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는 오는 2월 말까지 겨울철 전력위기 극복과 전력수급 안정을 위한 에너지 절약 대책을 추진하기로 하고 공공부문 난방 제한 등 동계 절약대책 이행 여부를 지속적으로 점검키로 했다. 또 문을 열고 난방 영업을 하는지의 감시를 통해 위반 시 과태료 부과 등의 지도․감독을 실시하는 한편, 가로등 격등제 실시 및 사무실 조명 절전 등을 선도적으로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이러한 가운데 무기발광체인 EL제품 출시로 ‘전기료 제로에 도전하는 기업’이라는 사훈을 걸고 있는 벤처기업이 있다. 이 업체가 내놓은 무기발광체 방식인 EL필름은 출력이 DC로 변환되는 방식이어서 전기요금을 최대 90%까지 절약이 가능하다.
이성율 대표는 “형광등이나 LED는 콘세트에 코드를 꼽는 순간 전기를 타고 들어가 불이 들어오는 방식이지만 무기발광체 방식인 EL은 콘세트에 코드는 꼽되 출력이 직류인 DC로 가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조금더 부연해 설명하면, 제품에 달려 있는 인버터(inverter /직류전력을 교류전력으로 변환하는 장치)를 통과하면서 내부에서 희토류와 충돌을 일으켜 빛을 내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이 업체가 생산한 무기발광체 EL필름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각종 박람회에 참가하면서부터였다. 지난해 7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산업안전박람회에서는 정부 관계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기도 했다. 이 대표는 “현재 국내에서 이 기술을 접목하여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업체는 한국이엘이 유일하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단점을 보완한 신기술
사실 무기발광체 EL은 몇 년 전부터 세간의 관심을 받아온 제품이다. 그러나 여러 가지 단점 때문에 제품으로 일반화 되지 못했다.
가장 큰 단점은 조도(표면 단위 면적에 비추는 빛의 양 또는 광속)가 약하다는 점이었다. 게다가 제품의 두께가 너무 두꺼워서 사용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적이고, 1m이내의 규격으로만 만들어지다 보니 큰 간판이나 인테리어에 적용하려고 했을 때 연결해서 써야 하는 불편도 뒤따랐다.
한국이엘은 이러한 단점을 모두 보완했다. 우선 무기발광체 EL필름의 조도를 상당히 높여 선명도를 확보했고, 두께를 0.5mm의 필름형태로 얇게 만들어 모든 인테리어 및 간판에 다양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했다. 필름 형태이기 때문에 각종 포스터에 사용이 가능하고 사이즈나 형상을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으며, 곡면부착도 가능하게 했다.
또 사이즈에 따라 규격을 얼마든지 맞출 수 있어 적용범위의 제한도 없어졌다. 최장 2만 시간의 수명으로 소비전력은 형광등의 약 10% 수준인 저소비전력을 확보했다.
20년 전 개발 시작
한국이엘은 2011년에 설립된 역사가 짧은 회사다. 그러나 이 업체가 탄생하기까지는 20여 년이라는 긴 연구 개발기간이 있었다.
“1994년이었던 것으로 기억나는데 한 지인이 제게 LED 분야에서 일 해보지 않겠냐고 하더라구요. 마침 LED에 관심도 있었고 해서 직장을 그만두고 이 일을 하게 됐습니다.”
이 대표가 맨 처음 연구에 참여해서 개발한 제품은 도로 교통표지판에 사용되는 광섬유였다.
“도로를 다니다 보면 제한속도 몇십 km라고 써져 있잖아요? 그걸 개발한 겁니다. 그런데 설치를 해놓고 보니까 LED에서 열이 상당히 발생하더라구요. 열 발생이 많다는 것은 수명이 짧다는 의미거든요. 그때부터 무기발광체 EL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겁니다.”
사실 무기발광체 EL에 대한 개발을 가장 먼저 시작한 나라는 독일(1937년)이다. 이후 무기발광체가 미래 유망산업이라고 알려지면서 국내에서도 여러 업체가 개발에 참여했다. 그러나 조도를 높이고 전기를 공급하는 장치 개발에 실패하면서 대부분 그만두었다. 이 업체가 무기발광체 EL필름의 조도를 올리는 데 성공하기까지는 꼬박 4년이 걸렸다.
이성율 대표는, 가장 힘들었던 때가 개발에 성공했다고 자신하고 조명을 켰는데 조도를 높이지 못했을 때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 기술은 나노공법이기 때문에 희토류 가공을 어떻게 하냐에 따라서 조도가 달라지거든요. 가령 가공이 아주 얇은 입자로 잘되면 조도가 밝게 나오고, 덩어리인 채로 나오면 조도가 떨어지게 됩니다. 거기다 ITO(Indium Tin Oxide) 필름의 개선 문제 등 난관에 부딪치는 일들이 많았어요. 지금이야 필름이나 희토류 등이 많이 개선됐고, 조도를 많이 당겨 올릴 수 있었지만 당시는 쉽지 않았죠.”
