훌쩍 건너뛰어 버렸다. 긴긴 시간을 처절하게 고독과 싸우면서 이겨낸 승리는 두 권의 책으로 잉태되었다.” 김유미 작가가 죽지 않으려고 매일 밤 고독과 사투를 벌이며 써 내려간 그의 소설 ‘욕망의 가시’는 두달 반 만에 두 권의 장편소설로 탄생했다.


일찍이 미국으로 건너가 공부한 이력은 순탄하지 않았던 그의 과거와 맞닥뜨린다. 대학교 2학년 때 운동권에서 활동하다 서대문 구치소에 수감됐다. 2달 만에 집행유예로 풀려난 그에게 세상은 관대하지 않았다. 아버지가 경찰출신이라 손을 써서 나오긴 했는데 학교에 가니까 변절자가 되어 있었다. 같이 대모를 했던 친구들은 구속되어 있는 상태라 그 누구와 대화할 상대도 없었다. 운동권으로 갈 수도, 그렇다고 학교로 돌아갈 수도 없는 상태에서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유학이었다. 원치 않았던 유학생활, 거기서 그는 한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드라마틱한 그의 인생은 자신의 소설 ‘욕망의 가시’에서 되살아 났다. 작가의 삶을 모티브로 한 작품 속에서 주인공유한과 여주인공 윤정의 과거 배경은 곧 자신의 과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Q. 소설가로 언제 등단하신 건가요?


A. 저는 25년간 기업에서 인사관리, 재무관리, 전력기획파트 분야 등을 두루 경험했어요. 그러다 4년 전 직장을 그만 둔 후에는 평소 쓰고 싶었던 소설을 쓰기 시작했죠. 처음에는 등단을 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등단하지 않고 글을 쓰게 되면 무명작가가 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할 수 없이 등단했죠. 사실 ‘욕망의 가시’는 SNS를 통해서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에요. 직장을 그만 두고 집에서 쉬면서 2년 전부터 짬짬이 글을 써온 것인데 심심해서 제가 운영하는 카페에다 한 단락씩 잘라서 올렸거든요. 카페회원이 1천700명 정도 되는데 반응이 아주 좋았죠. 소설 앞부분에 야한 장면도 나오고 하다 보니까 특히 남자회원들이 좋아했어요. ‘계속 썼으면 좋겠다’는 응원의 메시지도 많았고요.(웃음) 그래서 용기를 내서 완성시킨 거죠. 제가 소설을 쓰려고 한 것은 사회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글을 쓸 자양분이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물론 글을 쓸 때 경험만 가지고는 쓸 수만은 없겠지만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해 심리묘사라든가 이런 것들에 대해서는 디테일하게 묘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Q. 소설을 쓸 때 모티브는 어디서 얻나요?


A. 실제 있었음직한 사실이죠. 저는 형식적이거나 조형적인 게 싫어요. 제 소설 ‘흔들리지 않은 억새처럼’ 은 80년대 부산이 배경이죠. 주인공은 시골에서 태어난 시골소녀인데 중학교를 졸업하고 부산으로 상경해서 신발공장에 취직하게 돼요. 거기서 겪는 파란만장한 삶을 다루고 내용인데 어떤 분이 그러더라고요. 하고 많은 공장 중에 왜 하필 신발공장이냐고. 제가 부산출신이잖아요. 당시 부산에는 신발공장이 상당히 많았어요. 신발공장에서 일하면서 학교에 다니던 산업체학교에는 대부분이 여학생들이었죠. 그녀들은 아침에는 출근하여 일을 하고 저녁이 되면 학교에 가서 공부를 했어요. 제가 컨설팅회사에 근무할 때 상담업무를 많이 했는데 이 여성들과도 상담을 많이 했죠. 그들의 애환을 많이 듣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소재로 쓰게 된 것 같아요.


저는 글을 쓸 때 모티브나 플롯을 미리 정하지 않아요. 아무 생각 없이 노트북에 앉아서 한 페이지 분량의 내용을 써 본 다음에 그 안에서 제목을 뽑아 내고 전개해 나갈 건지를 정리해요. 그런 다음에 약간의 스릴러를 가미해 뒷장이 자연스럽게 넘겨지도록 흥미를 당기죠. 제 작품 ‘불타는 태양’은 ‘흔들리지 않은 억새처럼’을 간추린 내용인데 A4용지 12페이지 정도 되는 아주 짧은 단편이에요. 이 소설은 마무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제 또래의 여성들의 삶이 암울하면 슬플 것 같아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했죠.


