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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우리 회사를 전기로대학(電氣爐大學)이라고 불러주네요

(주)아전가열산업 이종석 대표이사

47년간 한 우물을 팠다면 그곳의 물은 쉼없이 샘솟아 오른다는 방증이다. 공업로(大型爐)와 달리 실험로(硏究開發爐) 분야에서 더 이상 전문가가 없다는 뜻에 붙여진 “아전가열산업은 전기로대학(電氣爐大學)”이라는 별명은 언제 들어도 싫지 않을 뿐 아니라 이종석 대표가 간직하고 싶은 자부심이다.

전기로의 국내 탄생은 이렇게 시작됐다

아전가열산업이 창업되던 1967년, 우리나라에는 전기로(電氣爐)를 생산하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국립공업시험연구원 내화물(耐火物) 시험소에 전기로가 있었지만 그것은 미국의 차관으로 들여다 사용하던 미국제품이었다.

현재의 (주)아전가열산업을 처음 설립한 분은 박춘서 사장이었다. 박 사장은 당시 국립공업시험연구원에 근무했었고 실험용 전기로를 처음 사용한 기술자였다. 어느 날, 한 대밖에 없는 전기로의 히터 열선이 끊어졌는데 교체하는데 6개월이 걸린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미국에 연락해 배편으로 열선을 들여와 고치려면 그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것이다. 지금의 이 회사 대표 이종석(67)은 박춘서 사장의 처남이다.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군 입대를 기다릴 때인데 매부로부터 긴급하게 도움 요청을 받았어요. 전기로의 열선이 끊어졌는데 간단히 고칠 방법이 없겠는가…하구요”.

물론 간단치는 않았으나 처음 본 전기로의 중요 부품인 열선을 새것으로 바꿔 놓았다. 우리나라가 이화학 분야에 점차 눈을 뜨게 되고 실험실용 용해로의 수요가 막 시작될 때, 우연히 열선을 교체한 일은 전기로 생산으로 연결되는 역사적 사건이 된 셈이었다. 박춘서 사장과 처남 이종석은 전기로 생산에 의기투합했다. 회사명은 「아전(亞田) 산업사」로 정했다. 아시아 시장을 터전으로 하자는 포부에서 지어진 이름이었다.  

용해로(溶解爐)는 고체재료를 가열하여 용해할 목적의 로(爐)로서, 가열하는 방식은 크게 반사로, 도가니로, 전기로(電氣爐), 용선로(鎔銑爐) 등 네 가지로 나누고 있다. 이 중 전기로는 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전열로 가열 · 융용하는 로인데, 연소실(燃燒室) 및 연소용 공기가 필요 없고 배기가스에 의한 열량 손실도 없으며 온도조절이 쉽기 때문에 점차 사용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팔기 위한 물건이 아니라 내가 쓰고 싶은 제품을 만든다

회사 설립 초기의 한국은 전기로를 필요로 하는 연구소와 대학이 많지 않았던 시대였다.

어쩌다 필요하다 해도 외국에서 수입해서 사용하면 되니 굳이 국내 제품을 찾지 않아도 됐다.

“저는 지금도 변치 않는 생각이, 팔기 위해 물건을 만들지 않고 내가 쓰고 싶은 제품을 만든다고 얘기합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필요한 물건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신념이 있어요”

이종석 대표의 장인정신에서 만들어진 물건다운 물건을, 고장이 발생해도 수리가 신속하게 이루어지는 제품을 필요로 하는 곳이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했다.

연탄을 주연료로 쓰던 시절의 연탄공장은 ‘아전’에게는 귀한 고객이었다. 탄 가루를 전기로에 넣어 가열한 후, 열량을 측정하고 연탄재가 어떻게 남는지를 알아보는 ‘열량분석기’로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대덕연구단지, 창원공단 등을 지금은 기술산업의 메카로 누구나 인정하지만 당시는 그곳에 단지가 조성되지 않았었다. 간간이 들어선 연구소를 상대로 실험용 국산 전기로를 최초로 제작 판매했다는 기록은 이종석 대표의 역사로만 남아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그것은 엄연한 역사이니 괜찮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1970년대 초반의 전기용해로는 섭씨 1,000도 이하로 가열되는 제품만 있었다. 그러나, 아전산업은 70년 중반에 이미 1,800도의 고열을 실현했다. 하루가 다르게 온도를 높여나가는 기술개발은 발열체와 단열재의 개량을 통해 가능해졌다.

