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 7일부터 15일까지 서울에서 열린 동성애 축제를 두고 네티즌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동성애를 인정하지 않는 시민들은 동성애 축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행사가 열리는 기간 중 3만 명의 인파가 몰려서 동성애자에 대한 인식이 무조건 차별적이고 배타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
동성애자와 관련된 단어들을 역사적으로 본다면 ‘호모섹슈얼’인 단어에서부터 출발한다. 다음으로 ‘게이’로 바뀐 후 ‘게이/레즈비언/인터섹슈얼’로 바뀌다가 마지막으로 ‘퀴어(성적 소수자)’로 발전한다.
여기서 말하는 호모섹슈얼은 의학적인 용어에서 출발했지만 동성애자를 비하하는 말로 많이 쓰였다. 또 게이는 영어의 비속어로 ‘기쁨’이라는 뜻을 의미하는데 주로 자기 자신을 긍정하는 의미라서 동성애자라면 게이와 레즈비언을 가리지 않으며 모두를 지칭한다.
‘레즈비언’이라는 단어의 시작은 게이 포르노 중에서 여성들만 등장하는 것을 따로 추려내기 위함이었는데 스스로를 낮추는 의미의 용어였다. 해외에서는 레즈비언이라는 단어를 포르노물에만 쓰는데 평소에는 동성애자를 남녀 상관없이 모두 게이라고 부른다. ‘인터섹슈얼’은 임신 중 어떤 문제로 인해 남녀의 생식기를 모두 갖추게 되거나 불완전한 생식기를 갖춘 사람을 가리키는데 태아가 성별을 스스로 선택하기 이전에 부모와 의사가 성별을 결정짓는 수술을 미리 해버려 동성애자가 된다. ‘퀴어(quierer)’란 기쁨을 뜻하는 스페인어인데 신이 원한다는 뜻을 지닌다. 최근 성적소수자 모두를 칭하는 단어로 쓰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동성애자는 선천적으로 타고 난다’, ‘후천적으로 형성되는 경우가 있다’라는 주장들이 있지만 확실한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와 더불어 또 하나의 ‘양성애자 70%, 동성애자 20%’란 설도 있다. 그러나 이 또한 확실하지 않다.
성별 특성 따라 동성애도 달라
흔히 우리는 동성애라고 하면 남성끼리의 사랑을 의미하는 용어로 생각하지만 게이의 성적 취향과 사랑법은 이성애자 중 남성적 성격과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 남성 동성애자인 경우 남성의 특성상 육체적 쾌락과 만족을 갖는 관계가 중요하지만, 여성 동성애자는 여성의 특성상 정서적 만족과 정신적 관계를 중요하게 여긴다. 다만 전자는 성적 선호도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성적 쾌락에 중점을 두고 시각적 유인조건(외형, 신체, 연령)등에 민감하다. 반면, 후자는 정서적 교류와 정신적 교감 등에 민감한 편이다.
게이의 시발점은 섹스의 첫 경험과 쾌락의 대상이 남성이었던 것에 기인하여 심리적 거부감을 갖지 않는 잠재적 동성애자를 찾는다는데 원인을 들 수 있다. 또 여성에게서의 심한 모욕감, 자존심과 상처, 여성 신체에 대한 거부감 등의 여성 혐오의 문제를 갖고 있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호기심에 의한 경험에 의해 큰 자극과 쾌락을 가져 인식의 변화가 생겼을 가능성이 크다. 즉, 사랑과 애정을 공유하는 남녀 간의 섹스에서 콤플렉스를 가진 경우에는 심리적인 콤플렉스와 더불어 일부 육체, 나이, 환경적 콤플렉스가 원인이 되는 것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심윤정 (26, 대학생)씨는 “여성에게서 받은 자존감의 상처와 남자와 같이 살았을 때 느끼는 묘한 감정, 남자와의 스킨십에 설레는 감정 등으로 자신이 정말 게이일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속마음을 털어 놓기도 했다.
동성애자들의 ‘퀴어문화축제’
국내에서는 지난 6월 7일부터 15일까지 동성애자들의 축제인 ‘퀴어문화축제(Korea Queer Culture Festival)’가 열렸다. 이 축제는 동성애자, 양성애자, 트랜스젠더를 모두 포괄하는 성적 소수자를 위한 축제였는데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부터 매년 6월에 개최되어 오고 있다. 15주년을 맞은 이번 축제는 신촌에서 퍼레이드와 함께 각종 행사로 이어졌다.
