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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새 자동차 구입시 바로 등록하지 말고 임시번호판 달아야


지난달 본지에는 새로 산 자동차의 쏠림현상이 심해 해당 자동차회사에 서비스를 요청했으나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민원이 제기됐다. 이에 본지에서는 소비자보호원 및 국내의 자동차회사 서비스센터와 사설로 운영되고 있는 1급공업사 등을 찾아다니며 민원인의 자동차결함에 대해 취재했다.


어린 시절 초등학교 앞 문방구에서 누구나 한번 해봤을 법한 게 있다. 바로 ‘뽑기’다. 꽝이 나오면 위로랍시고 사탕 하나를 주거나 하는 게임인데 어른이 돼서도 이 ‘뽑기’는 계속해야 하는 모양이다. 강철수(33, 가명)씨는 올해 결혼을 앞두고 지난 1월 말 4천만원 정도를 주고 자동차를 구입했다. 손수 돈을 모아 자동차를 구입한 것이 처음인 강씨는 설레는 마음으로 차량을 인수하고 운행했는데 4일쯤 됐을 때 차가 오른쪽으로 쏠린다는 걸 느꼈다.


주행 중 속도가 시속이 60km를 넘어서면 쏠림현상은 더해져 핸들을 놓으면 1~2초 만에 차선이 변경될 정도였다. 생명의 위험을 느낀 강씨는 해당 자동차회사의 서비스센터에 수리를 의뢰했다. 그러나 이러한 쏠림현상은 수리를 받아도 마찬가지였고 이후에도 강씨는 4차례나 수리를 받아야 했다. 강씨가 황당해 하는 것은 새 차를 구입하고 나서 제대로 타보지도 못한 상태에서 새 자동차가 4번이나 서비스센터에 들어갔지만 전혀 증상이 나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더욱이 4번째로 수리를 받으러 서비스센터에 들어간 날 오전 “차량 쏠림이 확인됐다”며 “점심시간 이후에 수리를 해 주겠다던 정비사가 시운전을 해보더니 이상이 없어 고칠 게 없다고 말을 바꾸는 등 안일하게 대처하는 모습은 소비자를 우롱하는 처사로밖에 이해되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사설 수리업체에 가서 수리를 받고 나서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았다”며 “사설업체 정비사가 하는 말이 새 차를 100점으로 봤을 때 내 차는 80점 정도이며 나머지 20%는 결함인 것 같다고 했는데 이게 말이 되냐”고 반문했다.


이 사건은 자동차에 결함이 있는 건 분명한데 자동차를 만든 회사는 중대한 결함이 아니라고 배짱을 부리고 수리업체들은 거기에 합세해서 말을 바꿔가며 시간을 끌고 있는 사이 소비자는 엄청난 스트레스로 병이 생길 지경에 이르고 있다. 취재원을 만나 강씨는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며 “차를 팔 때는 그렇게 친절할 수가 없는데 팔고 나니 나 몰라라 하는 자동차회사를 상대로 차의 결함을 아무리 얘기해봤자 벽에다 대고 혼자 떠드는 격”이라고 자신의 심경을 토로했다.


현재 강씨는 소비자원에 피해사례를 접수한 상태며 해당 자동차회사에 환불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대학의 자동차학과 교수들을 대상으로 자문을 구하고 있다. 본지는 민원인이 제기한 내용에 대해 다양한 경로를 열어 두고 취재를 해왔지만, 강씨가 전문가들에게 요청해 놓은 의견수렴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다 보다 더 디테일한 취재를 통해 다음호에 실을 예정이다.