회사 설립 후 22년 만인 1989년에 와서야 주식회사로 전환됐다. 필요한 곳으로부터 주문받아 제품을 만드는 데만 신경을 썼지, 회사를 꾸려 나가는 기업인의 역할은 생각할 겨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때의 회사명은 「아전기계산업」이었다.



드디어 유망 중소기업으로 지정받아 

본격적인 궤도는 1990년대에 와서 완성되기 시작했다. 1991년부터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의 협력을 받아 초고온 전기로(電氣爐) 기술개발을 완료했다. 이 기간은 4년이 걸렸다. 1995년에는 무재해 달성 표창을 받았고, 97년에 중소기업 지위향상에 기여했다며 상을 받기도 했다. 1998년부터 3년간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전기로용 고온발열체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1999년에 드디어 전기로 부문의 Q마크를 획득했다. 이어서 2000년에는 유망 중소기업(한국전기연구원), 유망 선진기술기업(중소기업청)으로 지정받았다. 지금은 동종업계가 감히 넘보지 못할 섭씨2,800도 고열로 승부하고 있다.

현재의 회사명 (주)아전가열산업(
www.ajh.co.kr)은 2001년부터 쓰기 시작했다. 1967년부터 34년간 회사 대표로 애쓰던 매부 박춘서 사장이 세상을 떠나는 일이 생겼다. 공장을 물려받은 이종석 대표는 전기를 이용하여 가열하는 기계는 다 만들어 내겠다는 생각을 갖고 지금의 회사명으로 바꿨다. 그리하여 자신의 생각대로 원료분석, 금속열처리, 용해, 소결, 소성 등 다양한 용도의 기기를 주문받아 생산하기 시작했다.

서울 왕십리 근처인 성동구 홍익동에서 창업하고 40여 년 정들었던 곳을 떠나 지금의 남양주시 진건읍 용정리 34번지로 이전한 것은 2005년의 일이다. 공장 증설이 필요해졌고 서울 인근에서 텃밭도 가꾸며 살면 좋겠다는 생각에 부지를 물색하다가 지금의 용정산업단지에 입주한 것이다.

‘전기로대학’이라는 별명에 남양주시기업인회 회장직도 맡아   

“작업환경은 좋아졌으나 갑자기 남양주시로 옮기고 보니 직원들의 출퇴근이 힘들어졌어요. 회사에서 기숙을 할 수 있도록 방을 만들어 제공하고, 출퇴근 차량을 지원하는 등 불편을 최소화하는데 신경썼더니 지금은 재미있게 일하고 있지요”

회사의 근무 분위기를 좋게 만들어 나가는 일은 반드시 경영자만의 몫이 아니라는걸 잘 아는 아전가열산업의 직원 모두는 한 가족같이 지내는 것으로 주변에서도 알아주는 기업이다. 전기로 제작업계에서 최고라는 자부심과 용해로를 사용하는 대학 실험실과 연구소, 공업전문고교, 기업연구소 등에 한 대 이상은 아전 제품을 사용하고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직원들의 의욕을 떨어뜨리지 않는 요인 중 하나라고도 한다.

“우리 회사의 별명이 있어요. 전기로대학(電氣爐大學)이라네요.” 전기로에 대하여 필요한 지식과 정보, 기술 등을 알고 싶으면 아전가열산업과 상담하면 해결되는데 따른 칭찬의 별명이라고 한다.

서울에서 남양주로 이전한 지 오래지 않아 이종석 대표는 지역을 위한 봉사도 마다하지 않기 시작했다. 회사가 소재한 용정산업단지 용정기업인협의회 회장과 남양주市기업인회 회장을 맡게 된 것이다.

“제가 능력이 있어 선출됐다고 보지 않아요. 기업 간의 친목을 바탕으로 정보교환, 기업경영의 애로사항 공동대처 등 할 일이 많다보니 심부름꾼이 필요한데, 제가 심부름 잘하게 생겼나보지요, 뭐…”

본인은 겸손하게 표현하지만, 2010년 ‘제37회 상공의 날 표창’을 비롯, 경기도 ‘유망중소기업’에 선정되었고 경기동부상공회의소로부터 ‘지식경영 최고 CEO상’을 2년 연속 수상하기도 했다. 2011년에는 남양주시로부터 ‘지역경제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표창을 받는 등 남양주시 내에서는 성실 기업인으로 이미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주)아전가열산업의 사회적 기부행사도 빼놓을 수 없는 덕목으로 자리 잡았다. 남양주시 서부희망케어에 후원 하는 일과 서울역 근처 드림씨티 노숙자센터에 대한 기부는 이제 일상이 되었다. 자발적인 직원들의 노력 덕분에 폐지와 고철 판매금은 불우 이웃을 위해 쓰여지고 있다.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정신으로 뭉치면 회사 안팎으로 인정받는 기업이 되는 것인가?