이성율 대표는 자신들의 개발기술도 문제지만 서로 연계되어 있는 기업들의 기술에 대한 업그레이드도 필요했다. 이 업체가 무기발광체 EL필름을 성공하게 된 것은 부품을 사용하는 여러 기업들의 기술이 그만큼 우수해졌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원리자체를 바꿔야 하는 동반 연구와 주재료인 희토류(형광체 분말) 종류를 모두 외국에서 수입해 오다보니 비용적인 면에서 극복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무기발광체 EL필름에는 희토류가 꼭 필요합니다. 형광등은 형광체에서 불이 들어오고 LED는 소자에서 불이 들어오지만, 무기발광체인 EL필름은 희토류를 넣은 다음에 전기를 공급해서 희토류가 자체발광을 하는 방식이기 때문이죠.”
한국이엘은 이러한 연구개발로 2011년 12월 특허를 출원하여 2013년 2월에 취득했다. 또 지난해 3월에는 ISO(경영품질인증NO9001.14001)도 취득했다.
자동차 엠블럼에 달게 되면 상당한 홍보효과
현재 한국이엘에는 5명의 연구진이 무기발광체 EL에 대해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회사를 설립하기 전 중국에서 연구를 해오던 이 대표가 국내로 들어올 때 따라온 이들이다.
“중국인이 4명, 한국인이 1명입니다. 저를 포함하면 연구원이 총 6명이 되는 거죠."
이 업체가 개발한 제품은 현재 대형 건설업체의 현장과 인테리어 업자들에게 상당히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이 대표는 향후 무기발광체 EL필름을 자동차회사에 납품을 해보려고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자동차 엠블럼(emblem)을 노출하는 데 제격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라고 했을 때 해가 져서 어두워지면 조명이 안 들어오기 때문에 신차가 나왔다고 해도 구분이 어렵거든요.무기발광체 EL필름을 부착한 다음에 자동차 브레이크나 미등에 연결하게 되면 브레이크를 밟음과 동시에 차종이 선명하게 보여 엠블럼을 뚜렷하게 노출할 수 있습니다. 또 대부분의 자동차 매장에는 신차가 출고됐다고 사진을 걸어 놓고 있는데 직원들이 퇴근한 다음에는 어두워서 노출이 어렵습니다. 무기발광체 EL필름은 각종 그림이나 사진에 입히고 연결만 해주면 선명하게 그림이나 사진이 노출됩니다.”
전 세계를 무대로 한 수출 계획
“이 제품은 초절전이라 미래 산업으로 부가가치가 상당히 높습니다. 정부 차원에서 국가정책 산업으로 밀고 가려는 움직임도 있어요. 현재 전 세계는 에너지 부족으로 난리입니다. 부족한 전기를 만들기 위해 원자력을 가동하다 보니 탄소배출이 늘고, 결국 이러한 것들이 오존층을 파괴하고 이상기온을 만들게 되는 겁니다. 깨끗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무엇보다 절전이 필요한테 저는 무기발광체 EL이 전기소모를 줄이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이성율 대표는 초절전을 바탕으로 전기료 없는 제품공급에 앞장서고자 한다는 결의를 내비쳤다.
(주)한국이엘 이성율 대표는 지난해 11월 23일, 고려대학교에서 열린 대한전자공학회 주최 추계힉술대회에서 ‘무기이엘 패널 광고장치의 제조방법에 관한 연구’ 논문을 발표했고, (사)미래창조융합협회로부터 ‘BEST 창조경제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어서 11월 28일에는 국제녹색인증평가원 그린국제대학교로부터 그린인증 합격증을 받았다.
한편, 지난해 12월 18일에는 음료전문업체인 가온라이프와 상생협력을 위한 MOU도 체결했다. 이날 한국이엘과 MOU를 체결한 가온라이프는 노래방이나 음향기기에 오디션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업체다.
이번 MOU 체결로 가온라이프는 한국이엘이 개발한 무기발광체 EL필름을 자신들이 추진하는 체인사업 인테리어 부품으로 사용하게 된다.
현재 한국이엘의 여러 연구 결과물은 미래창조과학부에 기술심의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이다. 통과가 되어 정부의 다양한 지원을 받는다면 국가에 도움이 되는 더 많은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각오를 미리부터 다짐하고 있다.
20여 년간 오직 LED 분야 한 길만 파 들어간 이성율 대표의 집념과 고집이, 부족한 전력사용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발광체 광고 패널을 이용한 도시 미관 개선에 기여할 날이 멀지 않았다는 느낌을 인터뷰 내내 지울 수가 없었다.
이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