자동차 시동 꺼짐 반복 발생해도 교환이나 환급은 미미


그렇다면 자동차에 대한 민원사례가 얼마나 될까? 사실 강씨의 사례와 같이 새로 산 자동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민원은 하루 이틀 얘기가 아니다. 수시로 터져 나오는 자동차 관련 문제를 보면 신차에 배기가스 혼입 문제, 엔진룸 누수 현상, 시동 꺼짐 등의 결함이 다양하다. 지난해 12월 한국소비자원은 차량의 시동꺼짐에 관해 교환이나 환급 등 조치가 미진하다면서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한국소비자원의 위해감시시스템(CISS)에 접수된 ‘자동차 시동 꺼짐’ 관련 사례는 총 702건에 이른다. 702건을 분석한 결과, 국내 제작사의 경우 기아자동차가 243건으로 가장 많았고, 현대자동차 186건, 한국GM자동차 116건, 르노삼성자동차 79건, 쌍용자동차 14건이었다. 수입차는 BMW가 15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Volkswagen 14건, Mercedes-Benz 9건, Chrysler, Jaguar, Land Rover, Volvo 각 5건, Audi, Ford 각 4건 등의 순이었다. 시동 꺼짐 현상이 최초 발생한 주행거리는 1만km 미만이 202건(28.8%)으로 가장 많았으며, 1만km이상 2만km이하 96건(13.7%), 2만km 이상 3만km 미만 59건(8.4%) 순으로 나타났다.


한편 시동 꺼짐 사례 702건 중 정비이력이 존재하는 483대에 대한 분석 결과, 총 수리횟수는 1천120회였으며, 정비부위는 ‘전자계통’이 40.9%(458회)로 가장 많았고, ‘연료계통’ 32.7%(366회), ‘전기계통’ 18.2%(204회), ‘엔진계통’ 6.2%(70회) 등의 순이었다. 또한 시동꺼짐 사례자 12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보니, 최초로 시동 꺼짐이 발생한 시기는 ‘출고 2년 미만’이 56.2%(72건)로 가장 많았다. 또 발생 장소는 시내도로 및 고속도로 등 ‘도로’주행 중 발생한 경우가 79.0%(101건)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은 시동 꺼짐 현상으로 인한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자동차 제조사와 수입사에 철저한 품질관리와 A/S의 개선을 요구하고, 정부에는 반복되는 시동꺼짐 등을 포함한 자동차 중대결함에 대해 피해보상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개선할 것을 건의했다.



소비자가 결함을 증명해야 하는 구조


자동차 결함과 관련해 이와 같이 교환·환불이 발생하는 데도 원만한 해결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법과 제도상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소비자가 자동차 하자와 관련해 하소연 할 곳이라고는 한국소비자원(이하 소비자원)밖에 없고 소비자원의 분쟁해결기준은 이에 반해 아주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차량 구입일로부터 1개월 이내에 주행 및 안전과 관련해 중대한 결함이 2회 이상, 또는 1년 이내에 4회 이상 발생하면 교환·환불을 해주도록 돼 있다.


하지만 분쟁조정기구인 소비자원에서 교환·환불 결정을 내려도 법적 강제사항이 아니라 제조사에서 무시하면 그뿐이다. 국토교통부에서도 산하 교통안전공단에 자동차결함신고센터를 운영해 신고를 받고 있지만 신고인의 개별사안에 대해서는 중재(조정)역할의 법적 권한은 없다. 신고사례가 많아지면 정부기관 주도로 제조사와 합동 조사를 벌여 원인을 찾아 제조사 자체 결함이 밝혀진다면 리콜명령을 내릴 뿐이다. 소송으로 가도 소비자에게 불리한 건 마찬가지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과 교수는 “미국이나 EU 등의 국가에서는 제조사측이 결함이 없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지만, 우리나라는 소비자가 차량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하는 구조로 돼있다”고 지적했다. 혹여 제조사가 패소하더라도 보상적 보상체계로 돼 있는 우리 현실상 결국 회사는 손해 볼 것이 없는 것이 현행 우리 제도라는 설명이다.


중국도 ‘삼포법’ 있어


해외는 어떨까 강제성이 없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기대고 있는 우리와 달리 미국과 EU 등 선진국들은 자동차 결함에 의한 교환 및 환불에 대해 법적으로 강제성을 갖고 운전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이에 더해 미국은 징벌적 보상제도를 가지고 있어 회사가 패소하게 될 경우 피해액에 수십 배, 수백 배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한다. 도요다가 2010년 급발진에 늦장 대응으로 벌금만 우리 돈으로 1조를 넘는 액수를 부과 받은 것이 그 예다.