(주)아전가열산업은 제품의 특성상 기성품을 만들지 않고 맞춤형 주문제작으로만 생산한다. 따라서 영업직의 역할은 판매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제품규격 상담이 주를 이룬다.

“매출은 필요한 만큼만 올리고 있습니다. 해외수출도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구요. 저희 회사는 30여 년 근속자가 많고 일과시간 내 근무를 원칙으로 야근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안하고 있지요. 본인이 퇴사를 원할 경우가 아니라면 회사가 먼저 나가라고 하지 않는 방침을 아직까지는 지켜나가고 있습니다.”

이종석 대표가 지금껏 한눈을 팔지 않고 열심히 살아온데는 돈을 쫓지 않고 해야 할 일을 먼저 하겠다는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털어 놓는다.



새로운 기술개발에 관심 가질 때 성취감 크다는 걸 알아

한 가족 같다는 회사의 자랑은 사실이었다. 1년에 한번은 반드시 단체 여행을 실시하고 있다. 국내여행은 10여 년 전부터 시작했으나 이제는 단체 해외여행으로 돌렸다. 한꺼번에 공장을 쉬며 떠나는 일이 쉽지 않은 결단임에도 5년 전부터 계속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복지문제를 질문해 봤다.

“직원 수가 많지는 않지만 대학 입학금 전액을 지원합니다. 직원이 체육관에 등록하여 운동을 하면 체력단련비를 지급하며, 생일에 선물을 준다거나 해외여행은 직원만 아니라 원하는 가족의 여행경비도 회사가 부담합니다. 그밖에도 주택구입 할 때 원하는 경우 무이자 융자도 해주고 있고요.”

남양주시로 이사 온 이유 중에는 밭을 일궈 필요한 채소를 나눠 먹고자 하는 것도 있었다. 무, 배추는 물론 감자, 고추, 고구마 등 주말농장 수준을 넘어 손수 가꾼 수확물을  추수할 때면 협동심이 더욱 발휘되어 농작물 수확 이상의 효과가 있음을 깨닫고 있단다.

“농사일을 통해 농부의 수고를 알았고, 자연의 오묘한 이치도 알게 된 귀중한 경험이 소중합니다.” 직원들도 같은 경험을 한 목소리로 증언한다.

47년간 한 우물을 팠다면 그곳의 물은 쉼 없이 샘솟아 오른다는 방증이다. 새로운 기술로 승부했고, 직원을 가족과 같이 여기며, 돈을 쫓기에 앞서 필요한 전문기기를 만드는 일에 매달려 온 이종석 대표는 그래서 항상 발전을 이뤘다는 만족감에 기업인으로서 여한도 없단다.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곁눈질 하지 않고 앞서 가겠습니다. 새로운 기술은 배워야만 아는 것이 아니라 영감이 떠올라야 한다는 사실도 깨우쳤습니다.”

정직한 물건을 필요한 사람의 입장에서 만들고자 하면 갑자기 개선할 부분이 영감으로 머리에 떠오르고, 만들어 보면 성공한다는 것을 믿고 있었다.

(주)아전가열산업은 3년 후 창립 50주년을 맞는다. 반세기에 걸친 전문기업 성공스토리를 갖고 있는 이종석 대표는 그때가 되면 칠순의 나이가 된다. 일할 수 있는 건강이 있고 아직도 개발할 기술이 남았기에 자신의 거취를 미리 작정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전기로에 관한 역사를 기록으로 남기면 좋겠다는 구상도 하고 있다. 전기용해로가 없던 시절부터 섭씨 2,800도 고열로를 만들어 내기까지의 역사를 자서전 형식으로 알리고 싶다는 꿈이 그에게는 있다.

최근에 재미를 붙인 자전거 트래킹으로 건강을 다져나가는 이종석 대표는, 남이 어려워하는 굳은 일을 기쁘게 참견하는 인심 좋은 사업가이기도 하다. 그가 건강을 오래 유지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 전기로가 세계에서도 일등 제품으로 평가받는 일이 아직 남았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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