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가치투자를 이끄는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의 박신배 대표. 고객 이익을 최우선시하려면 소통을 우선해야 한다는 박대표. 그에게 자산운용사의 역할에 대해, 그리고 현재의 글로벌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투자해야 하는지에 대해 들어봤다
‘고객의 이익을 우선하려면 고객과 소통하라’. 에셋플러스자산운용 박신배 대표이사의 신앙과 같은 신조이다. 박대표는 왜 고객과의 소통을 중요시할까?
“고객들은 늘 불안해합니다. 많이 벌어도 불안하고, 손해를 봐도 불안합니다. 현재 이익이 나고 있어도 혹시 그 다음에 수익이 거꾸러지는 것이 아닐까? 지금의 마이너스 수익률은 회복될 수 있을까? 하는 고민들 때문이죠. 그 불안감의 원인은 소통의 부재에서 오는 것이죠. 자산운용사는 단순히 펀드를 운용해서 수익만내면 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해요. 수익을 내는 것은 물론 부자가 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을 심어주는 것, 그것이 바로 자산운용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고객들이 안심하고 자신의 돈을 맡길 수 있는 거죠.”
고객 이익을 우선시하며 높은 투자 성과를 낸 점을 인정받아 박 대표는 올해에 펀드계의 아카데미로 불리는 대한민국 펀드 어워즈 공모펀드 부문 투자자보호 최우수상과 대한민국 펀드 어워즈 공모펀드 부문 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
1999년 투자자문사로 설립된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은 2008년 자산운용사로 전환하면서 한국 주식형 펀드, 중국 펀드, 글로벌 펀드 세 종류를 출시했다. 당시 에셋플러스는 펀드 출시와 함께 은행이나 증권사, 보험사 등을 통하지 않고 국내 최초로 공모 펀드를 직접 판매하겠다고 밝혀 업계를 놀라게 했다.
업계에서는 이제 막 출범한 신생 자산운용사가 대형 운용사도 하지 못한 직접 판매에 성공할 수 있겠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높았다. 펀드 출시 직후 금융위기가 터지며 증시 분위기도 급랭했다.
더욱이 펀드를 직접 판매하면 은행에 판매를 맡길 때보다 회사비용도 5~6배나 든다고 한다. 그럼에도 직판 출사표를 던진 이유는 무었일까?
고객과의 소통을 통해 느리지만 탄탄한 내실을 키워간다
“은행이나 증권사에 펀드 판매를 맡기면 운용사의 투자철학이며, 상품의 됨됨이, 그리고 시장의 변화를 제대로 전달할 수가 없어요. 수익이 좀 났다 싶으면 다른 펀드로 갈아타라고 권하고 어떤 펀드가 유명해지면 권유하기 바쁩니다. 이러다 보니 고객들에게 좋은 펀드를 단기로 나쁜 펀드를 장기로 투자하게 만드는 일도 많아요. 그런 폐단을 없애고 고객과 소통하면서 투자의 지혜를 전하려는 목적으로 직판을 시작한 거죠.”
물론 직접 판매가 쉬운 길은 아니었다. 특히 펀드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판매사를 통하지 않으려니 남들이 쉽게 가는 길도 돌아서 가야 했다. 박 대표는 발이 닳도록 전국을 누비며 설명회를 하면서 고객들과 직접 만나며 뛰어다녔다.
“접근성이 어렵기 때문에 수탁고가 폭발적으로 늘지 않았지만, 단기간에 빨리 고객을 확보하려는 생각은 애초에 없었습니다. 고객과 직접 소통을 해서 우리와 궁합이 맞는 고객들을 끌어 모으자는 판단이었으니까요.”
실제로 에셋플러스는 출범 3년째 되는 현재 느리지만 꾸준히 수탁고를 늘려나가며 기반을 다져나가고 있다. 특히 미국발에서 시작돼 유럽의 재정위기로 인해 다시 재점화된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느리지만 꾸준하게 수탁고가 늘어난 것이 고무적이다.
현재 전체 주식형 펀드의 설정액은 전체적으로 감소했지만,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의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늘었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이번에 막 3년을 넘은 에셋플러스가 출시한 펀드 3개의 3년 수익률은 모두 제로인 기준 동일 펀드 유형 수익률에서 상위 1% 수준에 들고 있다.
기업의 가치 투자에 대한 열망이 에셋플러스를 창업한 이유
무모한 도전으로 불리던 직접 판매가 느리지만 탄탄히 내실을 다져가며 결실을 내면서 에셋플러스는 금융업계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무모한 도전의 성공 비결로 박 대표는 에셋플러스의 조금은 남다른 창업 멤버의 팀워크를 들었다.