최근 세월호 사건과 군 총기 사건 등으로 인해 나라 전체의 분위기가 좋지 않은 데도 불구하고 이 행사가 열리는 기간 중 가장 큰 대규모인 3만 명의 인파가 몰렸다. 그만큼 동성애자의 인권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이번 행사에는 일반인들의 참여도 많았는데 그만큼 동성애자에 대한 인식이 무조건적으로 차별, 배타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행사당일 동성애자인권연대와 청소년 성적 소수자를 보호하는 단체 등은 성소수자에 관련된 내용을 알리고 행사장에 비치된 부스들에서 홍보 책자를 나눠주는 등 이벤트를 벌였으며 거리 공연도 함께 진행됐다.
한편, 이날 행사는 개최 전 보수 기독교 단체들의 항의로 인해 축제가 취소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축제의 꽃이라 불리는 카퍼레이드 과정에서 기독교단체와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들이 경로를 차단하여 행사가 중단되었고 경찰이 진입하는 등의 소란이 발생한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일부 부상자도 발생했다. 반대세력들 또한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모 콘서트’라는 이름 아래 문화공연을 열었는데 축제를 반대하는 지역민과 인근 대학생과 교회 교인 등 1만 5천여 명이 참여하기도 했다. 이들은 세월호 사건 애도기간에 동성애 축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하며 카퍼레이드는 동성애자들의 성적 행위를 보여주고 과시하기 위한 퍼포먼스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사랑과 연애, 그리고 소수자 인권 보호
그렇다면 동성애자의 사랑과 연애가 이성 간 사랑과 연애와는 사전적으로 어떻게 다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포털 검색창에 사랑을 넣으면 ①어떤 상대를 애틋하게 그리워하고 열렬히 좋아하는 마음 ②어떤 상대의 매력에 끌려 열렬히 그리워하거나 좋아하는 마음 ③남을 돕고 이해하려는 마음 ④ 어떤 사물이나 대상을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이라고 정의돼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국립국어원에서는 사랑의 사전적 의미에서 동성애를 배제하고 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검색창에 사랑을 넣으면 ①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 또는 그런 일. ②어떤 사물이나 대상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거나 즐기는 마음. 또는 그런 일. ③남을 이해하고 돕는 마음. 또는 그런 일. ④ 남녀 간에 그리워하거나 좋아하는 마음. 또는 그런 일.이라고 정의돼 있음을 볼 수 있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사랑은 이성애에 한한다. 이성애의 사전적인 정의는 이성 간의 사랑. 또는 이성에 대한 사랑이다. 반면 동성애의 사전적인 정의는 동성 간의 사랑. 또는 동성에 대한 사랑으로 동성연애와 유의어이다. 그러나 연애(戀愛) 역시 남녀가 서로 그리워하고 사랑함으로 정의함으로써 이성애에 한한다.
이러한 국립국어원의 정의는 지난 2012년 동성애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사랑을 정의했다가 보수단체의 반발로 인해 다시 동성애를 인정하지 않는 방향으로 입장을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기독교단체나 어버이연합과 같은 보수단체들은 전통적으로 남성인 아담과 여성인 이브가 만나 사랑을 했고 남성인 아버지와 여성인 어머니가 만나 가정을 이루듯이 이성애라는 전통적인 사랑의 개념을 지키고 싶어한다.
고전적인 문학작품에 등장하는 사랑은 대체로 남성과 여성이 서로의 매력에 이끌려 첫눈에 반하는 운명적인 사랑을 묘사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성경에 나오는 사랑은 용서를 전제로 한 종교적인 사랑이다. 아무리 현대사회에 살고 있다고는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도 동성애에는 익숙하지 못하다.
반면 소수자 인권 보호라는 측면에서 동성애를 인정해야 한다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외국에서는 동성혼을 인정해주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 아기를 가질 수 없으므로 입양이라는 문제가 남기도 한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서로 헤어지게 만드는 것만큼 가슴 아픈 일이 또 있을까? 사랑하는 남성과 여성을 갈라놓는 것만큼 사랑하는 남성과 남성을 갈라놓는 것이 죄악이라면 그들의 사랑도 이성애와 마찬가지로 인정해줄 수 있을지 생각해보자.
MeCONOMY Magazine July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