잠깐 소개하자면 소설 속 주인공은 충청도 보령에서 친구 둘과 함께 부산으로 내려와 신발공장에서 일하죠. 공부를 잘 해서 회사에서 인정받아 품질관리과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던 주인공은 대학에 붙으면서 회사의 관심을 받게 되고 회사는 그녀를 수출부로 옮겨서 근무하게 만들죠. 그러던 중 그녀의 고향친구 중 하나가 생산부서 재단사로 일하는 남자한테 강간을 당하면서 분신자살을 하는 사건이 발생해요. 당시는 여공에 대한 인권이 없어서 어디에 억울함을 호소할 곳도 없었죠. 친구의 죽음에 격분한 주인공은 여성들에게 노조를 만들자고 선동하지만 회사가 노조는 만들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방해공작을 펴면서 실패를 하고 회사에서 쫓겨나죠. 이후 주인공은 악마의 소굴로 빠지게 되고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가게 되는 내용이에요.


Q. 현실감을 중요시 하는 거네요.


A. 저는 글을 쓸 때 하나의 회사를 지정해 놓고 내용을 전개해 나가요. 상호는 바꾸더라도 지정한 그 회사가 어디에 있으며 주변에는 무엇이 있는지를 조사해요. 심지어 회사를 경영하는 대표의 경영철학은 어떤지 까지요. 제 소설 중에 삼일화학이라고 나오는데 그 공장을 다닌 사람은 이 공장이 어딘지 알 정도로 세밀하게 묘사해요. 그렇지 않으면 현실감이 떨어지거든요. 제가 무협지를 싫어하는 건 현실감이 없어서예요. 소설은 세상에 있음직한 일을 세밀하게 묘사해줘야 감동이 가거든요. 문학성이 아무리 좋아도 독자가 읽어주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에 많은 작가들이 상업성을 가미하는데 그러면 안 된다고 봐요.


제 소설은 스토리텔링 위주 소설이에요. 단편소설은 문장위주로 가는 게 맞죠. 고급스러운 문체를 써서 자신의 지식을 표현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장편소설을 문장위주로 쓰게 되면 반드시 한계가 와요. 독자의 입장에서도 문장위주 소설은 지루해지죠. 인문서적 같이 딱딱함을 느끼니까요. 게다가 문장위주의 소설은 작가의 사상을 주입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어요. 반면에 스토리텔링 위주의 소설은 작가의 생각보다는 주인공을 먼저 생각해서 한편의 영화나 드라마처럼 흥미롭게 하죠. 제 소설을 읽는 분들이 책장이 잘 넘어가니까 하루에 100페이지 정도는 거뜬히 넘길 수 있다고 해요.


Q. 작가로서 표절이 가장 예민할 텐데요.


A. 제가 의도적으로 남의 글을 안 보려고 하는 이유도 바로 그 부분이에요. 저만의 문체를 가져가려는 거죠. 책을 보면서 머릿속에 스스로 편집시켰다가 필요할 때 끄집어내서 쓰는 것처럼 글을 쓰다 보면 그런 경우가 생겨요. 저는 표절은 있는 자들의 만행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우리 사회에서 표절이 가장 많은 게 논문인데 없는 사람들은 표절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잖아요. 최근 이름만 되면 알만한 소설가의 표절이 문제가 됐잖아요. 글을 쓰다가 막힌 다고 해서 남의 글을 가져오는 건 작가의 양심을 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Q. 네 번째 작품을 쓰고 계신다고 들었어요. 소개해주세요.


A. 제목이 ‘미친 여자’에요 사랑하는 남자에게 배신당하고 결혼해서는 남편에게 이용당하고 철저하게 불행한 여자죠. 이 여자가 결국 살인마가 돼서 자기비수를 꼽은 사람들을 하나하나 죽이는데 그 여자를 추적하는 남자가 있어요. 광역수사대 형사인데 과거의 남자죠. 형사가 아무리 여자를 쫓지만 잡질 못해요. 이 남자는 자신이 여자를 그렇게 만들었다는 것을 알고 여자를 밀항시키려고 하지만 이 또한 쉽지 않죠. 이 소설의 모티브는 세상을 살면서 겪은 산전수전 공중전의 산물이에요. 어쩌면 제가 겪은 삶에 대한 배신감인지 모르죠. 총 180페이지 분량 중 50페이지 정도를 썼는데 천천히 써서 연말쯤 마무리할까 생각 중이에요.