박 대표는 1999년 강방천 에셋플러스 회장과 함께 투자자문사를 설립한 창업 멤버다. 강회장과 동방증권(현 SK증권) 1987년 입사 동기였던 것이 인연이됐다. 당시를 기억하는 박 대표는 서로를 꺼벙이와 꺽다리란 별명으로 불렀다며 웃는다. 또 그는 강 회장에 대해 늘 기업 가치에 대해 공부하는 사람이었다고 회고했다.
“너무 들여다봐서 다 낡아빠져 너덜너덜해진 상장기업 가이드북을 들고 다녔어요. 남과 공부하는 스타일이 다르고 타 증권사 직원과는 추천 종목부터 차이가 있었죠. 자신이 찾은 기업의 숨겨진 가치에 대해서 밤을 새워가며 서로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했죠.”
묻지마식 투자가 아니라 기업의 가치를 파악해 투자해야 한다는 것. 서로의 투자 원칙이 같다는 사실은 두 사람에게 서로를 동반자로 인정하게 했고 창업까지 시작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박대표와 강 회장의 관계는 부부같다. 박 대표는 거시적 안목과 통큰 추진력을 갖춘 강회장을 남편, 자신을 뒤에서 꼼꼼히 회사 조직관리 등 살림을 챙기는 아내로 비유했다.
두 사람이 의기투합해 5명으로 시작한 에셋플러스는 이제 한국 본사와 중국 그리고 미국까지 두 개의 지사를 둔 중견 자산운용사로 성장했다.
중견 자산운용사의 대표로 있으면서도 박 대표는 여전히 1주일에 2~3회는 투자 설명회를 갖는다. 그 이유에 대해 박 대표는“가치 투자의 경험과 지혜를 많은 사람에게 전하고 싶고 매년 투자자들과 함께 부자가 되는 축제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서입니다.”라고말한다.
앞으로는 중국, 모바일 그리고 그린산업주를 주목해야
박 대표가 말하는 가치 투자란 일등 기업을 중심으로 한 장기투자, 내재가치를 근간으로 한 투자다. 기업 이익 변화를 분석해 기대수익에 따라 투자하는 것을 기본 전략으로 한다. 그리고 기대수익을 달성하려면 최소 3년은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3년이라는 숫자는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고객들과 상담할 때 하는 얘기가‘최소 3년만 믿고 맡겨달라’는 겁니다. 아무리 불황이라고 하더라도 3년을 기다리면 손해는 보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경기는 호황과 불황의 사이클을 반복합니다. 그런데 그 사이클의 주기를 살펴보면 평균 3년입니다. 그런데 대부분 공포를 느껴 주식이나 펀드를 팔아버리고 뒤늦은 후회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다릴 줄 아는 자가 수익의 달콤한 열매를 맛볼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박 대표는 현재의 금융시장이 글로벌 금융 위기로 주가가 등락을 거듭하고 있지만 큰 위기는 지나갔다고 진단한다.
“2008년 금융위기가 구조적인 금융시스템의 문제에서 왔다면, 지금의 공포는 신용위험의 위기에서 비롯됐습니다. 하지만 자산가격 산정의 기초가 되는 신용위험은 늘상 시장에 존재하는 것이고, 가격 하락을 통해 시장에 반영되면 더 이상 위험이 아니기 때문이죠.”
또 공포로 냉정함을 되찾기 힘든 상황이지만 이런 때일 수록 한국 기업들의 가치를 파악하는 투자를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과거에는 대미 수출에 절대적으로 의존했지만 이제는 다변화됐고, 체질개선으로 생산성과 경쟁력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이번 신용위기로 미국 경제가 타격을 입더라도 한국 기업의 이익이 훼손되는 정도는 크지 않을 것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앞으로 투자할 만한 종목으로는 중국 내수소비 관련주, 모바일 비즈니스주, 그린산업주들을 지목했다.
“세계 경제의 화두는 미국이 아닌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중국 소비의 성장과 함께 하는 기업들이 높은 성과를 이룰 것이라고 봅니다.”
또한 애플을 중심으로 태동하기 시작한 모바일 생태계를 주도할 만한 회사들도 잠재력이 높다고 봤다.
“새로운 인프라가 모바일에 깔리고 있습니다. 모바일 생태계가 완성되면 그 속에서 비즈니스를 엮어가는 게임 등의 컨텐츠 기업들이 주목 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마지막으로 장기적으로 볼 때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전기차배터리 관련주 등 그린산업과 관련된 종목들도 꾸준히 눈여겨볼 만하다고 조언했다.