미국은 일명 ‘레몬법’이라고 해 1975년 제정된 소비자 보호법이 있다. 자동차나 전자제품을 산 소비자를 불량품으로부터 보호하고자 만든 법이다. 레몬법의 어원은 오렌지인줄 알고 구입했는데 집에 와보니 오렌지를 닮은 레몬이었다는 데서 유래한다. 자동차와 관련해서 ▲신차결함 발생 시 약 2만9천㎞나 18개월이 되기 전에 운행 시 사망이나 중상해를 초래할 수 있는 하자가 2회 이상 발생 ▲일반 고장으로 4번 이상 수리를 받았지만, 다시 문제가 발생한 경우 ▲수리기간이 30일을 넘을 때는 차량 교환이나 환불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드시 지켜야 하는 강제 사항이다. 구매 시 차량 가격에다 세금 등 기타 비용까지 반영해 교환 받을 수 있고, 환불 시에는 수리비용 등 부대비용까지 돌려 받을 수 있다.


또 주마다 다르지만, 구매가의 2배를 보상하는 것과 더불어 법정소송비까지 물게 하는 곳도 있다. 이 법을 도입할 때는 과도한 부담을 이유로 자동차 회사들이 극심하게 반대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결국 이 법은 소비자 보호와 함께 미국 자동차산업 발전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미국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자발적으로 리콜을 하는 등 선순환 구조가 자리 잡았다.


멀리 유럽까지 가지 않더라도 자동차 산업이 이제 시작이라 볼 수 있는 중국도 있다. 2013년 일명 ‘삼포법’을 시행했다. ‘수리·교체·반품을 책임진다’는 뜻이다. 자동차 결함으로 고장이 발생하는 경우 판매자는 법이 정한 서비스를 해야 한다. 고객들은 차량 구매 후 60일(3000km)이내에 주요 부품에 결함이 발생하면 차량을 무상교환 할 수 있고, 2년(5만km) 이내에는 교환 및 반품, 3년(6만km)이내에는 무료수리를 받을 수 있다. 자동차산업은 이제 시작이지만 법 제도만큼은 우리보다 선진국이다.



한국판 ‘레몬법’은 언제


우리나라도 소비자 보호를 위해 법개정 추진을 안한 것은 아니다. 지난 2013년 정우택 새누리당 위원은 자동차 주요 장치나 부품에 중대한 고장이 3회 이상 반복될 경우 교환·환불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방안을 담은 ‘자동차관리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개정 법률안에는 자동차에 중대한 결함이 발생할 경우 차 소유자가 국토부장관에게 직접 조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자동차 관련 주무부처인 국토부 장관이 자동차 회사 등에 신차 교환··환불 등 필요조치를 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률 개정안을 보면 원동기 등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주요장치나 부품에 주행 및 안전도 등 관련 고장이 발생해 이를 3회 이상 수리하고도 재발하는 경우 등 중대 하자발생 시 자동차소유자가 국토부 장관에게 조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경우 장관은 전문기관인 성능시험대행자에게 그 자동차나 자동차부품의 중대하자에 대해 조사하게 할 수 있다.


또 조사결과 자동차 회사의 고의나 과실로 인한 중대하자가 인정되는 경우 국토부장관은 자동차제작자 등에게 자동차나 자동차부품의 교환·환불 등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다. 성능시험대행자도 필요한 경우 제작결함에 관한 조사를 실시할 것을 국토부 장관에게 건의할 수 있다. 또 자동차의 안전·하자 등에 관한 사항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도 들어가 있다. 당초 국토교통위는 이 법안을 바로 심사하기로 했으나 관련 이익 단체 등 이견이 많아 사전 공청회를 개최키로 한 바 있다. 그러나 흐지부지되면서 아직도 이 법안은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 인수 시 소비자가 체크해야 될 점은?


앞에 언급한 것과 같은 상황이라면 소비자는 차량을 구입하고 나서 인수할 때 최대한 차량 검수를 꼼꼼히 해야 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차량을 등록하는 것보다 단 며칠이라도 임시번호판을 달고 운행해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그 이유는 그나마 임시번호판 차량은 소유권이 구매자가 아닌 차량 제조사에 있고 취득세 등 각종 세금을 납부하지 않은 상태라 차량 결함 시 환불 교환이 상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출고 시부터 정식번호판을 부착할 경우 결함을 발견해도 교환 환불할 경우 각종 세금 환급 절차가 복잡하고 비용이 커져 자동차업체들도 그만큼 위험부담을 지게 된다는 점을
명심하자.


MeCONOMY Magazine May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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