Q.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나요.


A. 이번 작품이 마무리 되고 나면 소설 창작 동아리를 만들까 생각하고 있어요. 기본 골격은 만들어 놨는데 제가 글을 쓰면서 하나씩 터득했던 걸 알려 주고 싶어요. 제가 요즘 한국문인협회 소설 창작 반에 나가는데 여기는 등단하지 않은 사람들이 나와서 배우는 곳이죠. 저는 그냥 놀러가요. 매주 나오는 분들 보니까 15명 정도 되는데 거기서 하는 거라고는 고작해야 남들이 써 놓은 글을 첨삭해주는 게 전부더라고요. 저는 정말로 소설을 쓰는 기법을 알려주고 싶어요. 글을 쓰는 스킬과 플롯은 어떻게 짜고 대화 묘사는 어떻게 하는지...얼마 전에 서점에가서 책을 하나 샀어요. 4권짜리인데 이 책만 보면 누구든 처음부터 끝까지 소설을 쓸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그걸 다 읽고 소화를 시키는데 2년 정도 걸리지 않을까 싶어요. 그걸 토대로 교육을 받는다면 소설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해요.


Q. 작가로서 꼭 써보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A. 제가 쓰고자 하는 소설은 지루하지 않은 소설이에요. 문학전공이 아닌 경영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문학적 문체는 떨어질 수 있어요. 그래서 유식한 척하지 않고 재미있는 소설을 쓰려고 해요. 다양한 경험이 있으니까 그런 면을 부각시키면 책장이 잘 넘어가는 그런 책이 될 거라고 믿어요. 그런 다음에 필력이 더 쌓이고 나면 10부작 대하소설을 쓰고 싶어요. 지금까지 대하소설들을 보면 대부분이 승자위주의 소설인데 저는 패자위주의 글을 써보고 싶어요. 물론 자료가 많지 않아 픽션이 많이 가미가 되어야겠지만 감동은 충분히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어릴 적부터 조금 특별했어요. 학교에서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물으면 계백장군이라고 했어요. 왜 계백이냐고 물으면 그 사람의 충절이라고 말했죠. 의자왕한테 철저하게 배척 당해 오다가 백제가 멸망하기 직전에 계백장군을 다시 부르거든요. 배척 당했을 때 그 과정을 어떻게 살았을까 그게 궁금하더라고요. 또 전장으로 나가면서 처 자식을 죽이는 그 심정은 어땠을까? 그걸 리얼하게 묘사해 보고 싶어요. 앞으로 자료수집을 시작하게 되면 3년~5년 정도면 완성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물론 대하소설을 쓰면서 중간 중간에 단행본도 쓰죠. 그렇지 않으면 작가도 지루하니까요. 현대소설을 쓰다 역사물이 틀린데 가능하겠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는데 시대가 언제든 간에 사람에 대한 심리묘사는 동일하다고 봐요. 그 느낌과 감정은 세월이 흐른다고 달라지지 않거든요.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김유미 작가는 어릴 적부터 몸이 안 좋았다. 그래서 늘 집안에서 골치 덩어리였다. 중학교 때는 목소리가 완전히 가서 나오지 않은 바람에 성대 결절 수술을 받았다. 한창 예민했던 청소년기라 콤플렉스로 작용했다. 지금도 그 버릇 때문에 모르는 사람과 대화하는 것 자체를 꺼린다는 그는 자신에게 글을 쓰는 달란트가 남아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한다. 그리고 말한다. “신은 나에게 글을 쓰는 달란트를 예전에 주셨지만 나는 4반세기를 지나고 나서 이제야 발견했다. 굶주림 끝에 찾은 젖줄처럼…… 나에게서 솟아나는 이야기의 샘물은 고갈될 줄 모르는 오아시스로 남아있다.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MeCONOMY Magazine September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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